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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Dec 28. 2022

아직 희와제과 빵을 모른다고요? 설마 진짜예요?

즐겁게 쉬다가오

희(喜)와(臥), 즐겁게 쉬다가오


난 빵집 사장이며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 내가 희와제과란 이름을 맛본다. 혀로 녹여보니 지친 젊은이들 맛과, 팥처럼 검은 아픔의 맛, 노오란 밤:같은 애정의 맛이 올라온다.



그리 먼 옛이야기는 아니다. 26살 봄날 어디쯤이었을까. 나는 시들어 있었고. 봄햇살 산기슭에는 꽃양귀비, 수레국화, 안개꽃, 금영화, 작약꽃이 피었다


"둥둥아 날이 참 좋아. 봄이야 봄. 여기 가자. 봄꽃 축제라고 알지? 다들 난리난리야. 어때? 갈까?"

남자친구는 들뜬 눈빛으로 잘 정리된 계획을 보여주며 물었다


"미안한데 나 혼자 멀리 여행 갔다 오면 안 될까"

나는 일정표를 덮으며 쓸쓸히 대답했다.

늦은 사춘기였을까, 젊은이의 고뇌였을까


해질녘 일하는 카페를 나왔다. 붉은 그림자는 내 등 뒤로 위로하듯 쫓아왔지만 난 갈색 울재킷에 회색바지를 입고, 남청색의 모자를 깊이 눌러쓰며 걸을 뿐이다.

지금 걷고 있지만 난 가로막혀있다. 어디든 걸어가지만 어느 곳이든 세상의 벽이다. 일하는 큰 카페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인정도 받았다. 일을 잘한다더라. 하지만 뭐?...... 그래서?....... 앞으로 나는?........

때론 명확해서 더 흐리게 보일 수 있다. 너무 내 미래가 잘 보여 난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첫눈이 내리는 겨울이 왔다. 난 여전히 일하는 카페 2층 통창 가득 찬 바다를 보며 직장 동료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둥둥아 우리 나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할까"

뭐지? 나와 같은 생각. 그래서 친구가 된 건지, 친구라서 잘 맞는 건지. 난 손을 내밀고 우리는 서로의 손바닥을 맞대며 미소 지었다. 자에 놓인 하얀 머그컵에서 고소한 콜롬비아 원두향이 났다


하지만 아직은 어리고 여린 여자. 그것도 돈 없이 빚의 축복을 받으며 들어선 출발선이다. 그건 많이도 떨리고 떨리는 외로운 검은색 한 줄이었다. 먼저 친구가 힘든 스타트를 시작했고 난 뒤따라 한 발자국 뒤에 달리며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뛰었다.


나는 달리면서 깨닫게 되었다.  지침의 근원을.

난 달리고 싶었지만 달릴 곳이 없었던 것이었구나

로켓처럼 추진제를 가득 채우고 밑바닥 노즐은 불꽃을 머금고 으르렁으르렁거렸지만 겨눌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와 그녀는 빵집에서 전속력으로 달렸다. 아침에 출발해 태양을 지나 달과 별을 보며 달린다. 좁은 빵가게에서 둘은 손잡고 뛴다. 너무 지치면 새벽 2시간 쪽잠을 자고 달린다. 그래도 달리다 잠이 오면 나는 딱딱한 매장 벤치에서, 친구는 차가운 카운터 위에서 자다 달렸다.



그렇게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다 보니 어두운 밤은 검은팥이 되었고, 노란 달은 밤:이 되었다. 우리의 기나긴 날들은 속 꽉 찬 밤팥빵이 되어 있었다.



기적! 그래 기적! 기적이다. 아! 세상은 거짓보다는 진심을 갈망하고 있었구나!

처음에는 1명의 손님이 3명의 손님이 되었고, 3명의 손님은 6명의 줄이 되었고, 6명의 줄은 다시 30명의 끈이 되어 우리 가게에 늘어섰다. 그 끈 속에서 카메라가 튀어나왔다.

"안녕하세요. 생활의 달인 제작진입니다. 촬영을 해도 될까요?"


뭐지......

사람들은 말한다. 가게가 너무 잘돼서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대박 가게가 될 수 있어요? 꿈이 뭐였죠? 어떤 꿈을 그리면 되던가요?


토머스 카알라일은 명확한 목적이 있는 사람은 가장 험난한 길에서조차도 앞으로 나아가고 아무런 목적이 없는 사람은 가장 순탄한 길에서조차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했다.

하지만 나는 저 빛나는 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명확한 목? 구체적인 꿈? 없다고 슬퍼마라. 꼭 그런 것은 아니니 자책 마라. 나도 명확한 꿈이나 목표가 없는 사람이었다. 단지 뭔가 하고 싶다는 열망만이 가득했을 뿐이다. 그 열망 자체가 곧 당신의 꿈이다. 그 당시 누군가 나에게 꿈을 말해보라 했다면 말은커녕  육망성의 별조차 그리지 못하고 새빨간 물감을 풀어 안개 같은 덩어리만 그렸을 것 같다. 그건 어떤 에너지 혹은 열망 같은 것이고 그것도 훌륭한 꿈의 형태일 수 있는 것이다. 


글을 읽으면 알듯이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단지 우리 희와제과만의 빵을 구울 수 있는 사람일 뿐이다. 그걸 잘 알기에 나는 당신들에게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어린 사람 혹은 나와 같은 그대들에게 위로하고 격려해주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명확한 목표? 꿈? 그것이 없다고 네가 미래를 꿈꾸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가끔 하늘은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하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다. 지금의 단지 당신이 머물고 달릴 장소가 없을 뿐일 수 있다.

뜨거운 붉은 심장만 간직한다면, 당신을 위한 넓은 들판이 찾아온다면, 당신도 누구보다 열심히 달릴 수 있다.


이건 오늘 아침의 나도 되뇐 말이다

나를 믿자, 한계를 두지 말자

"희와제과 팥빵은 많이도 잘못되었다아아아아"

"팥만 가득 찬 저것이 무슨 빵이냐아아아"

세상이란 들판에는 비난의 바람이 많이도 불더라

그래도 믿어라. 흔들리지 마라.

힘들면 산을 오르고 바다를 걸어라

그래도 너무 힘들면 여기 와서 즐겁게 쉬어가도 좋다

단지 당신의 심장만 식히지 말아 달라


처음이라 길게도 말했지만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말 뿐이다.


나도 당신도 우리가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


처음 시작을 하던 희와제과의 모습





episode 둥둥 #1편

이어질 episode #2편 이상한 것들의 파티장


(효롱의 말 : 실제로 독서모임, 해운대독서살롱(글자클릭시이동) 둥둥이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쓴 글임을 밝힙니다.)

이것은 순수하게, 말하고 싶은 이의 입술과 글을 쓰고 싶은 이의 손이 만난 것임도 함께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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