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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Dec 22. 2022

부산 여행 1번지는 당연히 이곳

바다 앞에 섰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라고 누군가 말했다.


나는 묻는다.

왜 바다 앞에서 생각나는 사람인가?

왜 하필 바다일까?


해변에 선다. 아침 바다를 본다. 바다가 세상을 가른다. 지구를 하나의 선으로 그어 아래는 푸름 위는 붉음으로 나눈다. 뒤로 돌아보면 수많은 사람과 차, 건물 등 수많은 선들이 있다. 다시 앞을 본다. 단순한 수평선 하나. 그 광활한 소박함이란!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솔직하게 만든다. 따로 계산하던 머리가 바다같이 깨끗해지며 이런 투명함 속에서 굳이 떠오르는 건 사랑일터다. 그래서 그 누군가는 바다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사랑이라 말했나 보다

그래서 나도 해운대를 누군가에 소개하려니 제일 먼저 저 태양처럼 바다가 떠올랐다.


슬슬 걸어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침 산책.

1.5km의 하얀 모레를 친구 삼아 걷는다(백사장 길이가 1.5km이고 폭은 70~90m이다)


해운대에서 살고 있다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돈이 많은가 봐요?"

제일 억울한 질문이다. 아니요 제 집은 저만큼 나이를 먹었답니다. 좋은 곳에서 살지 않아요. 그럼 또 한 번 묻는다

"그럼 왜 거기 살아요?"

제일 쉬운 질문이다. 좋으니까요. 당신의 사랑에 이유가 없듯 나 또한 그러하다. 해운대에 대한 내 사랑은 저 바다에서 출렁이며 시작되는 것이다.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좀 걷자니 역시나 날이 춥다. 모든 야외가 그렇겠지만 여름과 바다가 이렇게나 다른 곳이 있나 싶다. 뜨거운 태양이 뜨는 날이면 수많은 사람에 바다가 북적이건만 겨울바다는 고요하다. 하지만 나처럼 책을 좋아하고 조용한 것을 즐기는 이에게는 겨울바다 또한 별미다.

너무 춥지 않을 때는 가벼운 의자를 들고 와서 잠시간 책을 읽는다. 이게 바로 진정한 오션뷰 아닐까

가까이서 바다를 보니 여러분에게 억울한 해운대 바다가 할 말이 있다고 한다.

"제 물은 더럽지 않아요."

맞다. 수십만의 인파에 끼여 해운대를 찾은 기억이 있는 사람 더러 수질은 나쁘다고 오해하는데 오히려 다른 해수욕장보다 깨끗한 편이다. 여름바다도 그런데 겨울해운대 바다는? 뭐 말할 필요 있겠나.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도 순수해져 난 가끔 바닷물을 만지며 놀기도 한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의자를 챙기고 묻어있는 모래를 탁탁 턴다. 아침햇살처럼 모래가 흩어지며 떨어진다.

내가 굳이 모래를 언급한 것은 사실 이 또한 자랑하고 싶어서다. 탁탁 털면 팍팍 떨어지는 모래. 얘네는 춘천천 하류 강변에서 오랜 세월 바람과 놀다가 온 애들로 실제로 깨끗하고 잘 떨어지는 양질의 모래라는 거다. 모래조차 좋은 곳. 그곳이 내가 가히 부산 여행 1번지로 해운대 해수욕장을 꼽는 이유다.


책과 바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홀로 여행을 하려는 이에게 한 가지 책을 추천하겠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이 책의 간결하지만 빛나는 메시지들을 접하지 못한 이들은 없을 것이다. 본인은 안 들어봤을 거라고요?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네. 이 문구가 이 책에서 나왔습니다. 흥미가 좀 나시나요?


사실 겨울바다를 개인적으론 좋아하지만 많은 이가 찾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생각건대 눈 내리는 바다를 찾는 사람은 버리거나 잊기 위한 사람들일 것이다. 복잡한 생각이나 고민을 버린다. 사람을 잊는다. 세상을 잊는다. 그런 비우는 과정을 통해 본연의 나를 찾고 싶은 사람일 것이다. 갈매기의 꿈이 그러하다. 한계를 깨는 갈매기, 자아를 찾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얼마나 멋진가.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갈매기의 꿈을 읽는다는 건.(혼자가 아니라 연인이라면 이 또한 얼마나 부러운 광경인가)



당신에게는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길을 알려주겠다.

일단 해운대에서 웨스턴 호텔 방향으로 걸어가라



그리고 동백사거리로 가는 방향으로 가다 더베이 101방향인 좌측으로 틀어라. 그리곤 마린시티 방향으로 계속 걷기만 하면 된다. 이 루트의 장점은 일단 길이 깔끔하고, 바다를 끼고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걸어야 광안대교와 바다가 어우러진 경치를 마주 보면서 걸을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사람 없이 한적해서 조용히 생각하며 걸을 때 또 이만한 게 없다


생각만 해도 바다같이 평화롭구나. 푸르른 해운대여.
당신이 모든 고민을 던져도 해운대 바다는 넘치지 않는다.
당신도 와서 걸어보자. 갈매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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