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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Jan 03. 2023

사랑받아도 외로운 사람 있어요?

꽃이 피어도 외롭다

내일은 독서모임이 있다. 나는 하얀색 표지의 모임 책을 읽으며, 뜨거운 태양아래 처음 독서모임에 나갔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날 나는 차를 타고 달맞이 고개를 올랐다. 열다섯 번 굽이진 도로를 따라 운전을 하니 산능선을 따라 소나무들이 바닷바람에 떨리고 있었다. 난 지하로 내려가 차를 세우고, 독서 모임 장소인 2층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맑고 투명한 유리문을 열었다. 딸랑딸랑

문에 걸어놓은 금색 작은 종이 울린다 그것은 마치 새로운 세계로 입장을 축하한다는 팡파르같이 느껴졌다


카페 안 창가는 가로로 긴 넓은 유리창이었고, 창 아래로  여름태양에 비친 파란 바다와 진한 초록 의 숲이 반짝였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 모나지 않은 둥그런 갈색 테이블에 열 명의 회원 도란도란 앉아 한 장의 사진 같아 보였다


"아 독서모임에 오셨나요?"

주최자로 보이는 눈이 큰 남자가 말했다.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둥둥이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난 손을 떨면서 총총총 , 진행자로 보이는 그 남자 제일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반갑습니다. 해운대 독서살롱이고요. 전 효롱입니다.책을 매개로 편히 이야기 나누는 모임입니다. 편하고 즐겁게 있다 가시면 됩니다. 오늘 처음 오셨으니 왜 모임에 나오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맞아. 왜 나는 독서모임에 나왔을까.


공허한 외로움

어떤 날은 정원에 꽃이 피어도 외롭다

사랑이 있다고 항상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다

때로는 늘어난 사랑의 수만큼 고독이 찾아올 때가 있는 거다


희와제과가 채워질수록 나는 비워지고 있었나보다

마치 하얀 지우개를 잡고서, 삶에서 지우는 것만 같다

내 삶의 여유란 글자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순수한 눈빛도

아침에 천천히 음미하는 고소한 모닝커피도

조용한 재즈 틀고 한가로이 읽는 책 읽는 시간도

하나씩 하나씩 사ㄹ ㅏ ㅈ ㅣㄴ  ㄷ    ㅏ.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에는 빵만 가득....

희와제과? 빵? 친구? 나를 사랑해 주는 가족과 연인?

모두들 내게 너무나 너무나 소중한 것 들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감히 나는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이라 말하겠다. 그건 나도 가졌고, 지금 당신도 가진 것이다.

바로 "자신"

맞다. 난 자신 있게 말한다. 자신만큼 자신에게 소중한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자신한다. 세상의 모든 다이아몬드와 장미꽃을 준다 해도 내가 없으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리


나는 나를 채우기 위해, 자신이 자신이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다. 친애하는 책과 함께 말이다.


그러면 왜 독서모임. 하필 책일까?

내게 책은 마음의 밀가루 반죽이다. 우울할 때는 행복한 달큼함으로 구워지고, 슬플 때는 폭신폭신한 삶으로 구워지고, 기쁠 때는 촛불을 꽂을 수 있는 토대로 구워진다. 뭔가 내게 부족한 감정이 생기면 책은 나에게 그것을 채우는 무엇으로 부풀어 올랐던 것이다.


그래서 난 딱 좋아하는 장르의 책이 없다. 그냥 그날 필요한 책들을 읽는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얼어붙은 외로운 바람이 불었을 때 불현듯 내게 필요한 책모임이 떠올랐다


효롱은 동그란 안경을 쓰고, 회원들 눈을 맞추며 말했다.

"오늘 책은 <어서 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이고요. 첫 번째 발제부터 하겠습니다. 만약에 당신이 휴남동 서점의사장 영주라면 팔고 싶은 책과 팔리지 않을 책이 같지 않을 때 베스트셀러를 들여놓겠습니까?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완전 내 얘기

이 문제..... 참 많이도 고민했다. 빵도 유행이 있다. 한때는 크로와상이 대세였고, 어느 때는 소금빵 바람이 불었다. 사실 나는 그것이 희와제과답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구웠을 때 그것들은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빵이 아니었다. 최소한 내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내 욕심은 단 하나.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께서 역시나 희와제과다 느끼며 돌아가시기를 원한다. 그것은 말은 쉽지. 막상 해보니 정말 크고 어렵고 엄청난  심욕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내가 영주라면 내가 팔고 싶은 책만 팔 것이다. 이것이 정답이라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우리보다 훨씬 크고 잘되는 빵가게도 트렌드를 잘 맞춰 이어가는 곳도 많다.

단지 내가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나의 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이게 좋다. 그냥 그게 나답고, 희와제과답다 생각한다.

나다움을 가질 수 있다면 성공은 차후일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성공을 바라고 나를 잊는다면 오히려 그것과 멀어질 것만 같다.



지금 생각해봐도 모임이 끝나고 집에 온 나는 속이 참으로 시원했었다.

영주에게 휴남동서점이 있다면

내게는 해운대 독서살롱이 있는 걸까?


오늘 커피 참 고소하.

내일은 어떤 책이야기를 나눌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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