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치는 사람 말고, 같이 치고 싶은 사람.
예전엔 그저 무조건 나보다 잘 치는 사람과 골프를 치고 싶었다.
아니, 실력뿐 아니라 매너까지 갖춘—그런 완벽한 동반자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아무것도 몰라~’ 하며 헛스윙을 하며 웃음이 터지는 언니랑 치는 골프가,
그 어느 로우핸디캡 플레이어보다 편하고
그 어떤 버디펏보다도 짜릿하다.
골프가 ‘잘해야 하는 게임’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언니와 첫 라운딩을 갔던 날이었다.
카트를 타고 옆 홀을 지나는데, 한 플레이어가 벙커에서 못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언니가 너무 크게 웃었고,
그 소리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우리를 다 쳐다보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나도 모르게 정색하며 말했다.
“그러면 안 돼. 진짜 큰 실례야. 싸움 날 수도 있어.”
언니는 미안하다고 했고,
나는 다시 평온한 얼굴로 돌아왔지만
그날 이후로, 내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언니와 치는 골프는 실수가 가득해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생각보다 너무 잘해서 기쁘기도 했고 괜스레 우리 언니 역시 잘한다! 하며 우쭐하는 마음이 생겨 여기저기 자랑하기도 했다.
완벽한 스윙보다, 완벽하지 않은 순간을 함께 웃어넘기는 그 시간이
더 ‘골프 같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나,
내 가족이거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면
공을 잃어버려도 “내가 주워올게~”,
물에 빠져도 “괜찮아 공 많아 이거 하나 더 쳐~” 하게 된다.
거리도 봐주고, 클럽도 챙겨주고, 잔디에 디봇도 정리해 주고,
거의 1인 캐디처럼 열심히 챙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아, 나는 이런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도 한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이구나 싶었다.
예전에는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챙겨야 한다면,
공 찾느라 내 루틴도 못 지키고 급하게 쳐야 하는 거라면
혼자 치는 게 낫겠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과 조인하겠다’ 생각했던 내가,
요즘은 라운딩 경험 1번인 언니도 데려가고 싶고,
제일 친한 옆집 오빠 DK도 골프 치게 만들고 싶고,
예전에 골프동호회에서 만났던
골프에 대한 열정만은 진심인 언니들도 자꾸만 보고 싶어 진다.
‘잘 쳐야 한다’는 압박,
‘누구에게 잘 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집착에 사로잡혀 있던 나는
또 이렇게 배워간다.
잘 치는 사람 말고,
같이 치면 즐거운 사람.
깔깔깔 웃는다고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해주는 사람.
요즘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