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시범을 잘하는 것과 시범 발차기를 잘 차는 것은 동일한 의미일까.
좀 더 자세하게는 시범을 잘하는 것과 시범 대회 입상을 하는 것이 같은 의미인가. 태권도 시범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시범하는 것과 태권도인들 앞에서 시범 대회 작품을 하는 것이 같은가.
시범 대회에 참석할 때에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태권도 관계자라 고해도 무방하다. 시범을 웬만큼 많이 보아왔고 태권도 시범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가 관중일 때에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관중의 호응이 어떠한지에 따라서 시범단의 움직임은 달라진다. 어떤 이는 처음 듣는 기합을 따라 지르고, 어떤 이는 회전이 한 바퀴인지 두 바퀴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점프 한 번에 발차기가 몇 번 지나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시범 대회라면, 보는 관중들이 격파 세트가 나올 때부터 무슨 발차기를 찰 것인지 예상하고 있기에 어떻게 차는지 분석할 수 있다. 어떨 땐 격파 세트를 보는 동시에 여성이 나온다면 '이걸 여성이 찬다고...' 놀라며 어떤 걸 보여줄지 기대감을 갖으며 본다.(예를 들면, 이전에는 여성이 찬 경우가 없는 격파를 찰 때 그렇다.)
이 외에도 시범대회에서 지켜보는 관중들은 시범 작품들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포인트들이 곳곳에 있다. 마치 우리들끼리만 아는 비밀언어처럼 순간순간 우리는 환호하며 놀라워하고 응원한다.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있는 경연 스포츠와 비교해보면, 위 스포츠들은 올림픽에 채택될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를 받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흐르며 세계 곳곳에 퍼져 많은 국가에서 좋은 성적을 두루 내기에 그만큼 세계적으로 이해도가 높다.
그러나 태권도 시범 기술들은 그렇지 않다. 기본 요소는 같을지라도 새로운 격파는 매해 계속 나오고 있다. 외국에서는 태권도를 훈련하고 있을지라도 태권도 시범에서 나오는 격파들을 처음 보는 이들이 많고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종종 시범과 함께 설명을 해야 하는 때가 생긴다.
단순하게 격파 그 자체만을 놓고서도 관중이 어떤 발차기를 찼는지 이해가 어렵다면, 기본 요소가 한정되어 있는 태권도 격파가 다 그 발차기가 그 발차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것을 매번 반복되어 보이는 것이 지루할 수밖에 없다.
시범하는 이들에게는 같은 격파라 할지라도 모두가 같은 구성(순서, 세트, 음악, 격파자, 보조자 등등)에서 차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타이밍에 누가 차는지는 격파의 세부 요소지만 시범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격파를 잘 차는 사람이라고 시범을 잘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범을 잘한다는 것은 시범을 보는 관중이 그 시범에 몰입하게 만들고 움직임 하나하나에 열광하게 만들고 시범을 다 보고 그들의 머리에 태권도 시범하는 것을 보았다가 남는 것보다 시범을 보며 생긴 흥분이 그들 가슴에 남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