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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천사 Sep 03. 2024

깐도리를 아시나요

어머님은 깐도리가 싫다고 하셨지

깐도리.

1980년대 초반에 50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예닐곱 살이었던 우리 집엔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었고, 한겨울에도 얼음짱 같이 아주 차가운 물에 따뜻한 물을 데워 미지근한 물로 세수를 하거나 걸레를 빨곤 했었다.

나는 다른 집도 다 그렇게 차가운 물만 나오는 줄 알았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바는 깐도리.

우린 엄마에게 깐도리를 사달라고 졸랐고, 엄마는


깐도리 먹을래,
따뜻한 물 나오는 아파트로 이사 갈래?



어린 나이에 차가운 물만 나오는 집이 아닌,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이 있다? 아파트?

한 살 차이 나는 여동생과 나는 깐도리를 안 먹어도 되니, 하루빨리 따뜻한 물이 나오는 아파트로 이사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렇게 세 번의 여름이 지났을까.


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될 즈음, 우리 가족은 드디어 따뜻한 물이 나오는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우리에게 엄마는 말씀하셨다.



컴퓨터 살래? 자기 방 하나씩 가져볼래?

 피아노 살래? 학교 근처로 이사 갈래?






그때 당시는 다 그랬을 수도, 다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깐돌이만 보면 생각나는 엄마의 한 마디는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아끼고 아끼셔서 결국  따뜻한 물도 나오는 집에 살며 컴퓨터도 피아노도 다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어려웠던 시절  하나씩 손꼽아 기다리는 그때 그 시간이 그립다.

요즘에는 무엇이든 손쉽게 얻을 수 있으니, 그렇게 간절하게  무언가를 원하는 게 없어진 것 같다.


아이에게도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기다림 끝에 얻게 되는 희열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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