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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천사 Feb 01. 2024

엄마, 도서관 갈게요

사춘기 시작인가요

10시 50분 방과 후수업 요리 있는 날인데

도서관 간다고 아홉 시 전부터 일찍 나간다고 하는 너.

이제 4학년이 되었다며 나도 이제 고학년이라고 하는 너.


오후에 재택근무라, 오전 시간이라도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엄마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학교 도서관 가서  책 보다가 방과 후수업 바로 간다는데 엄마인 내가 서운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두 시간 가까이 책이 아니라 만화책만 볼 것 같다.

오전에 할 일이 있는데 도서관으로 피신하는 것 같다.

엄마잔소리가 싫은 걸까.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사실 오전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지만, 함께 놀기보다는 부족한 공부도 봐주고, 함께 책을 읽고 쓰는 시간을 갖고픈게 엄마인 나의 솔직한 맘이다.


올해 열한 살이 된 아들은 눈치가 백 단인지라, 방학 동안 아이들이 거의 찾지 않는 학교 도서관에서 실컷 < 흔한 남매> 전권을 보고 싶었을 테고.


초등학교 선생님인 나의 절친은, 일찍 일어나는 것도 대단하다며 게임이 아닌 책(설령 만화책이라도)을 보는 게 어디냐며 그냥 두라고 하지만, 엄마맘이 어디 그러랴.


우리 학교는 혁신초등학교로 한 학년당 두 학급이고, 전교생이 250명이 채 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도서관 시설도 리뉴얼도 되어 있고, 어른책 아이책 할 것 없이 신간도 매우 많은 편. 그런데 매우 아쉽게도 아이들이나 학부모의 도서관 이용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이유인즉슨 도서관 사서선생님이 편하지 않다는 것.

아이들이 인사를 해도 웃음기 없이 무뚝뚝하게 받아주시고,

엄마들이 가도 웃는 얼굴을 만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이들은 책 반납도 직접 하지 않고 반납함에 넣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도서관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그런데 우리 집 아들은 그런 사서선생님이어도 이른 아침부터 학교 도서관을 간다 하니, 관심 많은 엄마보다 무관심한 사서선생님이 편한 것은 아닌지. 그 공간에서 혼자 실컷 만화책을 보는 시간이 혹시나 집보다 편한 숨통 트이는 공간은 아닌지. 엄마가 매일 읽고 쓰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을 혹여 아이에게 강요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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