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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Mar 02. 2023

이른 봄바다 돌사람을 보셨나요?

(2) 미포역에서 청사포까지

촉촉한 솔냄새가 마음에 배였나

한껏 기분이 좋아 걸음이 가벼워진다.

좀처럼 잘 내려가지 않는 길로 내려갔다.


인상 깊은 문구가 보인다.


몽돌과 바다가 만나 차르르 차르르


몽돌이란 파도나 해류의 영향으로 돌들이 닳아서 동글동글해진 돌을 일컫는다고 한다. 몽돌이 차르르 차르르? 소리가 좋다는 말인가?

나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고 길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파에 몸이 무거워 지나칠 장소다. 오늘은 나는 제비처럼 사뿐사뿐 내려갔다.


오. 뭐지. 아직 완전히 내려가지 않았는데 소리가 마중 나왔다. 차르르 차르르


나는 귀를 기울이고 엘리스가 된 것처럼 두근거리며 내려갔다.

눈사람? 아니, 돌사람인가?

제대로 보니 소원을 빌며 동그란 동들을 쌓아 놓은 것이다. 소원을 비는 작은 돌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은 가고 마음을 이어받고 해변에 남아 바다를 보며 소원을 대신 빌어주고 있는 돌사람들

나는 적당히 넓고 매끈한 바다에 같이 앉아 바다를 바라봤다.

밀려올 때는 조용한데 쓸려 나갈 때 돌들이 맞닿으면서 소리를 낸다.

차라라라 차라라라라

바다가 돌로 연주하는 음악회에 혼자 초대된 기분이다. 한동안 귀를 열고 저 먼바다를 한동안 바라봤다. 소원의 탑과 나만 남아 무엇인가를 한참 저 하늘 같은 소원들을 그린다.


엉덩이가 차가워진다. 나는 일어나서 탁탁 털고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난다. 등 뒤로

잘 가라는 듯 더욱 우렁차게 소리가 들린다.

차르르 차르르


이제 청사포가 가까워진다.

청사포는 무슨 의미일까. 길 가 표지판을 들여다봤다.

청사포  靑沙浦
청사포의 원래 이름은 '푸른 뱀'' 이란 뜻의
청사였다. 그 이름에 얽힌 전설은 예전에
이 마을에 살던 금슬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바다에 빠져 죽자, 그 아내는 해안가 바위에 올라 매일 같이 남편을 기다렸는데, 이를 애처롭게 여긴 용왕이 푸른 뱀을 보내어 부인을 동해 용궁으로 데려와 죽은 남편과 만나게 했다는 애틋한 전설이다. 그런데 마을지명에 뱀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다 하여 최근엔 푸른 모래의 포구'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전설이란 원래 눈물로 지어진 이야기인가?

동백섬의 전설도 그렇고 다들 슬픈 이야기다.

글을 다 읽고 바다를 바라본다.

물결이 마치 거대한 푸른 뱀의 등비늘이 요동치는 느낌이다. 뱀이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닐진대 푸른 모래로 바뀌었다. 저 바다는 그 사실을 알까? 우리가 뭐라고 부르던 저 바다는 늘 푸를 뿐이겠지.

나는 바다를 벗 삼아 다시 걸었다.


청사포로 들어선다. 높지 않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정다운 모양새다. 나는 아래로 내려가 지인이 추천한 카페로 향했다. 카페 2층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그렇게 예쁘다고 말한 곳이다.

가게에 들어가려고 문을 밀려고 하다 멈췄다.

오픈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고 근처 카페를 둘러봤다.

아쉽게도 보통 11시쯤 문을 열었다. 기다리려니 마땅한 곳도 없어서 발길을 돌렸다.


다시 해운대로 향했다.

안락한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감상 못한 것은 아쉽지만 행복한 산책이었다.


해운대의 세련된 바다와 아무도 없는 바닷길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코스다.

음식으로 치면 짜장과 짬뽕 같은 환상의 조합.


너무 좋다.
날이 더욱 따뜻해지면
더 오래 이 길을 걸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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