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다이어트의 적

영혼의 다이어트

이번 여름을 앞두고 J씨는 또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합니다. 


정말 완벽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하루 1,500kcal 내외의 식단을 한식과 양식 등으로 다양하게 받아서 프린트 했습니다. 운동은 근처 헬스 센터에서 1주일에 2회 개인 PT와, 역시 1주일에 2회 개인 필라테스 강습을 받으려 하였으나, 주머니 사정으로 포기하고, 아파트 베란다에 작년  이맘때쯤 사 놓고서 1년째 방치해 놓은 런닝 머신을 매일 40분씩 달리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런닝 머신의 12개월 할부 요금이, 이번 달로 마지막인 것이 떠올라서 기분이 잠깐 씁쓸합니다. 그리고, 개인 필라테스 강습은, 요가로 대체하여 유투브로 몇몇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기로 했습니다. 


이 J씨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끝장"이었습니다. 


바로 작년의 일이었습니다. 그때도 나름, 멋진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식단 계획을 세우고, 운동 계획으로는 홈쇼핑을 보고 12개월 할부로 런닝 머신을 구입했습니다. 첫 출발은 좋았습니다. 직장에는 도시락을 준비해가서 먹었습니다. 


나흘째 되던 날, 아침에 늦게 일어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도시락을 챙기지 못한 채, 급히 직장에 출근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구내 식당에서 한식으로 가볍게 양을 조절해서 먹기로 했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어  식당에 내려가는 순간, 음식 냄새에 약간 어지러움을 느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반찬들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잡채와 탕수육!  J씨는 자제력을 잃고 확~ 먹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맛있게 먹고나니, 커피가 그리웠습니다. 며칠째 다이어트를 위해 녹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후중한 맛의 탕수육을 잔뜩 먹고 나니, 커피가 너무나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식당 입구에 세워져 있는 커피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그 따듯한 달달함을 맛보았습니다. 1시간 쯤 흘러서 죄책감과 실망감에 치를 떨다가, 


"그래 퇴근 후 런닝 머신에서 40분씩 2회, 총 80분을 일단 뛰면 돼!” 


라고 혼잣말을 하며, 일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베란다의 런닝 머신을 본 순간, ‘이미 확 먹어버렸는데… 뭐… 그리고 80분을 뛴다는 건… 내가 직장에서 놀다온 것도 아니고… 너무 힘들어… 게다가…’하고는 냉장고를 열며, 맘껏 저녁 식사를 즐겼습니다. 그리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네는 마음으로 체중계에 올라가서, 늘어난 체중을 확인합니다.


“그래, 또 끝장났구나…”


그렇게, 다이어트를 시작한 나흘 전보다 오히려 체중이 2kg이 늘어났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여름, 다이어트를 다시 결심한 J씨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구내 식당에 가지 않기 일까요? 

돈을 마련해서 개인 PT 받기 일까요? 

자판기 커피 맛 잊기 일까요? 

퇴근 후 운동을 출근 전에 운동 하기 일까요? 

저는 다음의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습니다.


"오늘은 완벽하게 잘 했어요!"

"완전...엉망이에요. 끝장이죠, 뭐!"


모 아니면 도!

100% 아니면 0%!

무슨 말들일까요?


식사와 운동 등을 계획대로 완벽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하루 하루를 평가하는 말들입니다.


완벽주의... 

약간이라도 허점이 보이거나 흐트러지면, 모든 것을 망쳤다고 판단하고서, 자신을 벌주려고 합니다.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식사를 한 끼라도 초과해서 먹으면, 매일 계획했던 운동을 하루라고 거르게 되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이제 끝이야 끝! 다이어트 또 끝장났어!!” 


다이어트는 생활 습관의 변화입니다. 


하루 하루가 이어져서, 4주 후, 8주 후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어제는 100%, 오늘은 0%, 내일은 70% 쯤을 하면서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죠. 하루 이틀쯤 0%로 완전히 실패해도, 결국엔 4주, 8주, 12주 동안의 평균이,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볼 때에도 다이어트에 넉넉히 성공하는 분들은,


완벽히 해낸 100%가 아니라, 평균적으로 60-80% 선을 유지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래야, 짧지 않은 날들의 다이어트를 즐겁게 해나가고 결과도 좋습니다. 다이어트 기간을 마친 후에도 죽을만치 고생했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요요 현상의 염려도 확연히 줄어듭니다.


J씨, "화이팅!" 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어떻게 안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