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모두가 AI를 쓰는 오늘, 무엇이 경쟁력인가?

평준화 뒤의 차이를 만드는 역량

by NOAH KIM
다들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지만 표지.png


[먼저 보기 : 18. 기술이 사람에게 주는 자유와 통제의 양면성]

https://brunch.co.kr/@da710e75f6be463/19


[도구가 평준화된 뒤에도 차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차이가 생기는 위치가 달라질 뿐이다]


처음 어떤 도구가 등장하면

늘 비슷한 장면이 벌어집니다.


먼저 쓰는 사람이 눈에 띄고,

먼저 익힌 사람이 앞서 보이고,

먼저 연결한 사람이 더 유능해 보입니다.


AI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AI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드물었고,

그래서 그 자체가 차별화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도구는

충분히 퍼지고 나면

더 이상 차별화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AI를 아느냐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모두가 비슷한 도구를 쓸 수 있게 된 뒤에도

왜 어떤 사람은 더 앞서가고,

어떤 사람은 여전히 비슷한 자리에서 맴도는 걸까요.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경쟁력이 원래 무엇에서 생기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전략경영학자 Jay B. Barney의

자원기반관점(Resource-Based View)

조직의 경쟁우위가 단지 외부 환경에 대한

반응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내부에 가진 자원과 역량 가운데

가치 있고, 희소하며, 쉽게 모방되기 어려운 것에서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같은 시장에 있어도

모든 조직과 사람이 같은 출발선에 서는 것은 아니며,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그 자원이 얼마나 남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AI가 보편화된 이후의 경쟁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처음에는

AI 자체가 자원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AI는 특별한 자원이라기보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용 인프라에 가까워집니다.


그때부터 차이는

도구의 보유 여부가 아니라

그 도구를 어떤 맥락에 붙일 수 있는가에서 다시 벌어집니다.


취준생이라면

단순히 AI로 문장을 다듬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경험을 더 설득력 있는

서사로 바꾸는 사람이 더 눈에 띄게 됩니다.


직장인이라면

단순히 AI로 초안을 빨리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그 초안을 자기 조직의 맥락에 맞게 바꾸고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사람이 더 중요해집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AI를 활용해 이력서를 정리하는 것은

이제 기본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경력과 시장의 요구를 어떻게 이어 붙여

더 설득력 있는 흐름으로 재구성하느냐는

여전히 사람마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즉, 도구가 평준화되면

차별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안쪽으로 이동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기술 사용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엮는 감각,

판단하는 능력,

자기 일에 붙이는 방식이 더 중요해집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는

좋은 자원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략경영학자 David J. Teece,

Gary Pisano, Amy Shuen의

동태적 역량(Dynamic Capabilities)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기존 자원과 역량을 감지하고, 결합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즉,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갖고 있느냐”만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그것을 얼마나 빨리 새롭게 엮을 수 있느냐”라는 뜻입니다.


이 이론은

AI 시대의 경쟁을 아주 잘 설명해줍니다.


예전에는

좋은 도구를 먼저 가진 사람이 앞섰다면,

이제는 새로운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그 도구를 자기 일에 맞게 재배치할 수 있는 사람이 앞서갑니다.


취준생에게 필요한 것도

단순한 사용법 암기보다

새로운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그걸 자기 준비 방식에 연결할 수 있는 감각입니다.


직장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도구를 쓸 줄 아는 것만으로는

오래 차별화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통해

기존 업무 방식을 바꾸고,

보고의 흐름을 바꾸고,

의사결정의 속도와 품질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직 준비자도 그렇습니다.


시장에 새로운 기술이 들어올 때마다

그 기술을 별개의 스펙처럼 덧붙이는 사람이 있고,

자기 경력 전체의 방향을 다시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차이는 바로 여기서 납니다.


즉, 앞으로의 경쟁력은

정답을 먼저 아는 데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변화가 들어왔을 때

자기 자원을 다시 묶고 다시 읽는 능력에서 더 크게 생깁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더 중요한 능력이 있습니다.


새로운 도구와 정보가 아무리 많아져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실질적인 변화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조직이론가 Wesley M. Cohen과 Daniel A. Levinthal의

흡수역량(Absorptive Capacity)

외부의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흡수하고,

자기 맥락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혁신과 성과에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핵심은 단순한 학습량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자기 문제에 연결할 수 있는 힘입니다.


이 개념을 AI에 가져오면

왜 모두가 같은 도구를 써도 결과가 달라지는지 더 또렷해집니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많이 봅니다.


하지만 자기 문제와 연결하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은

툴을 여러 개 써봅니다.


하지만 자기 과업 안에 정착시키지 못합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같은 도구를 써도

그 안에서 자기 일에 정말 필요한 패턴을 빨리 읽고,

필요 없는 것은 덜어내고,

자기 방식으로 다시 씁니다.


차이는

얼마나 많이 접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기 것으로 만들었느냐에서 다시 생깁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경쟁력은

단순한 AI 활용 여부가 아니라

세 가지의 조합에서 더 많이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하나는

이미 가진 경험과 자원을

어떻게 새로운 도구와 연결할 수 있는가입니다.


둘째는

변화가 들어올 때마다

그 연결 방식을 얼마나 빨리 다시 짤 수 있는가입니다.


셋째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지식과 도구를

얼마나 자기 맥락 안으로 흡수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 세 가지가 합쳐질 때

도구의 평준화 이후에도

차이는 다시 생깁니다.


그래서 모두가 AI를 쓰는 시대에

진짜 차별화는

“누가 더 많이 쓰는가”보다

“누가 더 잘 연결하는가”에 가까워집니다.


단지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그 결과를 자기 판단과 맥락으로 다시 엮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오래 앞서갈 가능성이 큽니다.


단지 새로운 기능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그 기능이 자기 일의 어디를 바꾸는지 아는 사람이

더 설득력 있게 읽힐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AI가 보편화되면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경쟁력이 생기는 위치가 바뀝니다.


겉으로 보이던 기술 사용 자체에서,

보이지 않는 연결 능력과 재구성 능력,

그리고 흡수의 깊이 쪽으로 이동합니다.


이건

어쩌면 조금 불편한 소식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제 경쟁은

더 이상 단순한 도구 습득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구는 금방 평준화됩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차이는

훨씬 더 내면의 자원,

훨씬 더 축적된 감각,

훨씬 더 정교한 판단력에서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사람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지?”만 묻기보다

“내가 이미 가진 것과 새로 들어온 것을 어떻게 다시 묶을까?”를 더 자주 물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이렇게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사람은 정말 덜 지치게 될까요.


아니면

오히려 더 많은 일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대 때문에

더 쉽게 지치게 될까요.


다음 글에서는

바로 그 지점,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될수록 왜 더 지치는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어쩌면 지금의 피로는

우리가 아직 도구를 충분히 못 써서가 아니라,

도구가 높여준 가능성이 너무 빨리

새로운 의무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더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음글 보기 : 20. 효율적으로 일을 하게 될수록 왜 더 지치는가?]

https://brunch.co.kr/@da710e75f6be463/21


[참고문헌]


Barney, J. B. (1991). Firm resources and sustained competitive advantage. Journal of Management, 17(1), 99–120.


Cohen, W. M., & Levinthal, D. A. (1990). Absorptive capacity: A new perspective on learning and innovatio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35(1), 128–152.


Teece, D. J., Pisano, G., & Shuen, A. (1997). Dynamic capabilities and strategic management.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18(7), 509–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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