착각

사람이 그리웁다 #14

by 채온




사람들은 저마다 착각 속에서 산다.

삶에서는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착각이 있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어리석은 착각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자존감을 드높여 준다는 점에서

착각인 줄 모르고 살아간다면

나름의 이점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세상을 드넓게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유연성을 제공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혼자만의 착각일 때는

그다지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그것이 주변사람들의 마음과 관계를

손상시키는 단계로 나아가는 경우는

고질적인 질병으로 깊어질 확률이 높다.

한 사람의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모두 무너뜨리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상심하고 있는 것은

어떤 착각 때문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마치 내 주변의 일들과 사람들이

모두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

그렇게 거만한 착각을 하고 살았나 보다.


너무도 자신에게 당당했기 때문이다.

하긴 나의 삶 속에서

내가 주인공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나는

그저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에 불과할 뿐이다.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나와 같을 줄만 알았다.

굳이 내가 이래저래 설명하지 않아도

나의 마음을, 상황을 잘 이해해 주리라

착각하고 살았다.


그것은 그들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그들도 그들 위주로

자신의 삶과 주변의 인간들을 해석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이 나와 같은 마음이라

착각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나의 어리석은 착각 때문에

현재 심각한 마음의 손상을 입었다.


필사적으로 아픈 마음을 복구하리라 노력하지만,

부러 되지 않는 부분이 사실 더 많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아물겠지 하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지만...

내 안에서 원망과 서운함이 자라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미욱함에 더욱 마음이 상해버렸다....

내 마음 안에

나의 부족함을 반성하는 마음과

그래도 항변해 보고픈 마음,

두 가지가 상반되게 자리하면서

한 마디씩 내뱉고 있다.


점점 나의 부족함을 반성하는 것으로

마음의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다.

슬픈 사실은

그 와중에 내려지는 결론이라는 것이

모든 원인을 나의 현 상태에서 찾아내고

그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나는 현재 한 아이는 친정에 맡긴 채,

또 다른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다.

이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거듭거듭 맹세했건만,

이런 삶의 골목골목에서

가끔씩은 나의 객관적 현실을

부정적으로 판단해야만 하는 상황들에 부딪히게 된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그들에게 이런 취급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 모든 원인은 내가 빚어낸 일이로구나.

하면서 자탄만 하게 된다.


사실은 한바탕 크게 울어버리고 나면

어쩌면 마음이 후련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아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그런 답답함.


아마도 어쩌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울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속이 상한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

내가 오해하고 있는 것.

아, 이것들도 착각일까.

착각이면 좋으련만.

아니, 착각이 아니면 좋으련만.


사는 게... 점점 더 어렵다.


2008. 8. 13.




2026. 4. 3.


싱글맘으로 산다는 게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뒷말의 대상이 되곤 한다.

18년 전에는 더했을 수도 있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

내가 하는 행동 하나

결국은 저러니 이혼했겠지

하는 말로 귀결되어 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하나 해명해야 하나

억울하다고 소리쳐야 하나


답은 없다

사람은 타고난 기질대로 살아간다

나는 부딪치지 않고 참는 형이다

그냥 입을 다문다


그래도 그때,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은 하나 있다.

불행한 처지를 판다는 말.


물론, 내가 들은 말은 아니다.

모르지. 누군가는 내게 한 말일지도.

그때, 어떤 분에게 그런 말이 돌았다.

이혼하고 그걸 늘 이야기하며

생계를 도와달라고 한다고.


그래서 더럭 겁을 먹었다.

내게 어떤 말이든 달라붙을까 저어 되었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난 인내심이 강하니

적게 벌고 적게 먹으면 된다 여겼다.


내가 먹을 건 아이들에게 주면 되니

별로 힘들지 않다 여겼다

인내심이 강한 건지

낙천적인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무탈하게 잘 살았으니.


그냥 내 그릇으로 온당히 평가받는 것

그걸 원했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려웠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