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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Dec 30. 2022

이상한 것들만 모이는 파티가 있다?

희와제과가 전하는 달콤한 두 번째 편지

나는 생각한다

행복은 이상한 것들의 파티장이다.



인생이란 도화지에 삶을 글자로 써본다.

사각사각 최대한 정갈하고 반듯하게 적었다.

맘에 든다


이번에는 행복이란 글자를 써볼까나

바른 자세로 앉아 딱딱 짝짝 정자로 써간다.

아니야. 아니다. 너무 배운 대로 쓰니 맘에 들지도 않고 부족한 느낌이 든다. 뭔가 재미없다. 흠......


똑같은 모양으로 쓰인 글자를 보면서

문득 나는 행복은 캘라그리피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리듬감은 들쭉날쭉 이상한 것들이

모여야 진정 어우러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 행복은 그야말로 이상한 것들의 파티장 아니겠는가


난 서재로 가서 류시화 님의 시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가지고 와서 다시 찾아본다. 아. 이게 이 말이었구나.

비 내리던 서점에서는 이해 못 했던 문장이 얇은 하얀 종이 위에 적혀있다. 흥미로운 것은 제목은 삶의 지침인데 시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는 것이다.


규칙을 배우고 나서, 그중 몇 가지를 위반하라.


아! 그렇구나. 이게 그런 말이었어


효롱님이 물었다.

"희와제과 빵의 가장 자랑할만한 점은 무엇인가요?"


난 손을 무릎에 모으며 답했다.

"우리만이 구울 수 있는 빵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빵요."

말하고 보니, 특별함이나 유일하다 등의 독특함은 이상함의 다른 모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밤팥빵 레시피를 만들던 때가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미소만 나오지만 그때는 광막한 덤블숲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친구와 팥을 가득 담아둔 바구니를 사이에 놓고 싸우다 내던지기도 했으니 참 격렬한 추억이다.

 그때는 정말 팥을 보면 콩팥이 아플 지경이었다.


나는 머리를 질끈 묶고 흑진주 같은 팥알을

그리도 박박 씻고 쪘다. 씻고 찌고 씻고 찌고,

이마에 땀 송송, 눈가에 눈물 가득, 또 씻고 찌고. 한마디가 욕지거리처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아 진짜 내가 전생에 팥밭에 불을 질렀나. 요놈의 팥이 진짜"


정말 진정한 사랑이 애증이라면 우리는 깊이도 팥을 사랑했으리.....


우리의 빵들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생각해보면 사실 희와제과의 모든 빵이 그렇다.

누군가 물어본다.

"희와제과는 프랑스 빵집인가요? 한국 빵집인가요? 일본 빵집인가요?"

나는 희와제과의 빵은 우리 빵집이라 생각한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도 속하지 않은 우리 빵집.


나와 친구는 지금도 새 빵을 개발할 때 먹어보고

우리만의 색, 우리만의 맛, 우리만의 향기가

나오지 않으면 버리고 버리고 버린다.

희와제과는 희와제과만의 특색(우리의 이상함)

 우리만의 빵이 나올 때만 내놓는다


그런데 어려운 점이 이 맛과 색, 향기를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만의 빵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냥 친구와 내가 만들고 한 입만 어보면 안다.

말로 설명 못하지만 이건 너무나 명확해서 우리는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냥 아니까. 신기한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게 진실이다. 

맛은 말보다 많은 것을 말하는가 보다


그런데 세상은 이상한 것을을 구별하려 하는 것 같다.

처음 밤팥빵을 만들었을 때 빵집가게들은 말했다.

"희와제과? 저건 이상한 빵이야. 저런 건 빵도 아니야. 겉에 빵은 얇고 속만 가득 들었는데. 웃겨. 저게 뭔지 참..... 저 빵집은 잘못되었어. 빵이란 건 그게 아니지"

이렇게 동종업계들은 세월이 묻어나는 빵빵한 스피커로 희와제과에 대해 말했고 그것은 얇은 희와제과의 창문을 너머 우리 가슴에 뻥뻥 파고들었다.


그것은 마치 빵은 이래야 한다는 관념과 같은 것이었으며, 관념은 커다란 금속 테두리가 되어 우리에게 벗어나지 말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여러분도 생각해 보자. 세상의 어른들 모두 당신 잘못되었다 말한다. 당신이 하는 일은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이다.

어떨 것 같아요?

우린 사실 너무나 무서웠고, 두려웠고 겨울비에 흔들리는 작은 새싹처럼 떨었다.

하지만 칠흑 겨울밤을 손잡고 걸으며 말했다.

"둥둥아 이거 맛있어. 우린 이거 좋아하니까 우리가 좋아하는 빵을 만들자. 찾아오시는 분들도 우리야."


따뜻한 손을 깎지를 끼며 나도 말했다

"맞네 우리 빵이 맛있다니 우리랑 같네. 우리구나. 그분들이 사라지면 우리도 없어지면 돼. 그러면 망하기밖에 더 하겠어. 그분들 마지막 한 명이

올 때까지 우리는 그냥 희와제과가 되면 돼."

사람은 놀랍다. 마지막을 결심 때 오히려 두려움은 사라진다. 우리는 이후 지금까지 떨지 않고 묵묵히

또 다른 우리를 맞이할 수 있었다



요즘 유튜브나 티브이를 보면 참 MZ세대에 대해

많이 나온다. 그런데 다 그런 내용은 아니지만

다른 세대와 다른 이상한 점을 풍자하며 은근히 구별하는 풍조 있기도 한 것 같다.


빵집 사장뿐인 나이지만 같은 지구인으로 한마디 하고 싶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이고 설사 이상하다 해도 나쁜 것은 아니다. 

지구인은 이 세상의 이상함에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당신에게도 말한다.

조금 이상해도 괜찮다

당신은 단지 조금 더 특별한 것뿐이다.

나처럼 너처럼 그리고 우리 희와제과 빵처럼 말이다




이 내용은 둥둥편 에피소드 #2입니다

1편 : 설마  아직 희와제과 모르세요?


효롱의 말 : 실제로 부산 독서모임, 해운대독서살롱(글자클릭시이동) 회원인 둥둥이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쓴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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