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나 유치원 가기 싫어!"
그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내 몸과 마음은 예민함에 한껏 날카로워진다.
왜, 또 유치원에 가기 싫어진 건지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물어본다.
"화장실에 혼자 있을 때, 너무 무서웠어."
"엄마가 보고 싶어"
"친구들이랑 노는 건 재미있는데, 유치원에 가기싫어"
"유치원에서 밥 먹는 시간이 싫어"
싫은 이유가 한둘이 아니다. 한번 다니기가 싫은 마음은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은 모양이다.
편식이 심한 아이는 점심시간이 불편하고 싫다고 한다. 얼마 전 화장실에서는 볼일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자 갑자기 무서움을 느꼇나 보다. 화장실은 당분간 선생님이 같이 가주기로 했는데도 계속해서 울며 불며 유치원 거부로 이어진다. 반복되는 대화에 머리가 아파지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상황이 견디기 힘든 이유는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 2년 전인 5살. 아이는 유치원 입학 전부터 다니기 싫다고 했다. 가기도 전에 싫다니 당황스럽긴 했지만 오랜 시간 가정 보육을 했던 아이였고 당연히 엄마와 떨어져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을거로 생각했다. 워낙 활발한 아이라 곧 재미있다며 잘 다닐 줄 알았다. 낯가림도 거의 없었고 누구와도 잘 놀았던 아이였다. 놀이터에서 처음 보는 할머니에게 업어달고 할 정도였다. 그 할머니는 같이 온 손자 대신 우리 아이를 업고 놀아주고 계셨다. 그런 아이의 성향을 보며 낯가림이나 친화력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유치원에 다니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매일 매일이 "엄마, 유치원 가기 싫어!"의 연속이었다.
물론, 가끔 유치원이 재미있다며 잘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도 인해 가정 보육 시간이 늘어 가고 자주 아프기 시작하며 유치원에 못 가는 날들도 늘어갔다. 적응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가기 싫어 우는 아이를 안아 주며 달래도 보고 유치원은 무조건 가야 한다고 강하게도 말도 해보고 일찍 하원해서 근처 공원에서 신나게 놀다 오기도 해보고 유치원에 잘 다녀온 기념으로 깜짝 선물을 준비해 보기도 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괜찮은 듯 괜찮지 않은 듯 계속 반복될 뿐이었다.
유치원 문 앞에서 울다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고, 점심이 먹기 싫어 화장실에 한참을 있다 나온다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매 순간 "엄마, 나 유치원 안 가면 안 돼?"를 묻는 아이의 질문이 점점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때로는 아직은 단체 생활이 싫고 집보다는 제약이 많은 상황이 견디기 힘든 게 아닐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약해져서 유치원을 그만두고 가정 보육을 더 할까 싶기도 했다. 때로는 지금 포기하면 앞으로 아이의 미래는 어떡하지? 이럴수록 엄마인 내가 더 강하게 마음먹고 아이의 적응을 위해 노력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여전히 아이의 "엄마, 나 유치원 가기 싫어. 유치원 안 가면 안 돼?"라는 말은 한결같았다. 나도 점점 지쳐갔고 '유치원 안 가면 그만이지! 이렇게 스트레스받고 서로 힘들게 다녀서 뭐 해!'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밝고 흥이 많은 아인데 유치원에 안 다닌다고 크게 잘못되는 게 아닌데 라는 결론으로 5살 겨울 방학을 끝으로 더 이상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고 다시 가정 보육을 시작했다.
그 뒤로 1년의 시간을 다시 함께 보내며 아이도 나도 전보다는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마음껏 책도 읽고 자유롭게 놀러도 다니고 그날그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우리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 안에서 느리지만 천천히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유치원을 그만둘 때는 아이가 계속 기관 생활을 거부하면 홈스쿨링을할 생각까지 했지만,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분명 필요하단 생각에 7살에 다시 유치원 생활을 해보기로 했다. 걱정 속에 입학식 날은 다가왔고 정말 다행스럽게 이번에는 아이도 유치원에 다니고 싶어 하며 첫날부터 너무 재미있어했다. 그동안의 힘들었던 시간이 스쳐 가며 그래도 유치원에 다시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아이의 변화에 격한 응원을 보냈다.
두 달 정도는 신나 하며 유치원에 잘 다녔다. 하원 후 그날의 일상을 물어보면 "너무 재미있었어", "엄마를 까먹을 정도로 너무 좋았어.", "친구들도 좋고 선생님도 좋아"라는 아이의 말에 마음이 놓이고 역시 육아에는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을 그만둘 때만 해도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우리 아이만 유치원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것 같아 속상함이 앞섰다. 시간이 지나 언제 그랬냐는 듯 유치원에 잘 다니는 아이를 보며 괜한 걱정이었구나 싶고 조금 달랐을 뿐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 앞에서 손 하트를 날리며 잘 다녀오겠다고 누구보다 씩씩하게 등원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앞으로는 재미있게 잘 다니겠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하기도 하고 행복했다.
그런데 그러한 일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또다시 아이는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한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 나 유치원 가기 싫어" 이번에는 벌써 부터 내 마음이 지친다. 이미 예전에 유치원에 대한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탓일까. 아이를 설득할 힘도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줄 힘도 별로 남아있지 않은 듯하다.
모든 게 다 내 탓인 것만 같아 답답함은 배가 되고 아이에게 맞는 최선은 도대체 뭘까 수없이 질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오늘 하루 유치원에 가지 않고 신나게 노는 아이를 보며 더 생각은 깊어진다. 어떻게 하면 다시 즐겁게 등원할 수 있을지 고민이 늘어 간다.
내일은 웃으면서 등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