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어떤 사람은 왜 늘 더 쉽게 통과할 수 있을까?

기회를 해석하고 흐름에 들어선 사람

by NOAH KIM


[먼저 보기 : 24. 실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https://brunch.co.kr/@da710e75f6be463/25


[문턱은 모두에게 똑같이 서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누구에게 더 먼저 열리는지가 다를 때가 있다.]


사람들은

같은 시험을 보고,

같은 시장을 지나고,

같은 조직 안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경쟁도 대체로 같은 규칙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오래 보다 보면

조금 불편한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떤 사람은

비슷한 실력을 가졌는데도

더 자연스럽게 읽히고,

더 빨리 기회를 얻고,

더 쉽게 안으로 들어갑니다.


누군가는

같은 문턱 앞에서

한 번 더 설명해야 하고,

한 번 더 증명해야 하고,

한 번 더 기다려야 하는데,


누군가는

그 문턱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조금 덜 힘들게 통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문턱이라는 것이 단지 거기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부터 봐야 합니다.


사회심리학자 Kurt Lewin의

게이트키핑 개념(Gatekeeping)

어떤 흐름이 그대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그것을 통과시키거나 걸러내는 “문지기”를 거친다는 관점을 열었습니다.


이 개념은 이후 저널리즘 연구자 David Manning White에 의해 뉴스 선택 과정 연구로 구체화되었고,

무엇이 안으로 들어오고 무엇이 바깥에 남는지에는

항상 누군가의 판단과 선택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취업도, 조직도, 이직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합격도,

배치도,

승진도,

좋은 기회도

그저 실력 순서대로 자동 배분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중간중간 그것을 읽고 판단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류를 읽는 사람,

면접을 보는 사람,

성과를 해석하는 사람,

추천을 건네는 사람,

기회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


즉, 문턱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구조이기도 하지만,

항상 누군가의 해석과 판단을 통과해야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같은 실력도

누구의 눈에 먼저 들어가는가,

누가 그것을 더 가치 있게 읽는가에 따라

통과의 속도와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지기만 있다고 해서

설명이 다 되지는 않습니다.


왜 어떤 사람은

그 문지기와 더 가까운 위치에 있고,

왜 어떤 사람은

기회가 생길 때 더 빨리 호출될까요?


사회학자 James S. Coleman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사람이 가진 자원이 돈이나 학력, 기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신뢰, 연결을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개념을 가져오면

왜 어떤 사람은 늘 조금 더 쉽게 통과하는지 이해가 쉬워집니다.


그 사람은

꼭 더 뛰어나서만이 아니라,

더 먼저 정보를 듣고,

더 쉽게 신뢰를 얻고,

더 자연스럽게 추천과 소개의 흐름 안에 들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취준생에게는

누가 더 좋은 정보를 먼저 듣는가로 나타날 수 있고,

직장인에게는

누가 더 중요한 기회 앞에 먼저 떠오르는가로 나타날 수 있고,

이직 준비자에게는

누가 더 빨리 시장의 연결망 안에서 호출되는가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즉, 실력은 중요하지만

실력이 읽히기 전 단계에서

이미 관계의 자본이 작동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혼자 증명해야 하고,

누군가는

이미 어느 정도 신뢰를 실은 채 등장합니다.


그래서 문턱은

언제나 같은 높이로 서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문턱이 차갑고 높게 느껴지고,

누군가에게는

이미 조금 열린 문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가까운 사람, 친한 사람, 강한 관계가

기회도 더 많이 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학자 Mark S. Granovetter의

약한 연결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

오히려 너무 가깝고 강한 관계보다

적당히 멀고 느슨한 연결이

더 새로운 정보와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이론은

왜 어떤 사람은 기회를 “우연히” 더 잘 잡는 것처럼 보이는지도 설명해 줍니다.


그건 꼭 운이 좋아서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조금 넓은 연결,

조금 다른 세계와 닿아 있는 관계,

조금 느슨하지만 계속 살아 있는 접점이

새로운 공고와 정보, 추천과 이동의 가능성을 더 빨리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취준생에게는

선배, 옛 인턴 동료, 학교 밖의 느슨한 연결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정보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직장인에게는

같은 팀의 친한 동료보다

한 번 같이 일했던 타 부서 사람,

예전에 스쳐 지나간 외부 파트너가

더 다른 기회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직 준비자에게도

가장 친한 사람보다

적당히 멀지만 다른 시장과 연결된 사람이

오히려 더 중요한 문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실력만으로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이미 열어둔 틈을 통해 더 쉽게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 말을 오해하면 안 됩니다.


이것이 곧

실력은 의미 없고 인맥만 중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실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력이

어떻게 기회와 연결되고,

누구에게 먼저 보이고,

어떤 문지기의 눈앞에 놓이며,

어떤 네트워크를 타고 이동하는지까지 함께 봐야

현실의 통과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항상 조금 더 쉽게 통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사람은

반드시 더 대단해서만이 아니라,

이미 문지기와 가까운 언어를 알고 있고,

이미 관계 속에서 신뢰를 조금 더 싣고 있고,

이미 다른 네트워크와 닿아 있는 약한 연결을 더 많이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차이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저 사람은 원래 잘 통하는 사람”이라고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누가 문턱을 관리하는가,

누가 더 일찍 신뢰를 얻는가,

누가 더 넓은 연결망을 타고 움직이는가가

함께 작동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사람은 왜 늘 더 쉽게 통과하는가라는 질문은

질투의 질문이 아닙니다.


그건 오히려

경쟁이 개인의 실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정확히 읽기 위한 질문에 가깝습니다.


내가 부족해서만이 아니라,

누가 문지기인지,

어떤 연결이 실제로 문을 열어주는지,

그리고 무엇이 단순한 능력 이상의 신뢰를 만드는지를 봐야

비로소 현실의 통과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그렇다면

각자의 길로 가도 결국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은

어디까지 맞는 걸까요?


길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턱이 다르고,

연결의 구조가 다르고,

기회의 흐름도 다르다면

정말 누구나 같은 종착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바로 그 지점,

각자의 길로 가도 결국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은 어디까지 맞을까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어쩌면 희망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 희망이 현실의 문턱과 연결의 차이까지 지워버리는 순간

오히려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도 놓치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음글 보기 : 26. 각자의 길로 가도 결국 도달할 수 있을까?]

https://brunch.co.kr/@da710e75f6be463/27


[참고문헌]


Coleman, J. S. (1988). Social capital in the creation of human capital.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94(Supplement), S95–S120.


Granovetter, M. S. (1973). The strength of weak ties.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78(6), 1360–1380.


White, D. M. (1950). The “gate keeper”: A case study in the selection of news. Journalism Quarterly, 27(4), 383–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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