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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생일 선물은 이거야 :
기억에 저장하는 생일 파티

아이의 사생활

by 감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친구들로부터 생일파티 초대가 없어졌다. 있다고 해도 영화를 같이 본다거나 집에서 같이 게임을 하는 소규모 친목회(!) 같은 모임이고, 왁더글 덕더글 하는 생일파티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11번째 생일이 마지막이다. 매년 아이의 생일파티 아이디어 때문에 고민하곤 했지만, 생각해 보니 많은 친구들을 초대하는 생일잔치는 프리스쿨 때부터 초등까지 8번 정도이며 코로나로 모이지 못한 세월을 또 빼면 고작 5-6번 정도인 셈이다. 처음 몇 번은 멋모르고 미니골프, 볼링장, 야구연습장등 캐더링이 포함된 시설을 대여해서 파티를 했더랬는데, 아이의 친구들뿐 아니라 동생 누나 부모님들까지 오게 되면 생각했던 인원을 훌쩍 넘겨버려서 다음 달 카드값에 후달리곤 한 아픔이 있다. 값진(!) 이러한 경험들 덕분에 이후에는 나름 예산 친화적이지만 재미에서 만큼은 밀리지 않는 생일파티를 준비하려 노력했었다. 말나 온 김에 엄마의 생활형 창의력(!)과 품을 팔아 준비했던 생파의 기억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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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ery at Pasadena Roving Archers

양궁 체험 파티: 1935년 설립된 유서 깊은 양궁 클럽 (https://www.rovingarchers.com/). 작고 아담한 숲 속 양궁장이 파사데나시의 지원과 회원들의 참여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마다 첫방문자들에게 무료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양궁의 매력에 반해서 아이와 몇 번을 더 참여하게 되었고, 생일파티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냉큼 문의하고 예약을 잡았다. 소정의 기부금 수준의 비용으로 스무 명 남짓의 아이들을 위해 각종 활과 화살, 네 명의 양궁 클럽 회원들이 봉사해 주셨고 지금도 아이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생파로 회자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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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Airplan with Blacksheep Squadron

모형 비행기 파티: 아이가 한 살이 되기도 전에 아빠와 함께 가입한 모형 비행기 조립 클럽: Blacksheep Squadron(http://www.blacksheepclub.org/). 독특하고도 어마어마한 이 클럽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꼭 소개하기로 하겠다. 회원으로 다년간 활동하던 중에 클럽의 미션 중 하나가 모형 비행기 체험을 통해 어린아이들에게 항공지식을 나누는 것임을 상기하고 최연소 회원인 아이의 생일파티를 제안했다. 비행기 만들기는 물론, 만든 비행기로 대회도 열고, 여러 흥미로운 실험 비행도 함께 한 세상에 어디도 없을, 비행기 덕후를 위한 생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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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Eagle Free Flight

경비행기 체험 파티: 미국에서 가장 큰 항공기 조정사 단체인 EAA (Experimental Aircraft Association) 회원들이 재능기부 및 개인 비행기를 손수 몰고 와서 만 8-17세 아이들에게 무료로 경비행기 체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전역 중소비행장에서 한 달에 한번 정도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장소 및 시간은 해당 웹에서 확인할 수 있다(https://www.eaa.org/eaa/youth/free-ye-flights/become-a-young-eagle). 이 프로그램을 수년간 참여해 온 아이의 전적을 뒷배 삼아 담당자와 상의하여 정기 행사 당일 한쪽에 생일상을 차리고 친구들을 그룹으로 묶어 함께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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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Gazing with Burbank Sidewalk Astronomers

천체 관측 파티: 직접 개인들이 제작한 천체 망원경을 가지고 산책로와 시립도서관에서 천체 관측 체험은 물론 우주와 별들에 대한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나누는 (사실 회원 중에 전직 NASA 직원들도 있다는 ㅎㅎ) 우리 동네 천체 관측 동호회 Burbank Sidewalk Astronomers (페북: https://www.facebook.com/burbanksidewalkastro/)의 도움을 받았다. 지난날 아이의 꾸준한 참여로 얼굴은 튼 덕분에 흔쾌히 초대에 응해 주셨다. 우리 집 뒤뜰에서는 따뜻한 칠리로 저녁을 함께하고 앞뜰에서는 달 표면, 토성의 띠, 성운들을 보면서 친구들과 보낸 겨울밤의 추억. 그리나 2주 후 코로나로 락다운되면서 아이의 마지막 생일 '잔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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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 마네 아들과 브래인스토밍 많이 했던 12번째 생일은 마침내 스케이트장에서 하기로 하고 몇몇 친구들을 초대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다 커버려서 부모님들은 참석하지 않는 십대들만의 모임. 케이크도 남사스럽다며 노래도 생략, 간식은 도넛과 핫초콜릿으로 대신했다.


13번째 생일에는 다시 작은 파티를 하게 될까? Xbox 나 닌텐도 대신 가족 모두 정성껏 고민하며 설렘으로 준비했던 친구들과의 특별한 생일축하 기억들이 소중한 선물들로 남았다. 아이의 한 살 한 살을 손으로 꼽아 세었던 날들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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