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별 감흥 없는 플레이어였다.
어린데 골프를 너무 좋아하는
‘야구했던동생’이라고 해서 같이 조인해 쳤던 날,말도 별로 없고 자기 공만 조용히 치고
“감사했습니다” 하고 싹 빠졌던 그 모습. 그게 전부였다.
근데 그게 시작이었다.
지금은 매주 같이 치는 골프 동반자.
잔소리를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귀찮은 듯 챙기게 되는,
잘 치면 박수부터 치고 싶은,
그러면서도 괴롭히고 싶은,
그런 귀여운 동생.
우리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동생이 라베를 친 날.
우리는 그가 100프로의 확률로 메달, 돈을 땄을 거라며 축하해줬고,
기세좋게 한턱도 받았다.
그런데, 정작 1등을 못해서 속으로 완전 좌절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뭐야, 그래서 진짜 상금은 못 탔대?”
“네.. 누나랑 형이 무조건 딸거라했는데..“
그날 이후로 우리에게 그 친구는,
“정색도 웃기게 하는 플레이어”가 되어버렸다.
그 친구랑 라운딩을 하면, 나는 잔소리쟁이가 된다.
“야, 마음을 곱게 써야 니 공도 똑바로 간다.”
“야 디봇수리기좀줘봐”하면 한숨쉬며 본인이 수리하기도하고
“야 야 잘해라 알았지?” 하면 “네 누나 i will show you" 하기도 하며
못 치면 씨익 웃고, 잘 치면 진심으로 박수치고.
한마디로, 우린 참
진짜 ‘누나미(美)’가, ‘동생미’가 철철 넘친다.
내가 그를 생각하면 신기한 점은
그가 아직도 매번 존댓말을 쓴다는 것.
매주 주말 같이 쳐도 “감사합니다”를 잊지 않고,
뭐 하나 도와주면 “진짜 감동이에요” 라는 말이 나온다.
나는 사람을 정말 많이 가린다.
그냥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요만큼 있으면 그냥 밀어내버리기도 하고
내가 조금 마음 쓴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면
또 완전히 친구가 되고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동생도 그런 친구가 된것같기도 하다.
우리는 약속했다.
그가 핸디캡 9로 내려가면,
니가 원하는 젤 좋은 공 한 박스 사주겠다고.
“진짜요? ”
“어. 잘만 해봐.”
“알겠습니다, 누나.”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
그가 진짜 잘해서 내가 기쁜 마음으로 그 공을 안겨주고 싶다.
그리고 그걸 보며 나도 다시 열심히 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길,
진심으로 바란다.
골프라는 시간 속에서
샷보다 어떤 표정이나 말투가 더 기억에 남기도,
결과보다 동반자가 더 소중해지기도 한다.
어느날은 내가 그닥 잘친것도 아닌데 멤버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그 날은 내 하루를 정말 잘 썼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 날 남은 한장의 사진이 너무 예쁜 추억이 되기도 하고.
나는 골프치며 그런 친구같은
동생 하나가 생긴 셈이다.
잔소리하고, 박수치고, 짜증도 냈다가 고마워하기도 미안해하기도하는..
그렇게 우리는 이번주말도 함께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