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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Dec 16. 2022

연예인도 몰래 혼자 가는 제주 식당

제주도 맛집

"효롱씨 뭐해요. 30분 남았어요. 빨리 오픈톡에  마지막 확인 공지 올리세요."


일요일에도 일을 하고 온, 나 분홍의 목소리의 끝이 미묘하게 올라간다. 나는 일요일 진료를 끝자마자 독서모임을 하러 길을 가다, 전화받는 효롱이 때문에 길에 멈춰 섰다. 검은 배기가스가 파도처럼 인도로 흘러들어와 효롱의 얼굴을 스쳤다


아. 이렇게 바쁜 받는 날이면 생각난다. 제주도 그리고 나의 흑돼지들

제주도에서는 흑돼지가 있어서 피로에 찌들 시간도 없었는데.....


사실 오늘처럼 너무 바빠 지칠 때도 있지만, 맑은 제주도의 기운이 도왔나. 광안리에 준비하던 소아과 병원이 예상보다 잘 돼서(이게 또 엄청 엄청 엄청 할 말이 많아 다음에 또 이야기하겠다) 일요일에도 감사하게도 분주히 일하고 왔다.


제주도에서는 이렇게 하루가 피곤하면 고기를 먹었다. 지글지글 소리를 들으며, 입에 기름칠 좀 하다 보면,

언제 그랬? 내 지방 밑에 숨어 있던 힘이 샘솟아나 즐겨 먹었다.


노자께서 말씀하시길 처음과 끝을 같이하라 하셨다.

난 앞서 첫끼 시작의 음식을 소개했으니, 마지막 음식도 소개하는 게 좋은 마무리인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신중히 글을 적는다


제주도에서 마지막 전 날은 무조건 먹어야 하는 음식!

제주도 흑돼지


하지만 유명한 만큼 너무나 많은 곳이 있지.

맛집 중독자 분홍이가 제주도 고깃집을 샅샅이 다녔다. 직접 내가 뜯고 맛보고 음미하고 느낀 후 강추하는 곳이다.

아 물론 내가 먹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어서 열심히 먹었다......

고 생각해 달라.


일당 야무지게 잘 먹으려면, 잘 알아야 한다. 모르고 가는 여행보다 알고 가는 여행이 더 즐거운 법이니까


일단 모두들 한 번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 흑돼지는 왜 맛있나?


여기에 대한 답도 참 설왕설래가 많더라.


먼저 우리가 먹는 흑돼지는 제주도에 있던 토종 흑돼지는 아니다. 개량종 제주 흑돼지로  영국에서 건너온 버크셔의 개량으로 날 때부터 해외 물 먹은 유학파 돼지다.


에이. 원조집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아니라서 실망했다구? 섭섭해하지 마라. 원래 있던 토종보다 크고, 맛도 훨씬 있다고 한다.


사실 흑돼지가 맛있다는 것은 느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겠지만 유전자에서 이미 다르다고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 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는 제주 재래 흑돼지가 국내의 일반 돼지보다 근내지방 함량과 적색육이 3배 이상 높은 것을 발견했다고 하니 그만한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로는 제주도의 맑고 깨끗한 공기와 현무암을 지나온 신선한 지하수도 한 몫하는 것 같다. 사실 제주도에서 백돼지를 먹어도(도민들도 흑돼지는 비싸서 보통은 백돼지를 먹는다는 것은 안비밀) 맛있으니까.



그래도 우리에게 이유보다 중요한 것은 뭐다? 당연히 맛이지. 그럼 그 많은 흑돼지 집 중 맛집은 또 어디냐


고깃집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고로 꼽는 곳은


뚜둥

고깃집 나와라. 맛있는 흑돼지 내게 오라

내가 왔다. 오라니 오마

오마카세 흑돼지 맛집


소못


난 몰랐는데 내가 육지로 오고 난 후 환승연애(?)라는 방송에서 소개되어 인기가 많아졌다는데, 왠지 나만의 숨은 맛집이 공개되어 버린 것 같아 아쉬움도 있지만 맛은 나누어야 같이 살찌는 법이니까.


