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파견이 맞는 단어일까

태권도와 해외봉사

by 태권도하는 집시
한국에서 태권도를 전공으로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것 중에 하나가 해외에서 생활하며 태권도를 교육하는 일이 아닐까. 공개적으로 해외파견을 위한 모집 공고가 나면 전국의 많은 학생들이 몰려드는 것이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현지에 있는 태권도장에 취직하는 것은 20대 초반에겐 다소 부담감이 크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가장 큰 게 언어와 식문화이지 않을까.


(사막의 텐트에서 먹는 아랍 음식)



그렇지만 짧은 기간 예컨대 1주일에서 길면 두 달 정도의 기간을 한국의 단체를 통해 파견 나가는 일은 부담감이 덜하다. 보통 단체를 통해서 파견 나가는 일은 그룹으로 함께 가게 되고 정해진 기간이 있으니 그 시간이 힘들지라도 어떻게든 버티면 끝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성취감을 느끼기도 상대적으로 쉬운 점도 있다.



또한 단기 프로젝트로 짧은 기간 현지에서 태권도를 교육하고 돌아가는 것은 피자의 끝만 빼놓고 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딱딱하고 맛없는 부분은 스킵하는데 그렇다고 그 부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무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버려지거나 누군가는 해결을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한국에서 국내 훈련이나 연습을 거쳐 해외파견을 나가는 이들과 현지에서 앞선 이들에게 태권도를 교육받는 이들, 두 그룹 중에 누가 더 혜택을 많이 받을까. 내 생각에는 전자가 더 큰 혜택을 받는다.


왜냐하면 일단, 한국에서 해외로 이동하기까지 들어가는 예산과 현지에서의 체류비 그리고 새로운 문화권 속에서 살아보는 경험과 때로는 현지의 고위 관료와 만나볼 수 있는 등 한국에서는 호텔 한번 대접받지 못해 보았어도 현지에서는 한국과 같은 수준은 아닐지라도 모든 부분에서 좋은 대우를 받는다.


(탄자니아의 펨바섬에서 새벽 교육 후 촬영한 단체사진이다. 다행히 필자의 얼굴에 빛이 들어왔다.)


현지에서 태권도를 교육받는 이들을 생각해보면, 이들은 항상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는 태권도인이 아닐 때도 있다. 태권도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심지어 체육교육 자체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도 있다. 그런 그들에게 현지 언어와 문화도 모르는 젊은 20대가 교육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내가 지금껏 많은 나라를 다니며 교육해본 것을 되돌아보며 드는 반성도 있다.



현지에서 이해되지 않는 일을 겪은 이후 거나 어떠한 일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속 시원하게 대화를 해볼 수도 없으니 쉽사리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게 된다. 이런 모습이 좋지 않으니 짧은 기간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가는 것은 더 넓은 관점에서는 그리 좋지 못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그룹보다 개인으로 활동할 때 더 빈번하게 만나게 된다. (한국의 태권도협회의 정치적 일에 휩싸일 일이 그리 많지 않은 학생들일지라도 한국인 태권도 사범이라는 것만으로도 해외에서는 정치적으로 엮이기 쉽다.)


다시 해외봉사 또는 해외파견으로 집중해보면, 이 단어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포장된 단어이지 않을까. 혜택을 많이 받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좋은 뜻을 더 많이 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고 (비판적으로만 말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도 좋은 사례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그렇지만 공식적으로는 딱히 발표되지 않는 우리의 성숙하지 못함에서 생겨나는 단점들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훈련하며 느꼈고 교육하며 느끼는 것처럼 단기간 교육받는 이들이 변화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왔던 이들이라면 세미나 형식의 교육도 큰 효과를 받을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이들을 더 많이 만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차라리 시범만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파견이라면 오히려 현지의 상황이나 교육과 관련된 이슈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이에 따른 공공외교의 효과들도 많이 생긴다. 그렇지만 해외봉사라고 한다면 우리는 현지의 상황과 교육, 그리고 교육받는 이들까지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을 떠나는 우리가 교육을 받는 것이 커다란 점에서 어폐가 생길 수도 있다.


때로 만나게 되는,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한국에서 온 젊은 태권도 사범을 사범으로 존경하며 머리 숙이고 다가오는 어른들의 모습 속에 있는 겸손함이 되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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