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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Dec 19. 2022

이제 나만 좋아하는 슬픈 해운대여!


추운 겨울 아침이다,

나는 갈색 털이 달린 검은색 패딩을 입고 동백섬을 걸었다. 주머니에는 핫팩을 넣어놓아 가슴 쪽이 따끈했다.

아침에 갓 내린 커피를 전기포트에서 팔팔 끓인 깨끗한 물과 섞어 초록색 텀블러 담아 나온 터라 언덕을 갓 오르기 시작했을 때 뚜껑을 열었다.

추운 날씨 탓에 꽉 조인 텀블러가 열리면서 뻥 소리가 났다. 구멍 사이로 하얀 수증기가 작은 안개처럼 흘러나온다. 향긋한 커피 냄새에 기분이 좋아 급히 한 모금 입을 대니 순간 안경에 김이 서려 시야가 희미해졌다. 나는 대충 안경을 슥슥 닦고, 후하고 분다.


걸으며 마시는 커피 한 모금. 아. 정말 맛있


나는 이 순간을 음미하기 위해 완보한다. 천천히 커피를 삼킨다.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쯤 앞을 보니 떠오르는 일출에 하늘이 물들며, 흡사 투명한 크리스 잔에 붉은 잉크가 떨어진 듯 천천히 퍼지는 게 장관이다

아름답다. 부

멋지다 해운대.

내가 사랑하는 해운대의 아침이여


나는 들고 있던 텀블러 뚜껑을 다시 꽉 돌려 단단히 막아 백팩에 넣어두고,천천히 바닷소리를 들으며 생각해본다.

내가 해운대로 온 지 얼마나 되었으려나

아...내가 부산에 내려와 산지 햇수로 벌써 5년이 넘어가는구나.


 세월은 언제나 내 등 뒤로 보이지 않게 걷는 것 같은데 인식하면 저 멀리 앞서 걸어가는 것 같다.


해운대에 대한 나의 애정을 그리라면 분명 따뜻한 빨간색일 것이다. 이 색감은 해가 지날수록 퇴색되지 않고 두터운 붓으로 덧칠하듯, 짙어지고 있다.


잠시 전망대 등대에 서서 바다를 바라본다.

동백섬의 겨울바람은 정신을 바로 세우게 하는 힘이 있다.


덕분에 나는 맑은 정신으로 바다를 바라보다, 그 무상함에 지겨울 때쯤, 고개를 돌리면 층층의 건물들의 현대적 미가 또 한번 새롭다. 이렇게 자연과 바다가 같이 있는 마치 풍경계의 단짠단짠 조합 아니겠는가. 이러니 매일 바라봐도 질릴 수가 없는 것이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나는 가슴 앞으로 양팔을 마주 걸며 생각을 떠올렸다. 어제 직장 선배의 이야기다


"효롱씨 나는 윽시로 이해가 안간데이. 뭐가 좋다고 해운대에 사는지. 내 어릴 때는 거기가 어떤 동네였는지 아나? 하여튼 난 술 마시러 몇 번 가고 간 적이 없다."


나는 서글퍼졌다. 나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그런 것은 니다. 마치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를 누군가 탓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만 같았다.


그런 것은 아닌 것은 알지만 이제 나만 좋아하는 해운대가 돼버린 감상에 젖었다.


나는 생각난 김에 부산 인구수를 검색해봤다.



확실히 인구가 줄고 있다. 비단 부산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럼 해운대구를 볼까


마찬가지다. 2010년 이후 꾸준히 줄고 있는 것이다.


이런 큰 흐름은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초라한 숫자에 내 마음은 식지 않고 오히려 결심이 피어났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세상은 야속한 게 아니다. 그것은 그저 그대로 있을 뿐이다. 개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면 되는 것뿐이다. 정말 그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그저 내가 좋아하는 글로 당신에게 전달해주려 한다.


억지로 꾸미고 싶지 않다. 그대로 보여준다 해도 이곳은 충분히 아름답고 사랑할만한 곳이다.

몇십 년 토박이보다는 못하기에 공부하며, 내가 경험한 것들을 진솔하게 적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사는 해운대부터 시작한다.


해운대는 언제부터 해운대로 불렸을까

해운대란 명칭은 통일신라 말기 문인이었던 최치원이 해운대 해수욕장 근처를 방문했다가 소나무와 백사장의 절묘한 조화가 아름다워 자신의 호인 해운(海雲)을 따서 붙인 지명이었다.


역시나 그렇구나. 해운대는 예부터 아름다워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떼어주고 싶을 정도로 빼어난 곳이었다.


앞으로 나는 거창한 무엇인가를 소개할 생각은 없다.


내가 직접 겪은 맛집과 카페, 산책길, 좋아하는 골목과 문화가 전부다. 모르는 것은 공부하며  특히 진실하게 적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싶다.


나는 부족하지만 글은 신비롭다

우리가 느낀 바를 글로 같이 접했을 때,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던 감정은 더 빛나게 된다.


앞으로 적을 내 작은 글로, 당신의 감정에 한 방울의 빛이라도 더해 해운대가 더 아름다워지길 바란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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