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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Mar 21. 2023

널 위해 준비한 부산 초필살 맛집이야

쫀득 고소하데이

널 위해 준비한 초필살 음식이야.

"이번에도 안되겠어."

분홍색 간판만 보고 오늘도 돌아선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사람이 없겠지.

평일 이 시간에 사람이 있겠어.

이런 나의 무지한 추측은 항상 실패로 돌아가고

그 실패는 흐르는 침으로 마무리 될 뿐이다.


"효롱님. 제가 두 시간 전에 미리 가겠습니다."

구세주가 등장했다. 일하는 시간이라 웨이팅이 안되는 나에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주는 말이었다.


얼마나 힘든 자리인가. 반장은 평소 하는 독서모임 지인들에게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비상소집을 발동했다.


역시나 눈치 빠른 미식가들은 안다,

맛집으로 유명해서 맛보기가 힘든 곳이라는 것을.


6명이 부리나케 일을 끝마치고 온다고 한다

울산에서도 차막힘을 감수하고 출발한단다.


위풍당당

향했다.

반드시 뿅 가는 맛이다.

이름하야 초필살 돼지구이 아닌가.

나는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이곳 오렌지상가는 한가했는데 이 집만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우리는 준비된 자이다.

이 집은 뭐니뭐니 해도 돼지껍데기 맛집이다.


이곳 입구에는 가슴아픈 전설이 있다.

"월클 BTS 정국 왔다갔는데 싸인 못받은 집"

종이에는 주인의 눈물 젖은 글씨로 한땀한땀 적혀있었다.

역시 BTS다 나보다 먼저 이곳을 점령하다니

우리도 이제 월드클라스의 세계로 진입해보자.

드디어 입장이다.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금방 상차림이 시작된다.

세가지 밑반찬과 각종 소스들이 나오고, 큼직한 양념게장이 가득 담겨 나왔다.

배가 고파서 반찬을 몇 점 먹었다. 와. 이 감칠맛! 찬 하나하나가 깊은 맛이 났다.

높아진 기대감 속에 반찬계의 BTS인 양념게장을 한입 베어 물었다.

속이 꽉찼다. 게의 탱글한 살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진다. 극락극락, 극락의 맛이다. 고깃집이 양념게장이 이렇게 억수로 맛있으면 어쩌노


주문을 물어보니 기본 7인분부터 란다.

우리는 먼저 돼지껍데기를 시키고 소금 구이를 같이 주문했다.

나왔다. 네모반듯한 돼지껍데기. 불판에 올려지자 돼지껍데기에 가득한 기름이 순식간에 지글지글 소리를 낸다.

탁탁. 옹골차게 기름을 품고 있었는지 튀는 기름의 기세가 사뭇 예사롭지 않았다.

맛있다면 이 정도 수고는 축포라 생각했다.

팍팍 터지는 소리에 위장도 반응하는지 배가 더욱 고파졌다. 처음에는 밝은 캬라멜 빛이 감돌던 돼지 껍데기는 점점 익어가며 노릇하게 구워졌다.

이건 못참지. 잘 구워진 고기 한 점을 낼름 입에 넣었다.

겉바속촉. 바삭하게 구워진 겉면에 속은 쫄깃쫄깃 촉촉하다. 역시 돼지껍데기라면 이래야지.

다시 한 점 들어 입에 넣었다. 이번에는 천천히 음미해봤다. 필살 돼지껍데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돼지 잡내가 없고 손질이 잘 되어있다. 촘촘히 가로 세로로 칼집을 잘 내 놓아서 식감이 매우 훌륭하다. 맛도 좋고 식감도 훌륭하니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알고 찾아오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 일행은 가벼운 돼지껍데기에 무거운 감동을 느꼈다. 다른 고기들은 어떨까

우리는 고기 메뉴를 보며 합의를 봤다.

"사장님 여기 아래에서 위까지 전부 2인분 씩 주세요."

이렇게 맛있는데 다른 메뉴도 궁금하니까


우리는 코스 요리처럼 하나씩 정복했다.

각자 감상을 한마디씩 해보니 우리 모임에서

순위가 어느정도 정해졌다.

일단 제일 맛있는 것은 역시나 돼지껍데기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회원마저 엄지를 척 들었다. 다음으로 맛있는 것은 두 가지인데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맛이다.


뚱돼지 갈비와 특급대패

뚱돼지 갈비는 자극적이지 않고 입에 자연스럽게 술술 들어가는 맛이다.

특급대패는 특이하게 둥글게 잘렸는데

대패라고 보기에는 두껍게 썰려져 있다.

생김새도 얼핏보면 소고기같고 맛도 돼지고기와 소고기 중간 맛이 난다고 해야하나

특이한 모양과 식감. 한번쯤 먹어봐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필살돼지 고기가 앞으로는 소문이 안날 수도 있겠다.

말그대로 오는 사람이 모두

맛에 껌뻑 죽으니 소문 낼 입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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