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5 잘 놀기 위해서 집 구하기

by 효롱이

늦은 밤 독서 모임이 끝났다.

막 시작된 살롱 하우스의 불이 하나씩 꺼진다.


난 뒷정리를 하며 최근 눈밑이 까매진 둥둥에게 물었다.

"둥둥 님 희와제과는 잘 운영되고 있어요?"


읽었던 책을 정리하던 둥둥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점점 방문하는 사람은 많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돌아갈 것 같아요."

둥둥은 양손 두 손가락을 펴서 눈물을 흘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어지간해서는 힘들다 이야기를 잘 안 하는 둥둥이가 볼맨소리를 한다. 귀여운 말투보다 실상은 훨씬 힘들겠지.


"잠은 좀 잘 자고 있어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

"흠...... 한 세 시간씩 자나?"

"네? 그럼 지금도 다시 가게로 가시는 거예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임 나오지 마시고 좀 쉬어요. 너무 힘들잖아요."

"아니요. 정말 나올 수 없는 사정이 아니라면 참석하려고요. 오히려 나오니 생각이 정리되기도 해요. 그리고 이것저것 따지면 책 한 권 안 읽고 살게 되더라고요."

둥둥은 나보다 한참은 어린데 꼭 누나 같다. 철없는 나보다 책임감도 강하고 어디 시골에 있는 장인 같은 느낌도 받는다.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공감이 가기도 한다. 바쁘다, 피곤하다, 할 일이 많다 등 따지다 보면 결국 무덤 안에 책을 같이 묻어야 할지 모른다. 나도 책을 열심히 읽었던 시간들은 시간이 날 때보다 쓸데없는 시간을 줄이고 스스로 하루의 여백을 만들었을 때다.

"그래도 3시간은 심한 것 같은데요. 충분히 수면을 확보해야 하는데."

"네. 저도 신경은 쓰고 있어요. 친구랑 같이 하고 있어서 둘이 그런 이야기 많이 나눠요."

"사이가 좋은가 봐요."


내가 묻자 그녀는 의미심장하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서로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인데 요즘 자주 다퉈요."

그녀는 책을 넣은 가방을 바닥에 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말을 이었다.


"사실 어제도 대판 싸웠어요. 별 것도 아닌데. 아는데. 싸우다 보니 어제는 고무 쟁반을 바닥에 던졌어요. 그럴 일도 아닌데."

나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둥둥은 부끄러운 듯 말을 이었다.

"사실 내 친구는 대단한 아이예요. 특별하다고 할까요. 답답한 게 본인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친구를 말하는 둥둥의 눈빛이 맑아졌다. 나는 자주 다툰다고 했지만 그건 불화가 아니라 서로의 열정이 충돌하는 것뿐일 것이다. 타인을 저렇게 존경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미워할 리 없다. 그리고 분명 친구도 틀림없이 둥둥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 또한 그녀를 보면 그렇게 생각하니까.



요즘 내 하루는 독서모임이 일상으로 들어와 있다. 눈을 뜨고 별이 눈을 감을 때까지 매일 마시는 맑은 공기처럼 함께 한다. 이런 독서모임을 통해 내가 얻는 것들은 엄청 많다. 말이 모자라서 글로 적을 정도니까. 이미 모임 칭찬을 많이 했지만 또 한 번 느낀다. 이런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 줘서 기쁘다. 성별도 나이도 다른 둥둥이 같은 사람과 함께하는 것도 해운대 독서살롱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중요하다. 같이 있기만 해도 느슨해진 나를 반성하고 나를 더욱 성찰하게 한다. 같이 있기만 해도 마음이 건강해진다.


"최근에는 뭘로 친구와 토론을 했나요?"

그녀에게 물었다.


"어제 도마에 오른 것은 빵 자리요."

"빵도 자리가 있나요. 별자리처럼요?"

"헤헤. 그게 아니라 우리 가게가 원래 빵을 엄청 많이 놓지는 않았어요. 손님들이 늘어나니 제일 많이 찾는 게 빵이더라고요. 처음에 생각할 때는 커피를 마시며 빵은 곁들이며 쉬는 시간을 가지시기 원했거든요."

"맞아요. 그래서 가게 이름도 희와제과로 했다고 하셨잖아요."

그녀는 내가 이름까지 기억하자 기분이 좋은지 신이 나서 말했다.

"맞아요. 빵 찾는 사람이 점점 많아져서, 원래 놓았던 공간으로는 부족해졌어요. 좋은 일이긴 한데. 가게가 좁아서 빵을 더 놓으려니까 테이블을 치워야 해요. 그래서 고민이 시작되었어요. 빵을 못 사는 손님은 그냥 보낼지, 자리를 빼서 빵 자리를 더 만들지."

가게를 한다는 게 어렵다.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생긴다. 가게까지 일부러 찾아온 손님을 빈 손으로 보내면 마음이 당연 불편할 것이고, 가게 좌석을 다 없애면 처음 의도했던 가게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된다. 두 가지 다 중요한 문제이니 의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이건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내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조언은 안된다. 한마디만 했다.

"둥둥이님 희와제과와 손님을 위한 고민이잖아요.

어떤 결정이든 좋은 선택일 겁니다.

그만큼 마음을 다해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니까요."


"헤헤헤. 그런가요."

둥둥은 배시시 웃으며 느리게 말했다.



모두들 밤이란 터널로 빨려가듯 돌아 갔다.

분명 내일은 더 밝은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1부는 브런치는 아래 브런치북로 엮었으며

우리 동네에 수상한 독서모임이 있다


현재는 2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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