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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우탱고 Nov 12. 2022

나는 늘 이곳에 있어요

추억에 물듵다.


개인지도가 끝나고
단체 강습이 시작되기 전
나는 항상 이곳에 있어요.

덩그러니 한 벤치에 앉아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죠.

내 모든 시간에서 두 시간.
이때 나는 세상에 나의 얘기를
들려주곤 하지만
때때론 지겨움이 길게 느껴질 때도 있죠

오늘은 삼십 분 정도
장례식에 어울릴만한
비바람과 단풍잎들의 하염없을 것 같은
스트라빈스키의 장례식 곡을
연주하는 듯한 흐트러진 날림 이후

썰렁하기까지 했던
발 앞 풍경이 낙엽으로 뒤 덮였네요.

단풍이 드리울 즈음
걷기 좋은 산행을 꿈꿉니다.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같은 몸에서 태어났지만
각기 다른 색상으로 물 드린 잎새들의
추억에 귀 기울입니다.

멀리서 보면 같은 색상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잎새마다 제각기 다른 색상들.

지나간 바람이 다르고
맞닿은 햇살이 다르고
바라봐 주었던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겠죠.

나는 오늘 그들의 추억 얘기에
두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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