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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입고 학교에

미국 사립학교 이야기

by 감기

8학년 가을학기 시작. 아이는 8년 동안 다니던 공립학군을 떠나 사립학교로 적을 옮겨 통학하게 되었다. 여름에 사둔 새 유니폼을 입고 트럼펫과 풋볼장비들을 챙겨서 생전 처음 학교버스를 타고 아침 등굣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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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하기까지 여러 사정과 과정이 있었지만 사립학교로 옮긴 가장 큰 이유는 더 나은 학교 생활을 위해서이다. 살고 있는 버뱅크는 주위에 비해 학군 평판이 좋은 편이라 Inter District Permits (지역에 살지 않지만 사업장등의 이유로 자녀를 해당 지역에 입학시킬 수 있는 제도)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전학을 오는 곳이다. 사실 초등학교까지는 선생님들, 친구들과의 좋은 추억이 많고, 대부분의 초등학교 동창들이 같은 중학교로 배정받아서 생활했기 때문에 결정은 쉽지 않았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중2 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캘리포니아의 공립학교행정의 문제 때문이었을까? 아이는 학교에 만연한 나쁜 언어습관, 공격성 높은 친구들, 어른들의 이데올로기가 고스란히 전달된 아이들 사이에 가치관의 충돌, 그리고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는 방관하는 학교행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특별한 사건이나 따돌림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늘 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해왔고 학교를 바꾸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나는 한 때겠지, 바꾸더라도 고등학교로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은 어느 비가 퍼붓던 봄날이었다. 아이를 픽업하고 잠깐 식료품점에 들러서 몇 가지를 사고 나오려다 옆에 주차한 아주머니의 심기를 건드린 것.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유유자적 짐을 싣고 있던 그녀는 내가 차를 빼기 시작하자 자신이 아직도 짐을 싣고 있는데 내가 차를 움직여서 치일 뻔했다는 말도 안 되는 시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시하고 갈길 가려했지만 이번엔 폰으로 나를 영상으로 찍으려는 행동에 나도 분노 폭발. 고성이 오가다 끝내는 나에게 *uck off를 쏟아붓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주차장을 빠져나왔지만, 분노와 스트레스로 내 몸은 덜덜 떨고 있었다. 그때 차 안에서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던 아이의 한마디 "Mom, you just expreienced my school. I go through this everyday at school."




학교생활이 즐거움의 연속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압박과 긴장의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 지난 2년 동안의 빨간불들 - 학교에 다녀와서 아이가 내쉬던 한숨들, 학교에서 수시로 보내던 크고 작은 교내 사건 사고 이메일들, 예전 같지 않던 선생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 을 애써 무시해 왔던 나 자신이 빠르게 반성했다. 남편과 상의 후 그날로 집에서 가깝고 또 지인의 아이들이 다녀서 평소 관심 있던 크리스천 사립학교 입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미 3월이었기 때문에 정식 지원일 (보통 1월 말)은 지난 상태라 마음이 급했다. 다행히 아직 자리가 남아 있었고, 그 학교 선생님인 지인의 도움과 현 학교 선생님들 (추천서가 필요함)의 협조로 일정에 맞추어 서류들을 준비하여 인터뷰를 볼 수 있었다. 사실 이번이 아이의 사립학교 지원이 처음은 아니었기에 준비과정이 수월 할 수 있었고 (사립학교 선정과 지원에 대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다행히 순조롭게 합격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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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풋볼팀에 가입하여 여름동안 운동하며 친구들도 사귀었다. 학교에는 이미 교회 친구들이 꽤나 다니고 있어 적응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작은 학급사이즈, 성경공부와 채플시간으로 기대되는 영적 성장, 평온한 학교 분위기, 다양한 방과 후 활동, 선생님들과의 수월한 커뮤니케이션 등이 현재까지 경험하고 있는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로써 아이는 공립과 사립 그리고 (파트타임) 홈스쿨링까지 모두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사립학교 생활은 물론 공립학교의 경험의 반추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홈스쿨링까지 꾸준히 기록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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