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마십니다. 투명한 얼음이 담긴 적당히 쓴 커피의 맛을 즐기거나 아예 달달한 커피를 마시죠.
"효롱님 좋은 곳으로 안내할게요."
독서모임 지인이 갑자기 드라이브 가자고 했다.
무작정 데리고 간 곳은 에스프레소 바다. 에스프레소?
그 까맣고, 작고, 진하고, 쓴 그것을 말하는 것인가? 선글라스 낀 외국인(물론 제 느낌상)이 한껏 수염을 털어가며 마시는 이탈리안 정통 커피를 마시자고?
해운대에서 굳이 찾아보려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검색해 본 적은 없다. 왜냐면 마실 생각이 없으니까. 으레 어떤 카페에 있지만 난 내 돈을 지불하고,
아니 지인이 산다고 했을 때도 단 한 번도 에스프레소를 시킨 적이 없으니 굳이 알아볼 생각을 한 적도 없다. 그래도 커피와 카페를 즐기는 내게도 생소한 걸로 봐서 흔하지 않은 가게인 것은 맞을 것이다.
오늘온 에스프레소바도 차를 타고 좀 나가서 달맞이고개까지 가야 했다.
가게도 특이하다 블랙커피처럼 검은색 외관에 달랑 "Espresso stand"라고 창문에 적혀있다. 힙한 느낌은 들었지만 모르고 왔으면 그냥 지나쳤을 정도로 조그마한 가게였다. 들어갔다. 아주 작은 낮은 테이블이 두 개가 있고 커피를 내리시는 젊은 사장님 앞에 서서 먹을 수 있는 나무 선반만 있었다. 외국 사진과 젊은 감성이 물씬 풍겼다.
그런데 뭐지.
주차장도 없고 위치도 외진 곳에 젊은 손님이 꽉 차 있었다. 나는 겨우 지인과 나무 선반에 의자도 없이 서게 되었다.
내게 좋은 카페 요소를 말해보라고 하면,
좋은 뷰와 편안한 자리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만큼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없다. 여기는 내가 즐기는 두 가지가 없다. 창은 검정 색이고 밖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심지어 서서 마신다니. 여기는 한국입니다.
나는 한국인입니다. 이것은 내게는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왠지 데리고 온 지인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나를 실험하는 것인가요? 이곳은 무엇입니까?
메뉴를 봤다. 아. 역시나 라떼는 없다. 여러 개 메뉴가 있는데..... 친숙한 단어가 하나도 없다.
전부 에스프레소다.
그래도 놀란 것은 에스프레소도 여러 종류의 메뉴가 있다는 것이었다.
당신은이렇게처음 보는 알 수 없는 메뉴만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 같은 경우는 묻는다 "사장님 여기서 제일 인기 좋은 메뉴는 뭐죠?" 집단 무의식에 따라야지. 알지도 못하는데 찾기보다 대중의 흐름에 맞춘다.
어디서 서핑 꽤나 하시게 보이는 젊은 사장님은
"파도바가 인기메뉴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오우. 파도바. 제길 역시나 모르겠다. 일단 시켜보자. 심지어 지인도 처음이라고 한다. 하하. 추천을 받아 왔다고 한다. 뭐 여기까지 왔으니 즐기면 된다.
가게도 아담하고 분위기는 좋아서 내가 아는 카페 이미지랑 달라서 그렇지 나쁘지 않다. 한국인데 외국에 나온 것 같은 재미도 느껴진다.
그래도 두 명이 왔는데 한 메뉴 시키는 것은 아까워서 파도바와 콘파냐를 시켰다.
커피는 곧 나왔다. 그 사이에 테이블에 손님이 빠져 앉을 수 있는 낮은 테이블로 옮겼다.
일단 냄새는 좋다. 진하고 고소한 원두향이 너무 좋다. 에스프레소 하면 그냥 쓰고 진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아니다.
한번 마셔보자. 파도바. 헉. 눈이 번쩍. 코가 벌렁.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왜 이렇게 혀에 감기고 입에 가득 차면서 맛있냐.
뭐가 차이지. 정말 너무너무 맛있다.
어릴 적 매일 가공 초콜릿을 먹다가 처음 생초콜릿을 먹은 것 같은 충격적인 경험. 나만이 그런 게 아니다. 같이 온 지인도 눈이 동그래졌다. 아쉽다.
사장님 한 잔 더요.
우리는 한잔을 연거푸 시켰다. 신기하다.
난 카페에서 커피를 연달아 마신 적은 없는데 에스프레소를 연속해서 마시게 될 줄이야.
심지어 이것도 후딱 마시고 한 잔 더 마시고 싶었다만
오늘밤을 위해서 참는다고힘들었다.
다음 날 다른 지인을 데리고 가서 2잔을 더 마셨다.
멀리 나가기 싫어하는 내가 한 주에 결국 3번을 왔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 것인가 보다.
도전해보지 않았다면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었겠나. 나이가 들어도 익숙한 것만 찾지 말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