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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Nov 09. 2022

#1 오늘의 주인공은 너야 -부산 독서모임

논픽션 해운대 독서 살롱 1장(1)

두피에서 기름기가 러나온다

퀭한 눈빛의 효롱은 허우적 집에 돌아간다.

교대근무하는 직업 특성상 효롱은 나흘에 한 번씩은 밤을 새운다.


인간은 해바라기와 같은 걸

태양을 바라봐야만 제대로 된 하루를 보낼 수 있

순리를 거스르고 밤을 새운 날이면, 늦은 시간 느끼던 검은 밤처럼 다크서클이 진다.


지칠 때도 있지만 오늘 효롱은 피곤함보다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다. 친구 없는 내성적 40대 아재를 떨리게 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없다.

해. 운. 대. 독. 서. 살. 롱

내가 운영하고 있는 부산 독서모임이다.


오늘 저녁은 해운대 독서 살롱 소모임이 있

해운대 독서 살롱 정기모임은 한 달에 한번 하지만

오늘은 비정기적으로 하는 소모임이다.


효롱은 직장 일로 멀리서 왔다갔다 하는 시간을 보냈이렇게 평일에 하는 모임 참석은 처음이다.


달이 뜨기는 이른 저녁,난 소파에 앉아있다.

제목을 알 수 없는 재즈가 나온다.

은 너무 밟지 않게 주황빛이 도는 간접 조명을 키고

8시 모임을 기다리며, 마음의 준비삼아 작은 깜짝 선물처럼 글을 적고 있다.


오늘 모임 주최자는 1퍼센트님.

그는 해운대 독서살롱의 든든한 운영진이다.

1퍼센트님은 거의 처음 오프모임을 시작할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했 어찌보면 우리 작은 왕국의 개국공신 같은 존재다


효롱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와의 첫 만남이 어떤 책을 가지고 모임을 했을 때인지 아득해 명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허나 책 내용은 별처럼 흐려졌지만 그의 모습은 아침해처럼  떠올랐다


처음 그를 봤을 때, 그는 몸에 딱붙는 셔츠를 입고, 맥북 노트북을 방패처럼 앞세운 순박해보이는 장군 같았다.

지금은 살을 많이 뺐지만 그땐 현재보다 조금은 후덕했던 인상이였다고 생각된다.


그도 나처럼 친구가 없었던 걸까

아니면 나처럼 초면에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인걸까


지금 이 논픽션 해운대독서살롱을 그가 읽는다면

"효롱님 제가 그랬었나요?"라고 말할듯하지만.

확실히 첫 모임에서, 그의 눈빛은 은색 맥북에 빛나는 사과 로고처럼 반짝반짝 떨리고 있었다.


약간 경직된 자세, 그의 목소리는 그 스스로 의도했던 것보다 작은 목소리였으리라.

참 인연은 계산하는 것이 아닌가보다.

그렇게 금방 떠날것 같던 인연이 이렇게 오래될 줄이야.

(감사합니다. 1퍼센트)


근 4년을 모임 진행을 맡았던 부작용인가

효롱은 오늘 모임에 1퍼센트님에게 묻고 싶은 것이 2가지 생겼다.

하나, 그동안 독서모임이 1퍼센트님에게 어떤 영향을 준것 같나요?

둘, 왜 소모임을 주최하셨나요?


이제 모임 나갈 책을 고르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난 초등학생같이 못난 글씨로 두 가지 질문을 적고 네모난 가방에 넣었다.



효롱은 서재에서 책을 고른다.

충전한 휴대용 스피커를 고이 가방에 넣어두고,

마지막으로 탄창에 총알을 꽂듯 텀블러에 커피 꽉꽉 채웠다


책,음악,커피

역시 오늘도 독서삼합!

나의 무기는 준비되었도다.


갈색체크 무늬, 사람 얼굴만한 작은 가방을 메고

해운대독서살롱으로 행군시작한다


약간 이른 시간 모임장소에 도착했다

모임장소는 아주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

밝은 조명과 깨끗한 건물이 퍽이나 마음에 든다.

학교도 그렇다. 정시에 오지 않고 일찍 와서 준비하는 모범생들이 있듯이, 룸에는 1퍼센트님과 여름귤님이 와 있었다.


1퍼센트님은 직사각형의 테이블의 가장자리에 손님마냥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1퍼센트님. 오늘 주최자자나요. 중앙으로 가세요."

효롱은 자신이 앉기도 전에 억지로 1퍼센트님을 책상 센터에 자리잡게 했다.

"아~ 나 주목 받는 것은 싫은데"

그는 못내 한소리를 한다. 산책하다 집으로 끌려가는 덩치 큰 강아지처럼.

오늘의 엔딩요정은 1퍼센트님이라까요. 


효롱은 1퍼센트님을 위해 급히 이전의 소제목을 고쳤다.

논픽션 해운대 독서살롱1장(1)- 오늘의 주인공은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 앞에서 주인공이 되기 어렵다.

