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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Dec 18. 2022

행복을 찾다가 독서모임

에필로그

첫눈이 내린다.  나는 하얀 김이 올라오는 초콜릿빛 모닝커피를  파란색 머그컵에 담았다.

떨어지는 눈꽃을 보며 마시는

새벽 첫 커피의 맛이란. 음...

커피를 마실 때 진정한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빈 속의 커피는 몸 건강에는 좋지 않다는데

정신 건강에는 이만한 게 없다.

난 카페인에 취해  마지막 눈 감는 날에도

쉬이 잠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첫눈, 첫 잔, 떠오르는 태양

내 생각하기에 "처음"이란 것은

태고부터 사람을 울리는 신비한 떨림을 간직하고  내려오는 전설과도 같은 것 같다.


나는 다른 이보다 특히 이 처음이란 것이 어렵고

지금도 힘들어, 이 글 첫 문장 "첫눈이 내린다."라는 문장조차 녹았다 내리는 눈처럼 지웠다, 고쳤다, 지웠다, 바꿨다를  반복했다.


그라시안은 아름다운 시작보다 아름다운 끝을 선택하라는데,

 난 그처럼 위대하지 않아,

아름다운 시작이 아름다운 끝을 가지고 온다

믿기에 더욱 어려운 것인가 보다.



나는 떠올린다, 우리 독서모임이 시작되던 날을.

사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내 앞에는 분홍이 있었고, 우리 둘은 각자 책을 읽고 있었다. 조금씩 졸려오던 일요일 오후 2시 정도 되었을 터다.


"너무 우리 둘만 있나"

그녀는 나른한 목소리로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누군가 만나볼까"

내가 말을 꺼내자, 책에서 눈을 떼고 서로를 마주 보고 동시에 말했다.


"우리는 둘 밖에 친구가 없잖아."


그럼 만들어보자. 힘들었다. 내성적인 두 사람이  모임을 한다는 것은.


혼자가 둘이 되고 다시 넷, 여덟이 된다는 것은.

늘어나는 대출이자보다 무섭게 압박해왔다

우린 서로 떨었지만, 그래도 둘이라 손을 꼭 잡고 시작할 수 있었다.


그녀와 나는 행복하기 위해 해운대로 내려왔고, 행복하기 위해 책을 읽었으며, 더 행복해지기 위해 독서모임, 해운대 독서 살롱을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우리는 행복을 찾다가 독서모임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모임 중심에는 항상 책이 놓여있다. 흡사 책을 가운데 두고 둥글게 다 같이 손을 잡고 춤추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책이 아니었다면 우리들의 수많은 이야기는 없었을 것이고,
책 없는 커피는 또한 얼마나 씁쓸했을까

사실 어렸을 적 나는 책을 가까이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고, 그저 숨을 쉬는 것과 같은 당연한 행위였다.우리가 공기를 의식하지 않듯 그 소중함을 잊고,

진정한 의미로 책은 내게 그저 책일 뿐이었다.

그래서 얼마간 책은 내게 잊힌 옛 친구와

같은 관계가 되었다.


그러다 내 나이 40에 접어들 때쯤

책을 다시 보니 어릴 적 친구 같은 책이

부쩍 자라 있었다.

사실 책은 그대로였지만 진정한 책의 크기를 어린 나는 가늠하지 못한 것이리라


마흔의 책이란 건 이렇게나 향기로운 내음을 간직한 건강한 맛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3이란 숫자를 가지고

간 세월은 내게 가르쳐 줬다.

책은 삶에서 나오고, 삶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함께'살아가는 것임을

그래서 책을 통해 각자 삶을 살아가며,

함께 나누어야 책을 진정으로 읽게 되는 것임

알게 되었다.


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만으론 더더욱 부족하다

사람 없는 책은 아집을 낳고

책 없는 사람은 어리석어진다

책과 삶이 함께 해야 완성된다.


나는 이 생각이 너무나 소중해져 글을 적고 싶어졌다. 내가 적고 있는 글들은 해운대 독서 살롱 그 자체다.

나는 단지 해운대 독서 살롱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바퀴를 잉크에 묻히고 종이에 그저 굴린 것뿐이다.


그래서 특별한 것이 없다. 각자의 삶 이야기가 나오고 간간이 책 이야기를 하는 우리의 모습이 삼삼한 듯 그대로인 것이다.

특별한 것이 없기에 나는 이것을 더 특별 생각하며, 소중히 간직한다.


나는 책과 각자의 삶이 사람과 만날 때 핵융합 반응하듯 엄청난 에너지가 나옴을 느꼈다. 고요함 속에 한순간 일어나는 열기는 5년이 지나는 요즘도 흠칫 놀랄 때가 많다.


나는 여러분 중의 하나로써, 독서모임 운영진 효롱으로써 권하고 싶다.


안다

도전은 낯설고 시작은 힘들다

그렇다 해도 나아가라

책을 읽고 사람과 만나라



여기를 누르면 해운대독서살롱 오픈톡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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