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있어요…

사람이 그리웁다 #1

by 채온


며칠 전 한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가슴에 와닿은 한 마디.

눈물 있어요.....

한 남자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여자에게

감정적으로 질문을 한다.


"그렇게 상대를 잘 보시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아시겠네요?

그럼, 자신의 장점 세 가지만 말해보세요."


"장점요?... 음... 잘 먹구요, 낙천적이에요.

그리고... 눈물 있어요..."


"눈물요? 눈물 없는 사람도 있나?

눈물 있는 것도 장점이에요?"


"모르세요? 눈물 없는 사람 많아요..."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는 그리고는

그 외에는 자기는 내세울 게 없다면서,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여자를 보면서 남자 역시 아무 말 없다....

이내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술잔을 채우고 건배를 주창한다.

눈물 있어요...


가슴 안 깊은 곳이 촉촉이 젖어드는 가운데,

나는 한참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렇다.

세상에 눈물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나 조차도, 이제는 가슴 저 깊이서

눈물샘이 마르고 있다.

삼십 대 중반을 넘긴 여자는

마음 아프게 한 마디 하고 싶다.


그래요...

나, 눈물 있어요...


2007. 11. 28.




2026. 2. 16.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시기.

처음에는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눈물이 멈추었다.

나는 그 시기에 거울을 보지 않았다.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강퍅하고 모진 얼굴을.


소녀가 간직했던 꿈.

여자가 웃었던 하늘.

엄마가 흘렸던 눈물.


그 모든 것이 증발된 시기.

아이들이 바짝 말라갔다.

엄마는 메마른 섶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눈물샘이 터졌다.

10여 년 멈추었던 눈물은

이제 강이 되어 흘렀다.


조각배 위에서 노를 더듬어 찾았다.

너무 오랫동안 젓지 않아서

방향도 감각도 모두 잊어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속수무책으로 흔들릴 수밖에.


흔들리는 동안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구가 수억 번 재채기를 해도

별들은 늘 한결같았다.


눈을 감기도 하고

말갛게 뜨기도 하며

이리저리 흘러왔다.


흘린 눈물이 강을 이루어도

그마저 따뜻했다.


일어나 앉아 노를 잡는다.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것 같았다.


나의 조각배에는 이제 나뿐.

아이들은 각자의 조각배 위에 앉아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맑고 천진한 미소가 강을 건너왔다.

노를 쥔 아이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이제 다시 고요해지겠지.

우리는 이 강에서 다시 만나

다시 떠나야 하는 작은 별조각들.


안녕.

마지막은 내가 먼저

너희들의 별이 되게 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