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글을 썼다. 쓰고 싶은 글을 올렸다. 처음에는 화면을 채운 글자들이 마치 첫눈 내린 들판에 남긴 발자국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글을 쓸수록 마음은 점점 가라앉았다.
지금까지 적은 에세이를 다시 읽어보니, 학창 시절 새벽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감상문 같다. 조회수도 나오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단순히 쓰기만 하는 건 싫다. 잘 쓰고 싶다. 그때부터 시중의 작법서를 찾아보고 인터넷에서도 관련 글들을 닥치는 대로 읽어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문제점은 '간결체'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조차 짧고 자극적인 쇼츠(Shorts)에 길들여졌는데, 대중에게 길고 어려운 문장이 쉽게 읽힐 리 없었다.
처음 적은 글을 다시 찾아봤다. 문장은 길고, 욕심이 앞서 수식어가 너무 많았다.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꾸며낸 말들을 뺐다. 긴 줄을 가위로 자르듯 문장을 나누기 시작했다. 쪼개진 단문의 글들이 다시 화면을 채웠다.
'간결하게 쓰자.' 글을 쓸 때마다 이 말을 항상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적은 글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민무늬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소개팅에 나간 것처럼, 격식을 차려야 할 장소에 성의 없이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간결하기만 한 글은 예쁘지도, 개성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간결하게, 더 간결하게... 세상이 나에게 맞추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세상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꽤 오랫동안 문장의 지방을 빼려 노력해 왔다. 사실 이것은 늘 붙어 있는 뱃살처럼 지금도 나를 괴롭힌다.
욕심을 버리자. 아니, 버리려고 노력이라도 하자. 지금도 나는 다짐한다.
(하지만 이 짧은 글에도 아직 기름기가 너무 많다.)
이 글은 마흔 이후 브런치에서 독학으로 글을 쓰며 출판 제안을 받고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를 출간하기까지의 과정과 기술을 솔직하게 나누는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