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예닐곱 살이었던 우리 집엔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었고, 한겨울에도 얼음짱 같이 아주 차가운 물에 따뜻한 물을 데워 미지근한 물로 세수를 하거나 걸레를 빨곤 했었다.
나는 다른 집도 다 그렇게 차가운 물만 나오는 줄 알았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바는 깐도리.
우린 엄마에게 깐도리를 사달라고 졸랐고, 엄마는
깐도리 먹을래, 따뜻한 물 나오는 아파트로 이사 갈래?
어린 나이에 차가운 물만 나오는 집이 아닌,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이 있다? 아파트?
한 살 차이 나는 여동생과 나는 깐도리를 안 먹어도 되니, 하루빨리 따뜻한 물이 나오는 아파트로 이사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렇게 세 번의 여름이 지났을까.
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될 즈음, 우리 가족은 드디어 따뜻한 물이 나오는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우리에게 엄마는 말씀하셨다.
컴퓨터 살래? 자기 방 하나씩 가져볼래?
피아노 살래? 학교 근처로 이사 갈래?
그때 당시는 다 그랬을 수도, 다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깐돌이만 보면 생각나는 엄마의 한 마디는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아끼고 아끼셔서 결국 따뜻한 물도 나오는 집에 살며 컴퓨터도 피아노도 다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어려웠던 시절 하나씩 손꼽아 기다리는 그때 그 시간이 그립다.
요즘에는 무엇이든 손쉽게 얻을 수 있으니, 그렇게 간절하게 무언가를 원하는 게 없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