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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꼭 쳐야 좋은 날인가요?

좋은 하루는 대단할 필요가 없다.

by Even today


좋은 하루는 대단할 필요가 없다.
볕 좋은 날엔 모든 게 괜찮아지는 기분이다.

물론, 햇살 없이 구름만 가득한 날도
“오늘, 골프 치기 정말 좋은 날씨다”
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역시, 햇살 좋은 날에는 뭘 해도 기분이 산뜻해진다.
집안일을 하며 햇볕을 쫙! 쬐고, 빨래냄새를 맡으며 널 때도.
내 강아지 보바와 공놀이를 하거나 산책할 때도.
마당에 앉아 책을 읽을 때도,
햇볕을 쐬며 타자기를 두드릴 때도.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골프를 할 때도 그렇다.

오늘은 골프장도, 연습장도 가지 않았다.
대신 마당에 앉아 커피를 들고,
강아지에게 베개를 해주며 햇살을 쬐었다.

몸이 풀리니, 마음도 풀렸다.
잠깐 낮잠도 잤다.

누가 햇살이 백해무익하다고 했던가.
나는 이 햇살 덕분에 하루를 연명하며 사는 기분인데 말이다.

오늘은 마음만 쫙 풀고, 골프는 주말에 치기로.
그래도 안 친다고 해서 골프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연습이라도 갈까? 퍼터 연습 좀 해볼까?’
하다가 그냥 몸만 공 굴러가듯 데굴데굴 굴렀다.

가끔은 이렇게 쉬어줘야지.
매일 치는 것보다,
정말 치고 싶을 때 치는 게 훨씬 좋다.

어쩌면 오늘 하루 쉬어준 덕에
내가 너무 포커스했던 무언가가
조금은 풀려서 말랑말랑해졌는지도 모른다.

그 말랑해진 마음이
내 스윙을 다시 바꿔줄지도.

골프를 치지 않아도,
골프를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오늘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이
오히려 골프를 더 잘 치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는
작고 느슨한,
좀 놀부 같은 믿음.

오늘처럼, 조급함 없이
불편함 없이
내가 즐기고 싶은 방식대로 즐기는 이 생활의 바이브를—

그대로, 골프에 옮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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