그래도 소못에 관해서라면 사람들이 모르는 나만이 아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난 소못이 정식 오픈하기도 전에 테스트 가오픈 시절에 이미 갔었다.

그래서 소못 사장님이랑 인스타 친구이기도 하다.

(그때는 걱정도 많으셨는데 잘되어서 글로나마 멀리서 축하한다는 말 전하고 싶다)



그러니 난


소못의 산 역사는 너무 거창하고

소못에서 살찐 의사 정도는 된다

는 말이다



일단 기억을 되살려 소못으로 들어가 본다

나도 처음에는 지나칠 뻔했는데, 뭔가 세련된 블랙에 주황색 빛이 카페인가 했다. 그리고 문 앞에 놓인 술을 본 후, 수족관에 해동되고 있는 고기를 보고야 고깃집인 것을 알았다.


붉은 벽돌에 검은색이 잘 배치되어, 어찌 보면 레트로 하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세련되게 보인다.


그럼 빨리 들어가 볼까



자리에 앉으면 저렇게 네모 반듯한 개인 화로가 있다.

저곳에서 우리를 위한 작은 고기 파티가 벌어진다



자! 고기를 보아라


맛없으면 안 된다. 저런 고기가 맛없을 리도 없다.

그냥 육즙 머금은 신선한 고기가 살아서 팔딱 뛰어올라 내 입으로 푸욱 들어올 것 같다.


관자놀이, 가브리살, 항정살, 목살, 뽈살, 삼겹살 등살들,

이제 곧 내 살이 될 이 살들을 보니 난 지금 제주도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다.


잘 세팅된 야채와 고기를 보다 사진을 찍은 것이다.


굽고 있는 고기가 아니다. 소고기도 아니다.

 당신은 돼지고기를 굽기도 전에 찍어본 적이 있는가? 그만큼 이곳 고기는 접시와 그릇 그리고 고기가 한 장의 그림이라는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정도의 고수라면, 제일 맛있는 라면이 뭔지 알지 않나?

당연히 남이 끓여주는 라면



고기 전문가이신 셰프님께서 최적의 시간, 최고의 한입을 위해 구워주신다.


지글지글 지


녹음하고 싶을 정도로 경쾌한 고기 굽는 소리

어쩌면 이때 제주도의 봄비가 내렸던 것일까

흡사 불멍을 하며 쓴 우산을 때리는 고요한 울림과 같다. 좋아 좋아 매우 좋아


럴수럴수 이럴 수가

그런데 이게 누구야. 아직 많은 사람이 알기 전에

저기 앞에 혼자 몰래 온 연예인이 있다

데*콘 당신은 찐이셨군요. 존경합니다.


여러분에게 말해주고 싶다.


제주도까지 왔으니 흑돼지 플렉스 한 번쯤은 괜찮잖아


난 지금 다시 제주도의 추억을 안고 새로운 독서모임 장소로 가고 있다.

하얀색 표지의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를 들고 제주도 추억에 걸려 비틀거리며 걷는 중


효롱이가 이번 발제를 했다(사실 효롱이가 매번 한다)


발제) 행복의 역치가 높아졌다면 이것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소못의 흑돼지는 분명 우리의 고기에 대한 행복 역치를 높일 것이다. 이후 우리는 이것을 낮출 고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알고 너도 안다.


그래도 일단 먹어보고 고민하자


오늘은 소못

가자 가



이것으로 홍의 제주도 에피소드가 7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와 제주도에서 돌아온 후 좌충우돌 병원 혼자 개원 준비하기 에피소드도 있지만 <해운대 독서살롱>의 방장이자 일원으로 다른 책을 통한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하기에 매듭 짓겠습니다.


저의 제주도 에피소드가 궁금하신 분은

1편 : 갑자기 여의사가 제주도로 간 까닭은?

부터 매거진 순서대로 쭈욱 읽어보시면 됩니다.


긴 제주도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하며

여러분에게도 글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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