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차 없이 책장을 옮겨라

#3 잘 놀기 위해 집 구하기

by 효롱이
"효롱님 사다리차도 들어갈 수 없데요."


아뿔싸. 큰일이다. 분홍 서재와 책을 기증받는 것은 좋은데 워낙 오래된 곳이라 이사가 문제다.


나는 분홍과 아지트로 삼을 맨션 현관 앞에 서서 걱정스레 3층 창가를 바라봤다. 맨션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사람만 겨우 들어갈 수 있고, 앞에 있는 가장 큰길이라고 해봤자 차는 한 방향으로만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차가 다니지 못하니 배달 오토바이에게 사랑받는 길이 되어 차를 오래 대고 있지도 못한다.

처음 계약을 할 때 이런 점까지 어찌 생각했겠는가? 물이 제대로 나오는지, 보일러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했지. 사다리차가 들어올 수도 없고, 창이 작아서 큰 물건을 넣을 수 없을지는 생각도 못했다.


어쩌지. 분홍과 나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좁은 계단을 보며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독서 살롱 아지트인데 책장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제 서재를 여기에 넣어도 되는데 옮길 방법이...... 사다리 차도 부를 수 없고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면 몇 개 안 되는 책장이라도 금액이 확 올라갈 것 같아요."

분홍은 처진 어깨로 숨을 내쉬며 말했다. 기증을 해도 넣을 방법이 없다니. 아지트를 만드는 것은 집 구하기도 힘들지만 시작부터 험난하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을 생각해 본다. 책장, 10인 이상 테이블과 최소한 10개 넘는 의자, 냉장고, 커피머신은 기본 필수품이다. 앉아 책을 놓을 곳은 당연하고 커피 없는 책이란 상상도 할 수 없다. 없는 돈으로 가구를 구입하는 것부터 고민인데, 구해도 넣는 것도 일이니 문제들이 파도처럼 밀려와서 사라지지 않고 겹쳐지기만 하는 것 같다.


고민도 되고, 이야기도 듣고 싶어 독서모임 카카오톡에 올려봤다.

반초 : "그거요? 저랑 1 퍼님이랑 옮기면 돼요. 걱정 마세요."


반초는 걱정하지 말고 맡기라고 말했다. 말만 앞서는 사람도 아니라서 실제로 가구 옮기는 동선을 보겠다고 직접 오겠다고 한다. 분홍과 다른 가구와 모임 운영 방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금방 1 퍼와 반초가 왔다.


"둥둥이님도 오고 싶다는데 우리끼리 있으면 된다고 오지 말라고 했어요. 한번 제가 여기 계단이랑 아지트 입구 문 확인해 볼게요."

그는 해결사처럼 조수 1 퍼를 데리고, 손으로 대략 길이를 재며 이야기를 나눴다.


"분홍님 어디 옮길 책장이 있는 집으로 가보죠."

"네. 집이 어지럽지만 갑시다."


우리는 바로 자리를 옮겨 책장이 있는 서재로 갔다. 거기에는 화이트 계열의 큰 책장 1개와 작은 책장 2개가 있었다.


"분홍님 이거를 들고나가기도 비좁지만 올라갈 때 계단이 좁아 돌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나는 내 키보다 큰 서재의 위용에 압도되어 나지막이 분홍에게 말했다. 1 퍼도 같이 일을 돕기는 하겠지만 하얀 책장을 지고 무성한 밀림으로 들어가야 하는 느낌을 받는 듯했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책장에 바짝 붙어 서서 손으로 길이를 재며 살피던 반초가 내 등에 살며시 손바닥을 짚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할 수 있어요. 분홍님 걱정 마세요."

한결같은 목소리다. 분홍도 걱정을 했지만 시원스러운 대답에 마음을 놓는 것 같았다.


아..... 오늘 난 책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배운다. 나는 일이 있을 때 문제가 되는 일을 염두에 두며 고민을 많이 한다.

이에 반해 반초는 할 수 있는 가능성에 전력투구한다. 그런 마음가짐이 주변 사람까지 영향이 미쳐서 자신감을 준다. 이런 자세를 가졌다면 처음부터 겁먹어 할 수 있는 일들을 놓치는 일은 없었으리라. 애매한 일이라면 일단 괜찮다. 가능하다. 해보자. 맑은 미소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자신을 믿어야,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걸어갈 수 있고, 그렇게 꾸준히 걸어가야 우리는 놀라운 성취에 감탄하는 순간이 온다.


"그럼 내일 당장 옮깁시다."

분홍이 계획에 결단력이 좋다면 반초는 실행력이 좋다. 질질 끌지 않고 당장 내일 계획을 잡았다.


"다음에 하면 안 될까요? 내일 저는 근무라서."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반초는 나를 힐끔 보더니 씨익 웃으며 1 퍼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1 퍼님이랑 둘이 하면 충분합니다.

내가 왼손에 하나 들고 오른팔 겨드랑이에 끼고 가죠 뭐."

"아..... 네...... 됩니다."

1 퍼는 반초의 대답에 이끌려 가듯 답했다.


분홍은 그래도 걱정이 되어 물었다.

"정말 괜찮을까요?"


"걱정 마세요. 포터는 둥둥이님 지인이 빌려준다고 하니 걱정 없습니다. 제가 5년만 젊어도 혼자 하면 되는데, 나이가 들어서 한 명만 보조해줘야 해서 1 퍼센트님도 부르는 것뿐입니다. 하하"

우리는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 내일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눴다.


집에 와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고된 일인데 선뜻 도와준다고 하는 게 요즘 같은 시대에 얼마나 힘든 일인가?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어떤 책임감이 든다.

시작은 오히려 쉽다. 혼자라면 그냥 접으면 되니까. 하지만 사람들이 모이고 정이 깊어지면 독단으로 결정하기도 힘들고, 나만을 생각해서 움직이면 안 된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어깨는 무거워지고 입은 조심스러워진다. 그래도 무게를 견디고 변화를 해 나가는 것은 그만큼 모임에 가치가 생긴다는 것이겠지.


분명 분홍도, 반초도, 1 퍼도, 둥둥이도 다들 다른 무게로 받아들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어떤 책임을 느끼고 가치를 두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굳이 같을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모으는 것을 보면 비슷한 면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직접적인 도움이 아니라 그 마음이 따뜻해서 추운 밤 즐겁게 잠을 청한다.



1부는 브런치는 아래 브런치북로 엮었으며

현재는 2부입니다.

우리 동네 수상한 독서 모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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