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한 모금
아주 어렸을 때로 기억한다.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었다.
외할아버지는, 외갓집의 건너편 근처에 있는 작고 허름한 가게로 나를 데려가셨다. 작은 구슬의 비즈커튼이 위에서 1/2쯤 드리워 있는 입구를 지나, 외할아버지는 어린 내 손을 잡고 들어가셨다. 나중에 그곳이 술과 간단한 음식을 파는 대폿집인 것을 알았다. 세로로 약간 더 길었던 그 좁은 대폿집은 오른편에 부엌이 있었고, 왼편으로는 동그란 고깃집 테이블 같은 것이 세 개쯤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와 그곳의 손님들이 외할아버지와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시는 것을 보고, 어린 나는 이곳이 외할아버지께서 종종 오시는 단골집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먼 친척집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곳의 어른들은, 요란스럽지 않게 어린 나를 반겨주셨다. 그리고, 그 주인 아주머니는 나를 위한 웰컴 세러머니로 계란후라이를 만들어주셨다. 석유 곤로 위에 매우 넓은 후라이팬이 있었다. 그 팬은 손잡이가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무쇠솥 뚜껑일 수도 있었겠다. 식용유를 살짝 두른 팬에서 지글지글거리면서 익어가고 있던 계란후라이를 바라보면서, 어린 나는 신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계란 상태가 썩 신선하지 않아서 흰자도 노른자도 힘없이 넓게 퍼진 형태였었다. 계란후라이 하나가 김치전이나 부추전마냥 컸었고, 또 두께는 밀전병마냥 얇았었다. 그 계란후라이는, 어두운 진한 올리브색의 접시에 올려져서 내 양손에 들어왔다. 낯선 접시였다. 고무와 플라스틱의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음 직한 촉감이었다. 아직도 그 질감을 잊지 못하는 것은, 그 이후로 한 번도 그런 그릇을 만져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어린 나는 외할아버지 옆에서 그 계란후라이를 먹었다. 이렇게 맛있는 계란후라이가 있다니! 처음으로 맛본 계란후라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계란후라이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우리 외갓집의 여인네들은 음식 솜씨가 매우 뛰어나셨다. 그래서, 지금도 내가 주방에 들어서면, 종종 내 눈 앞에 그 음식들이 선명히 나타나곤 한다. 그래서, 그 맛을, 그 색을, 그 모양을 기준 삼아 요리를 하곤 한다. 하지만, 내게 각인된 원형의 계란후라이는, 그 허름한 작은 대폿집의 것이다. 수십 년째 애쓰고 있다. 언젠가 다시 그 계란후라이를 맛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