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장은 이것에서 시작된다

13화

by 효롱이

욕심을 버렸다.

단문을 사용했다.

짧은 문장은 비문을 줄이고 가독성을 높여주었다. 토막 난 문장들은 아침에 들이키는 숭늉처럼 과하지 않게 술술 읽혔다.

그런데도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아, 쓴 글들을 계속 모아두기만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래, 간결한 문장에는 ‘멋’이 담기지 않았다. 수식어가 줄어든 글은 잘 읽히기만 할 뿐, 감칠맛이 부족했다. 혼자 쓰고 또 쓰다 결국 펜을 놓았다.

글쓰기를 늘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이 쓰는 것이지만, 다른 글을 읽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나는 혼자 쓰는 것에 한계를 느꼈고, 영감을 찾아 떠나는 예술가의 마음으로 명문장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작업은 교수가 자료 샘플을 모으는 일과 닮아 있었다.

예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소설을 다시 뒤져보기도 했다. 명문장이라 불리는 글들도 찾아 모았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명문장’을 모아둔 책을 여러 번 반복해 읽었다. 수많은 문장들을 조각내어, 자음과 모음을 유리판 위에 올려두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곱씹었다.

‘왜?’
‘왜 이 문장들은 이렇게 멋진가?’

첫눈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문장도 있었고, 얼핏 스치면 지나칠 만큼 평범하지만 묘하게 끌어당기는 문장도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 문장들을 명문장으로 만드는 걸까.

당연히 답은 없었다. 문장 아래에 ‘왜 이 문장이 좋은지’에 대한 해설이 붙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닮고 싶었다.

문외한이 고려청자를 본다고 해서 그 안에 숨은 여백과 곡선의 미를 단번에 이해할 수는 없다. 그래도 안목을 기르기 위해 계속 보고 또 본다. 나 역시 그랬다.

어떤 명문장은 따라 할 수 없는 천재의 기교를 품고 있었고, 어떤 문장은 넘볼 수 없는 통찰로 빛나고 있었다. 문장 자체로 완성된, 말 그대로의 ‘명문장’.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런 문장들은 내게 큰 의미가 없었다. 나는 감상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초보자인 나도 명문장을 만들고 싶었다. 저토록 찬란하지는 않더라도, 어둑한 길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정도의 빛이라도 내고 싶었다.

결국 하나의 실마리를 찾았다. 정답은 아니었지만, 문제집의 주관식 답란에 적을 수 있을 만큼의 생각이었다.

내가 찾은 시작점은 문장이 아니라 단어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멋진 문장은 잘 만든 음식과 같다는 것을. 음식을 잘하려면 칼질 같은 기술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재료다. 식재료가 신선해야 한다. 재료가 좋으면 기술을 뛰어넘기도 한다.

나는 기록해 두었던 명문장들을 다시 펼쳐 보았다.

그래, 신선한 재료.

감성이 살아 있는 단어들.

그때부터 생각을 바꿨다. 왜 이 문장이 명문장이 되었는지를 따지기보다, 왜 이 단어는 좋은 단어가 되었는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왜 이 단어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단어가 되었을까.

나는 다시 그 질문 앞에 앉았다.

그리고 또 한 번, 나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납득시킬 이유를 찾았다.



이 글은 마흔 이후 브런치에서 독학으로 글을 쓰며 출판 제안을 받고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를 출간하기까지의 과정과 기술을 솔직하게 나누는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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