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파스

추억 한 모금

국민학교 1학년 때였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갈 즈음에, 선생님께서 학생 다섯 명의 이름을 부르셨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학생 5명은, 교실에 남았다. 멀뚱멀뚱 쳐다보던 우리에게, 선생님은 교실 청소를 시키시고 교실을 나가셨다.


나무 책걸상들을 교실 뒤편으로 밀어놓고, 우리는 각자 바닥을 쓸고 닦고, 책걸상과 유리창을 닦고 했었던 것 같다. 청소를 모두 마치고, 우리는 선생님을 기다렸다. 집에 가도 좋다라는, 선생님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이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 여자 아이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뭔가를 잘못했고, 그 벌로 선생님이 청소를 시켰고, 또 뭔가 다른 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그 옆의 다른 여자 아이는 우는 여자 아이를 보면서, 자신도 따라 울어야 하는 지를 고민하는 듯이 보였다. 그때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청소만 했던 나는, 그 여자 아이의 울음 섞인 얘기를 듣고서 나도 생각이라는 것을 시도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앞의 네 명의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바라보았다. 그 우는 여자 아이는 예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평소에 다른 아이들과 다투지 않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 상냥한 아이들이었다. 나는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 우는 아이에게, 내 생각을 얘기해주고 싶다란 생각까지 이르렀을 때, 선생님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교실 청소를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리고는 선생님의 철제 책상 서랍을 여셨다.


12색 왕자파스!

지금도 내 기억에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파란색 바탕에 왕관을 쓴 서양인 왕자 얼굴이 들어있던 크레파스 세트였다. 겉에는 투명한 비닐이 싸고 있는데, 그 비닐 손잡이가 양쪽 위로 솟아 있어서, 그 손잡이 비닐을 들면 쇼핑백처럼 사뿐하게 파스 세트를 들 수 있었다.


선생님에게 왕자파스 세트가 다섯 개가 들어왔고, 이 선물을 누구에게 줄까 하다가, 평소에 청소를 열심히 했던 너희들에게 주고 싶었다라고 선생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너희들에게 선물을 그냥 줄 수는 없어서, 오늘 청소를 시키셨다고 하셨다. 그 여자 아이도 이미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그 크레파스가 너무도 귀하고 좋아서, 한동안 사용하지를 못하고 모셔 두었었다. 내가 처음으로 가졌던, 새 크레파스 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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