효롱은 가끔은 생일이 아니라도 주인공이 되는 날도 멋진 경험이라 생각했다.


주인공 1퍼센트님의 옆에는 베이지색 상의를 입은 여름귤님이 앉았다.

2년 전 모임에 여름귤님이 참석한 기억이 났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그녀가 웃었다.

평온한 인사와 미소

간결하다.

효롱은 더 깊이 그간 생활을 묻지 않는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저 수많은 인간관계에 지쳤을 사람들에게

적당한 거리에 서서,

편히 이야기할 모임으로 남고 싶어서다.

분홍님도 참석했으면 그러했으리.


효롱은 1퍼센트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섬주섬 휴대용 스피커를 꺼냈다.

카페매장에 나옴직한 재즈를 튼다.

그윽한 음악이 커피향기처럼 빈 공간을 꽉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좋구나


회원들이 모이고 모임이 시작되자마자

효롱은 날카롭게 숨겨둔 질문 2개를 꺼냈다.

"1프로님 진행하시기 전에 죄송한데 제가 질문 먼저 하나 해도 될까요?"

찰나의 멈춤

이내 여유로운듯 1프로님은 효롱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1퍼센트님도 모임에 나온지 꽤나 되었잖아요. 궁금하네요. 해운대 독서살롱이 1퍼센트님에게 어떤 영향을 준 것이 있나요?"

질문을 듣자, 수업시간에 정답을 아는 질문을 받은 학생처럼 1퍼센트님은 웃었다.

"네. 좋았죠. 좋았어요."

따뜻한 탕에 들어 앉은 아저씨처럼 흐뭇한 표정의 1퍼센트


효롱은 더욱 다음 말에 집중했다.

"일단 부산에 온지 얼마 안된 시점이어서 얘기할 친구가 없었는데, 우리 모임은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친구가 없구나 역시 님과 저는 웃픔의 동족이었군요

"이 모임 좋아요. 그런거 있잖아요. 전 사실 신나게 노는 것도 좋아해요.

그런 모임도 해봤고요. 그런데 다르더라고요."

"뭐가 다른거죠? 1퍼센트님."

"헤어지고 나서도 좋은 기분이 남아요. 그게 결정적인 차이예요. 술자리도 좋죠. 어쩌면 그런 현장에서는 더욱 즐거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뭔가 가슴이 허전해요.마치 총 맞은 것처럼요."

총을 맞았단 표현에 참석한 회원들은 다같이 웃었다.


효롱은 생각했다.

1퍼센님이 말하는 우리 모임과 그런 모임의 차이는 무엇일까?

월요일 시험을 앞두고, 일요일 하루 종일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고 난 후의 허무함 같은 것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효롱이 책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란 것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감정은 그냥 우연히 떨어져 나온 나무껍데기가 같은 것이 아니라,

정보가 나라는 컴퓨터를 통해 도출되는 어떤 결과값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이유를 모른다해도 "감정"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효롱은 한때 행복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 고민하던 때가 떠올랐다.

대학을 다닐 때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교수님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고 한다.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이제는 솔직히 말할 수 있다고 하셨다)

친구가 사법고시가 떨어지고, 혼자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큰 서류 가방이 있었단다. 영화처럼 가방에는 틈이 없을 정도로 현금이 꽉차 있었다. 집에 돌아와 한달정도는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신문에 나지도 않고, 찾는 사람도 없었다. 아마 검은 돈이었을 것이다. 그 친구는 이후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며 살았단다. 아들도 그 재력을 바탕으로 사법고시를 합격해서 소원성취하고, 어여쁜 여인과 결혼해서 그렇게나 잘 산다. 이제 교수님처럼 노인이 된 그 친구는 지금도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교수님의 친구분의 "행복"과 내가 찾고 있던 "행복"의 차이는 무엇일까

누가 찾을까봐 불안했다던 한달 정도의 리스크?

아니면 스스로 번 돈이 아니라는 도덕적 회의감?

사실 여러분도 한달 정도의 불안과 약간의 죄책감으로 100억을 바꾼다면,교환하지 아니할 수 있는가?


효롱은 철학자도 아니고, 엄청난 위인도 아니다. 그냥 효롱은 효롱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 행복의 맹점을 찾지는 못했다.

단지 생각했다

그 친구분의 행복에는 "가득찬" 행복의 감정이 없어

내가 진정 행복할 때는 무엇인가 나를 가득 "채우는" 감정이 있었고

내가 진정 슬플 때는 내안에서 무언가 다 "비운듯한" 감정이 있었거든.

그리고 효롱은 멋대로 1퍼센트님의 답에 대해 생각했다. 1퍼센트님은 우리 해운대 독서살롱에서 허무한 "비우는" 감정이 아닌 "채우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구나.

그건 좋은 것이 맞으니 좋은 것이다.

그래서 앞선 질문보다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간결했다.


두번째 질문, 왜 소모임을 주최하셨나요?

좋으니까 아쉬워서 자주 하고싶어서




해운대 독서살롱 오픈톡(누구나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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