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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Feb 17. 2023

오랜만에 부산 바닷길 구경하세요

(1) 미포역에서 청사포까지

겨울의 껍질에 금이 가고 있다.

병아리가 나오듯 봄의 부리가 추위를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한결 따뜻해진 날씨라 생각이 되어 나는 운동하기 위해  청사포로 향한다.


어제 따뜻해진 오후를 생각해서 길을 나섰다.

둔한 나이 기이에 10분 정도 걸었을 때야 눈치챘다. 날이 흐리고 어제보다 훨씬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해가 뜰 기미도 없고 오후가 돼도 춥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쯤 지나갈 때는 차가운 잔에 맺히는 물방울처럼 가는 는개가 내려걸을수록 옷이 촉촉해졌다. 우산을 쓰기도 애매한 아주 가는 비였다. 오래간만에 나온 길이라 이것도 운치라는 생각으로 원래 가려던 길을 계속 나아갔다.


집에서 해운대 해변을 보면 걸어서 미포로 가 청사포까지 이어진 그린레일웨이를 걷는 게 목표다.


나는 작은 어항이 있는 미포로 향했다.

미포란 해운대 동북쪽에 자리 잡은 와우산

(소가 누워 있는 것같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꼬리 부분에 해당되는 갯가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미늘, 미암 이라고도

불렸으며. 미포는 와우산이 바다에 몰입되면서

형성된,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끝에 있는 암석

포구로 곳곳에 암반이 넓게 나타난다고 한다.

강성돔 낚시터로 유명하다는데 아직 맛보지 못했으니 철이 되면 한번 먹어야겠다며 입맛을 다시며 천천히 걸어갔다.


집에서 청사포를 찍고 돌아오는 길은 거의 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거리다. 시간 여유가 될 때는 곧잘 걷고 왔는데, 기록적인 한파로 내 심장도 얼어붙은 탓인지 용기 내어 나오지 못하다가 한 달 정도나 지나 처음 나오는 길이다.

오랜만에 미포역 입구에서 청사포를 향해 곧게 뻗은 길을 보니 반가우면서도 마음까지 청량해지는 느낌이다.

잘 다듬어 놓은 그린레일웨이 초입에는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이라는 공중에서 바다를 볼 수 있든 탈거리가 있지만 오늘은 운동을 하러 나왔기에 탐나지만 지나쳐 갔다. 이다음에 지인이랑 와서 다시 한번 탑승해서 글을 적고 싶은데 특히 스카이캡슐은 아직 타보지 않아서 체험하고 싶다. 아마 푸르르게 길게 뻗은 바다가 잘 보여 마음이 평온해지는 시간이 될 듯하다.

나는 이렇게 애써 모른 척 탑승장을 지났다.

비가 어느새 바닥을 적셔 곳곳에 물웅덩이를 만들어 눈이 부셨다. 선연한 바다를 보고 싶지만 부담이 돼서 선글라스를 끼고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걸었다. 뒤돌아보니 엘시티 건물과 해변, 멀리는 광안대교까지 보인다. 한편 그림 같은 장면을 보니 내가 걸어온 길인데도 새로운 세상같이 느껴진다.

나는 이 산책로를 무척 좋아한다.

해운대 해수욕장도 좋지만 사람이 많은 것보다 물과 바람이 많은 것을 더 좋아하는 성향이라 이렇게 평일 아침에 오면 호젓한 길을 걸으면 마음까지  편안해져 조용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해변가를 옆에 두고 걸어가면 길게 늘어진 바다가 와이드 화면처럼 눈에 꽉 차서 더욱 넓은 바다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으니 얼마나 멋진 길인지 모르겠다며 매번 감탄한다.

걸어가다 보면 곳곳에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좋은 장소가 있다. 나무의자에 앉아 광망한 물의 대평원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넓어지는 기분이다. 오늘도 몸이 차가워져 걸음이 필요할 때까지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바닷바람이 불어와서 땀 맺힌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차가움보다는 청량함을 느꼈다.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다.

다시 쭉 뻗은 길을 가자니, 멀리서 출발했던 해변 열차가 천천히 다가온다. 옛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이 떠올라 현실 같지 않고 몽환적인 기분이 들었다. 커다란 황금색 소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처럼 기차는 다가와 내 옆을 지나갔다. 바다를 보며 앉은 승객들 몇몇이 손을 흔들었다. 나는 마주치는 인연들이지만 소풍 나온 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져 같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소나무가 가득한 길을 지나려니, 비가 왔다 그쳐 물에 젖은 솔향기가 코를 파고들었다.

바다에서 느끼는 산의 향기는 야외에서 먹는 라면처럼 더욱 맛난 내음을 지닌 것 같다.

나는 더욱 천천히 걸으며 한껏 향취를 즐겼다.

눈과 코가 즐거웠으니 귀가 섭섭해하지 않겠나.

귀에게도 만찬을 대접할만한 장소가 있다.



청사포 가는 길은 다음에 이어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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