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사에게 내리는 벌

천형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 모두, 힘내시길 소망합니다

by 섬세한 시골 의사

30년 된 작고 오래된 치과를 인수하여 운영한 지 3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전까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페이닥터 생활을 하며, 선배들의 진료와 경영 노하우들을 전수받았다. 마케팅 빵빵한 대형 치과에서도 일해보고, 장비 욕심이 있는 치과에서도 일해보고, 충청도의 시골 시장 앞 치과에서도 일해보았다. 각각의 원장님들은 나름의 철학이 있었고, 그 철학의 쌓일 때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공부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조금씩의 차이가 있었지만, 같은 치료를 하더라도 '내 환자를 낫게 하겠다'라는 목표는 같았다.

최고의 장비와 치료법을 도입해서 진료를 하면, 내 환자가 나을 확률이 분명히 높아지겠지만, 병원 및 환자의 부담금과 치료 시간을 고려해야 하며, 그 속에서 최고의 치료법을 찾아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확률이다. 내 환자가 나을 확률!


분명 치의학이라는 학문을 오랜 시간 공부하고 있지만,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단편일률적인 방법으로 다 낫게 할 순 없다. 예를 들어, '치아가 시릴 때 이렇게 하면 낫는다'라는 것은 절대 없다. 이것도 시도해 보고, 저것도 시도해봐야 하며, 이것도 저것도 소용없을 때가 있다.


"옆집 아저씨는 잇몸 부었을 때, 잇몸치료하고 나니 나았다는데, 나는 왜 잇몸치료를 해도 안 낫는 거요? 바쁜 사람한테 계속 치과 오라마라, 내가 지금 몇 번이나 온 줄 아나 ! "


마치 당신이 실력 없는 의사가 아니냐 라는 눈초리가 너무나도 따갑고, 환자들의 볼멘소리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지만, 그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아버님, 폐암환자에게 아무리 최상의 항암치료와 약을 준다고 해도, 담배 한 대 피워버리면 끝입니다. 제가 알려드린 주의사항을 지키셔야지요"


...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지만, "그럼 다 내 탓이란 말이가! " 라고 화내실까 봐, 기분 안 상하시게 매번 돌려 말하는 것도 너무나 어렵다


나도 한 방에 당신의 불편함을 해결해드리고 싶어서, 졸업 후에도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다. 그 분야 고수들이 세미나라도 개최하면 , 적지 않은 돈을 내면서, 그 방법을 듣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아마, 과를 불문하고 모든 의사 선후배님들이 그러고 있을 것이다.


일부 나 몰라라 하는 의사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나의 주변의 의사들은 ' 내 환자 잘 치료해 드려서 안 아프게 해주고 싶다'라고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깔끔하게 낫지 않고, 불편감을 토로하는 환자가 1명이라도 있으면, 며칠 내내 그 환자 걱정과 나의 자책 때문에 퇴근길이 무겁고 힘이 없다. 페이닥터 시절, 대표원장님께선 나의 모습을 보곤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우리가 이 직업을 택한 이상, 평생 따라올 천형입니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려면, 계속 공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늘이 내리는 벌이라... 오늘따라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저의 넋두리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배부른 소리'인 것도, '스트레스 없는 직업은 없다'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오늘도 묵묵히 천형을 버티고 나아가는 모든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오늘 하루 작은 행운이 스며들어,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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