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롱이 Feb 15. 2023

부산 면치기 달인들 여기 모여라.

자신있게 소개한다.

해운대를 먹어치운다.

탐욕스러운 위장이다.

돌이켜보면 많이도 찾아가고, 많이도 맛봤다.


부산 여행객을 위한 음식 글쓰기를 올렸다.

쉽게 음식을 먹지만 음식 소개를 쓰기는 힘들다.

나름 규칙을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나를 감동시킨 음식을 소개하자.

내가 감격했다고 타인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먹었던 것을 늘어놓는 것보다 가슴 아래 뜨끈하게 올라왔던 식당을 적어야 글도 당당해지고,

내 두근거림을 선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따지자면 사실 제일 처음으로 소개해야 하는 곳인데, 다시 맛보고 올리고 싶은 마음에 이제야 적었다. 실제로 지금은 웨이팅이 너무 길어져서 굳게 마음먹고 나와야 하는 원인도 있었다.

1963년부터 이어온 후쿠오카의 전통 라멘맛을 해운대에서 느껴보자

극강의 라멘, 나가하만게츠

알 사람은 다 알 것이다. 해리단 길에 위치해 있는데 찾기도 쉽다. 왜냐하면 언제 가도 줄이 길게 늘어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모르고 그냥 지나가던 관광객도 저 집은 뭐지 하고 힐끔 쳐다보고 지나간다.


난 면을 무지 좋아한다.

후루룩 면치기 하며 들어가는 입구(내 입구멍)는 언제나 24시 오픈 중이다.

아침으로 파스타를 먹고 점심은 짜장면을 찾고, 저녁은 라멘으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자랑은 아니다. 그만큼 면을 애호한다 말이다.


이 집을 방문한 첫날이 기억 난다.

소개해준 분은 해운대에 맛집 킬러로 유명한 사람인데  살벌한 애칭답게, 숨어있는 맛집도 찾아내어 메뉴를 해치워(?) 버리는 분이다.

"가죠. 깜짝 놀랍겁니다."

여러 말이 필요 없었다.

진짜들은 포장하지 않는다.

표현할 방법도 없고 먹어보면 알기에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래간만에 왔다. 역시나 웨이팅이 50명이 서 있다. 젊은 친구들이 몇 명이 서 있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면서 돌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테이블링 필수. 나도 오늘을 위해 몇 시간 전에 이미 예약을 해뒀다.


좋아서 듣던 노래는 시간을 더하면 추억으로 변한다. 음식도 그렇다.

이런 맛집에는 혼자 가지는 않는다.

맛난 음식을 같이 먹으러 온 사람은 소중한 사람이다.

사랑이거나 두근거리는 사람이거나,

시간이 지나도 기억하고픈 사랑이요, 사람일 터다.


시간이 흘러 다시 오니 같이 왔던 사람들이 면발에 떠오르는 수증기처럼 생각이 난다. 음식을 기다리며 그분들에게 안부를 보냈다. 정말 맛있는 음식은 이렇게 기억조차 맛있게 하나보다.


기다림 끝에 들어선다. 여전한 모습.

까만색 티에 하얀색 줄을 머리에 동 어머닌 젊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하고 있다. 일본이 느껴지는 부산이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기다렸다. 오랜만에 와서 차슈를 추가 주문하는 것을 깜빡했다. 맛있는데...... 먹는데 실수는 용서받지 않는 주의지만 음식치료를 하는 마음으로 경건히 기다렸다.

라멘 등장이요.

우아 따뜻한 봄날 같은 라멘이다. 우윳빛  육수 바다에 노란 반숙 태양이 떠있다. 푸릇한 쪽파들이 따뜻함을 즐기듯 늘어선 모양이다

비주얼부터 날 설레게 하는군.


여기 면은 특징이 가닥가닥 끊어진다. 원래 이 집 특징이다. 푹 삶은 면을 원하는 사람은 미리 말하면 된다. 나야 원래 음식은 오리지널이 최고라는 신념이 있어서 나오는 대로 먹는다.

처음에는 그런 느낌이 있었지만 먹다 보니 그런 면이 더 매력이 있다.

일단 국물 한입부터 영접이요.

아우. 진하다. 고소하다. 짭조름하지만 깊다.

한마디로 당기는 맛이다.

예전에는 더 진했던 느낌이지만 현지화를 거친 것인지 내 입맛이 무뎌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거친 얇은 면 사이로 진한 국물이 적셔 입에 빨려오면서 조화가 아주 끝내준다.


후르르

내 입에 들어가는 것은 면이 아닙니다. 행복입니다. 기분 좋다. 입이 즐거우니 이마에 맺히는 땀은 내 안에 있는 하루 스트레스를 모아서 배출하는 것만 같다.


그래도 잊지 않았다. 내 군만두

여기서 군만두는 필수다. 날개 달린 듯 얇은 반죽이 붙어서 나오는 만두다. 겉이 캐러멜 빛을 내도록 잘 구워진 만두를 한입 물면 진한 육즙이 스르륵 흘러나와 혀를 감싼다. 바삭한 식감과 촉촉하고 진한 속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별미다.


년 전 입맛 까다로운 서울 친구가 와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 인생만두다."

음식을 조금 먹고 있으면 조그만 하얀 양갱같이 생긴 것을 가져다준다. 이것은 이 집만의 수제크림치즈다. 입가심으로 주는데 탱글탱글하고 입에 남는 느끼함을 잡아주는 특효약이다. 지금은 인기가 많은지 포장 판매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뜨끈한 라멘을 먹고 일어섰다.

너무 좋아하는 곳이라 음식 맛이 조금만 변해도 대중에 따라 고유색을 버렸다고 같이 온 지인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 또한 애정 아니겠는가.

내가 때때로 어떻게 느끼든 라멘은

이곳이 최고다.



<구독>하시면

아침, 당신 폰을 두드리며,

따뜻한 글이 배달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