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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천사 Mar 12. 2024

체르니 시작한 거 축하해

작은 성취 기념외식

나도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웠었다.

나름 열심히 했고, 콩쿠르도 나가고 다니던 피아노학원에서 TOP3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다녔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와 친분이 있으신 피아노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OO 이는 실력은 있는데,

손가락이 짧아서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사이, 약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사이를 좀 찢는 수술을 하면 더 잘할 것 같아요.


아버지는 단칼에,

"피아니스트 시킬 것 아니니, 피아노는 이제 그만 배워도 될 것 같습니다."


그때 나는 아버지께 감사하기도 했지만,

피아노를 더 이상 칠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지금도 즐길 만큼은 연주할 수 있으니.


지금은 열한 살이 된 아들.

여섯 살 때 친구 따라 잠깐 다녔던 피아노,

이사 오고 나서도 관심 보이지 않다가

3학년 되면서 새롭게 배우게 되었는데

즐겁게 배우더니 드디어 바이엘을 졸업하였다.


작은 성취 기념으로 아이가 원하는 돈가스를 먹고 왔다. 내 아이도 나를 닮아서인지 피아노에 열심이고 진심이다.

다행히 아이의 손가락은 내가 그 나이 때 손가락보다 길어서,

그 옛날 피아노 원장님께서 우리 아버지께 했던  멘트를

지금 아이의 피아노 원장님께 들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좋아하는 피아노.

중학교 고등학교가도 영어수학 과목에 밀리지 않도록 꾸준히 응원해주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잘할 수 있게,

잘하는 것을 꾸준히 좋아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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