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기 위해 집 구할 때 중요점
#2 잘 놀기 위해 집 구하기
어디에 집을 구할 것인가?
이것은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쉽게 다시 움직이기는 힘들기에 신중해진다.
나는 동그랗고 하얀 테이블에 분홍과 둥둥이와 둘러앉았다. 조용한 피아노 소리가 은은하게 울리지만 우리는 듣지 못한다. 서로 고민에 깊게 빠져 이따금 음료만 마시고 있을 따름이다.
"어디가 좋을 까요? 일단 해운대 독서 살롱이니까. 해운대역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약지로 테이블을 가볍게 톡톡 치며 말했다.
"일단 부동산에 나온 곳을 알아보니 동백역에서 가까운 아파트도 있고, 해운대역 인근 해리단길에도 있긴 해요. 온라인으로 알아본 거라 이제는 직접 가서 다 봐야죠. 저는 병원 개원자리도 알아봐야 해서 독서모임에 쓸 공간 구하는 건 효롱님이 좀 더 수고해 주세요."
분홍은 내게 답하고 둥둥을 향해 물었다.
"저도 그렇고 다들 공간 구하는 일이 겹쳤네요.
둥둥이님도 바쁘죠?"
"매일 고민만 하고 있어요. 어떤 게 좋은 선택인지 가게를 알아볼수록 어렵네요. 교통이 편리하다 싶으면 너무 비싸고, 자리가 마음에 드는 곳에는 사람들이 너무 없고. 어디에 기준을 맞추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분홍은 박수를 차며 맞장구쳤다.
"맞아요. 저도 개원을 하려니 머리가 복잡해서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있어요. 한 번에 살롱 아지트랑 개원 자리를 같이 구하니 힘들어요. 힘들어."
잠시 후 둥둥이는 같이 가게를 하기로 한 친구 전화를 받고 부동산을 보러 가기 위해 일찍 나갔다.
나는 카페를 나가는 둥둥이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둥둥이님은 나이도 어리신데 대단한듯해요."
"그러게요. 대견해요. 둥둥 님은 직장 그만두고 부쩍 어른이 된 것처럼 느껴져요. 효롱님에게 맡기긴 했지만 제가 방장이니 일단 독서살롱 아지트를 구하는 것을 저도 1순위에 두면서 움직이려고요."
피곤해 보이는 분홍은 머리를 짚으며 말하는데, 보이지 않는 생각들이 투명한 망토가 되어 그녀를 덮고 있는 것처럼 답답해 보였다.
상가로 들어가고 싶기는 하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월세로 하자니 운영비 압박이 심하다. 월 회원비를 받거나 회당 참가비를 올려도 되지만, 내가 그러고 싶지 않다. 다른 운영진이 차라리 돈을 더 받아 모임의 수준을 올리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나는 편하게 올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다음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바뀔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부담 없는 모임이 되었으면 한다. 오히려 돈을 더 받아 나은 장소에서 하기 바라는 사람도 있기에 나쁜 의견은 아니지만 아직은 포근하고 자그마한 공간이기를 바란다.
그래도 방장과 사비를 쓰면서 모임을 지속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는 순간 결국은 독서모임에 대한 애정은 식을 것이고, 꾸준히 오랫동안 못할 것임을 안다.
"선순환"
우리는 모임 자체로 운영될 수 있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면서도 최소한 유지비가 들도록 고민하고 있다.
전세가 제일 나은 선택이지만 모든 문제는 돈이지. 당장 현금이 있어야 한다. 지금같이 금리 인상 시점에 대출받는 것은 최대 악수이고,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분홍님 월세보다는 전세로 해야겠죠?"
"당연하죠. 월세에 관리비까지 나가면 한 달에 운영비가 얼마나 들겠어요. 우리가 회원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문제는 돈인데....... 어쩌죠
저도 마침 개원을 준비해서 여유자금이 얼마 없어요."
나는 관사에서 지내다 지금보다는 넓은 집으로 가기 위해 모은 자금이 있었는데 맞춰보니 거의 분홍이 쓸 수 있는 자금과 얼추 비슷했다.
내가 이 돈을 써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을 떠올린다.
편히 타고 다닐 차
조금 더 쾌적한 집
주식과 같은 재테크 투자
이것을 버릴 가치가 독서 모임에 있는가?
나는 바닥을 물끄러미 보며 생각에 잠겼다.
모임 시작할 때면, 이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4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이 되니 생각이 달라진다.
지르자.
누군가 말한 게 기억난다. 낭만은 이성이 아니라 비이성적인 것이라고.
이것이 미친 선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어딘가에 진심인 사람일 수도 있다.
작가의 삶이 어디 놓였는지 보자면 현실에 있지 않고 저 하늘 꿈나라에 있겠지만,
더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
술도 담배도 즐기지 않는 내가 사랑하는
글쓰기
개인 작업실
얼마나 매력적인 단어인가
독서모임을 하지 않을 때는 글 쓰는 공간으로
사용한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띈다.
우리 인생사 어른이 되어 가슴을 띄게 하는
일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어찌 보면 난 미치도록 어리석은 행복한 사람일지 모른다.
비 오는 저녁
나는 낡았지만 감성 넘치는 해리단길에 맨션을 구했다. 늦은 저녁 계약을 하고 돌아오는 길은 불안하면서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에게 좋은 집의 기준은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이다. 행복이 곧 즐거움은 아니지만 이 둘은 알 수 없는 지점에 겹쳐있으며 마치 바다로 흘러가는 강의 교차점처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나는 이 작은 공간에 우리 세계를 만들어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우리 아지트는 내가 사랑하고 모두도 사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계약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어떤 공간으로 만들지 어떻게 이용할지
먹구름에 가린 달처럼 까마득하다.
단지 보이지 않는 별을 쥔 것처럼 계약서 한 장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1부는 브런치는 아래 브런치북로 엮었으며
현재는 2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