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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 엄마와
공대남st 아들의 수학 1

미국 초등 홈스쿨링

by 감기

홈스쿨을 병행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가끔 한다. 아이의 사춘기가 너무 심해져서 나를 밀쳐내면, 학교 숙제나 과외활동으로 짬나는 시간이 전혀 없어지는 시기, 그리고 더 이상 아이의 수학문제를 함께 고민해 주지 못하게 될 때...이지 않을까? 한국형 전형적인 문송형 엄마인 내가, 수학심화문제 10 문제와 일기 한 단락 쓰는 것 중 하나를 고른다면 고민 없이 수학문제와 씨름하는 것을 선택하는 공돌이형 아들의 수학 커리큘럼을 정하는 일은 자신이 없었다.


기초를 튼튼히 하면서도 아이가 가진 흥미를 이용해 조금씩 깊이 내려가 보는 수학을 하고 싶었던 만큼, 타 홈스쿨 프로그램에서 전반적으로 쓰고 있는 교과서형 교재는 피하고 싶었고 연산훈련을 강조하는 문제집 또한 선택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만난 초등 수학 교재 시리즈인 Beast Academy. 한국식으로 이야기하면 심화나 사고력 문제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공교육 수학은 널리 알져진 바와 같이(!) 무척 쉽기 때문에 교과서나 평범한 문제집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거의 접할 기회가 없다. 운이 좋아서 수학을 사랑하시는 선생님을 만나면 가끔 수업진도 이외에 풀어 볼 수 있도록 격려하지만 매우 드문 경우.


미국의 공교육이야기를 하면서 다루겠지만 여기서도 수준별 학습지도를 하기 위해 카운티마다 시행 중인 프로그램들이 있다. 살고 있는 Burbank는 자치지구라 독립적인 교육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GATE (Gifted and Talented Education) Program라는 영재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초 3부터 고등학교까지 해당 학생들의 성향에 맞는 심화학습을 제공할 수 있도록 반 편성을 따로 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제목으로 더 깊이 다루기로 하고...). 교육구의 GATE 프로그램 디렉터가 학기 중 세미나를 열어 부모님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데 Beast Academy가 소개된 책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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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st Academy 만화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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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st Academy 문제집

온라인 강의 및 문제집을 펴내고 있는 Art of Problem Solving (https://artofproblemsolving.com)이라는 회사에서 출판한 책 시리즈로 크게 초등(1학년 - 5학년)을 위한 Beast Academy와 중고등(6학년 - 12학년)을 위한 AoPs Math로 구성되어 있다. 초등책은 각 학년별 4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코스당 개념을 설명한 만화책과 실전문제집이 서로 보안하도록 디자인되어있는데, 아이는 학습만화에는 관심이 없어서(역시 가르친다는 냄새가 나나보다) 문제집만 3학년 때부터 사용했다. 문제들 중에는 수학올림피아드 기출문제도 간간히 포함되어 있는데, 초등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문제 구성을 코믹하게 한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래 예시중 두 다리 괴물에 대한 문제 보이시나요?) 아이 친구 중 한 명은 여름 방학 때 같은 회사에서 화상수업형식인 온라인 강의(https://artofproblemsolving.com/school)를 수강하기도 했는데 그 엄마에 따르면 나름 만족도가 높았다.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기도 하고, 좋은 습관 하나를 얹혔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으로 등교하기 전 수학문제를 한 두 문제씩 풀린 것이 벌써 5년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반발도 있었고, 나도 때로는 게으름을 피우기도 해서 한동안 중단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이나 나나 거의 자동적으로 수학책을 펴고 한 두 문제 씨름하다가 후다닥 등교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물론 이 정도 공부량으로는 교제를 빠짐없이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기 중에는 우선 학교 진도에 맞는 챕터에서 문제를 선택해서 맛보기식으로 진행하고 풀어보지 못한 부분이나 난의도가 높은 문제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도전하기도 한다.


수학에 공포감을 가졌던 내가 아이와 함께 다시 공부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수학은 참으로 아름답고도 고도로 구조화된 학문이라는 것. 이전에 수포자로서 받아들였던 수학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 왔던 공식들을 도구로써 사용하기 위한 훈련 과정 같다고 느껴졌다면, 다시 배우는 수학은 이 세상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는 원리를 발견하여 정리하다 보니 공식이 되었고 이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완벽과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이란 개안 수준의 깨닭음이다. 세상에 늘 가득한 이 경의로움을 하나씩 찾아보려는 노력으로 오늘도 아이와 함께 한 문제씩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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