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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명문장들 – 연설문으로 공부하기

미국 중학 홈스쿨링

by 감기

한국어를 하면서 한국문법을 배우는 것이 생경했던 만큼 영어가 모국어인 아이가 영문법을 학교에서 배우는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하지만 고전교육 홈스쿨링 프로그램은 문법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 미리부터 문장구조분석을 배우고 훈련했다. 나는 이 시간을 은근히 즐기는데 영어를 책으로 배운 덕에 습득한 해박한 문법지식 덕분에 상대적으로 문법용어가 생소한 원어민 아들 앞에서 막힘없는 분석으로 뽐내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Classical Conversation (CC)의 영문법 교재를 The Essentials of the English Language (EEL) 소개부터 시작하자. 초등 고학년 대상이며 1년 커리큘럼 24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당 문장을 분석할 수 있는 네 가지 요소 (문장형식, 문장의 역할, 문장형식, 품사)중 하나씩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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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ssentials of the English Language 목차, 챕터구성

기본 문장형식을 숙지한 후 다양한 품사를 더하고 점점 복잡한 구조로 확장해 익히는 구조인데 특이한 점은 우리에게 익숙한 5 형식이 아니라 7 형식이 기본 문장구조이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문장 구조분석 방법인데 문장의 뼈대인 주어와 술어를 제외한 모든 부분은 분해한 후 약속된 기호들을 사용해 다이어그램으로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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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형식과 기본 구성, 문장구조 다이어그램과 품사분석

워낙 공대형 소년이라 문학작품을 읽고 감상평을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지만 (정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ㅋ) 단어의 논리적인 관계를 문장에서 풀어나가는 문법에는 훨씬 반응이 좋았다. 세 번 정도 교재를 반복해서 공부하면서 문법의 기초를 다지고 나니 어떻게 하면 배운 지식을 흥미롭게 적용해 볼까 고민되었다.


TED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아이의 성향을 이용해 현장의 문장들을 직접 해채하고 분석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어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영어문장들을 고도로 정제하고 수사학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글들은 아무래도 중요 연설문이나 발표문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유튜브 시대인지라 지난 연설문의 오디오파일이나 영상은 손쉽게 구할 수 있었고, 역사적인 연설문들을 선별하여 묶어놓은 좋은 책도 찾을 수 찾을 수 있었다.

IMG_1883.JPEG 연설문 공부하기 좋은 책들

이번주에는 오랜만에 아이와 문법시간을 가졌다. 아이가 고른 연설문은 토니 블레어 총리의 "Address to Irish Pariamnet (November 26, 1988)." 아이와 나에게 다소 생소한 영국과 아일랜드의 역사가 배경이라 역사책을 찾아 간단하게 리뷰했다. 왕실 구조의 변화에 따른 복잡한 지배 역사, 아일랜드 가톨릭과 영국 성공회 간의 종교적 갈등, IRA의 무장투쟁으로 회자되는 아일랜드 독립전쟁등, 영국과 아일랜드 간의 기나긴 갈등의 역사를 매듭짓고 두 나라 간 평화협정을 맺은 1998년 아일랜드 의회는 당시 영국총리였던 토니블레어를 의사당으로 초대하여 두 나라 간의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기념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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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y Blair speech (pg.184, 100 Speaches that changed the world by Colin Salter), 아이의 문장 다이어그램


먼저 유튜브로 연설문(https://www.historyplace.com/speeches/blair.htm)을 듣고 그중 몇 문장을 골라 아이와 문장 구조를 분석한다. 피로 얼룩졌던 두 나라 간의 전쟁이 드디어 끝나고 처음 두나라의 정치인들이 한 곳에 모여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다짐하는 연설이라기엔 중간중간 웃음과 따뜻한 박수가 너무나 평화로워서 아직도 분단국가인 한국인이 보기에 뭉클한 지점이 있었다.




CC가 영문법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국어의 깊이 있는 이해가 영어는 물론 외국어 습득에도 초석이 되며 고학년에서 배울 문학작품의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어릴 적 노래로 외웠던 문법용어들은 영어뿐 아니라 라틴어 문법에도 적용이 되고 있으며, 복잡한 문장을 분석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물론 아이가 쓴 글의 오류를 찾아내는 데 적용하고 있다.


언어는 생각을 체계화해 담아내는 약속된 시스템이다. 문법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필자가 사용한 아름다운 문법적 유희를 해독하고, 문장을 역추적해 그의 메시지의 따라가다가 보면 당시를 살아냈던 우리들의 생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역사적인 연설문들을 통해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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