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의미
나와 친구 두 명, 이렇게 셋이서, 베트남 다낭을 2박 4일 여행 후, 어제 귀국했다. 다낭이나 베트남에 큰 매력을 느낀 건 아니었지만, 각각이 살고 있는 동네가 너무 달라서, 출발할 수 있는 공항이 셋 다 달랐다. 세 공항 중 일정과 목적지가 겹치는 곳을 찾아보니, 일본과 다낭 밖에 없었다. 일본은 올해 다들 다녀온 적이 있어, 다낭으로 그 목적지를 정했다.
세 남자 중 나만 유부남이다. 와이프를 두고 여행 가는 걸 직원들에게 말했더니, 질색을 하더라...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심지어, 남자들끼리 동남아라니.. 하면서 말이다.
하... 어쩌다가 남자들이 동남아 여행 가는 게 부정적인 시선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경멸의 눈초리(?)에 피부까지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
결혼 전엔, 배낭 하나 매고, 비행기 값싼 도시로 무작정 떠나는 게 , 멋이라고 생각하며 여행했는데, 결혼하고 나니, 그게 너무 어려웠다. 와이프를 값싼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 룸에 묵게 할 수도 없어서, 호텔에서 숙박해야 했고, 무거운 배낭 대신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했다.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 되어 버렸달까.
최대한 돈을 적게 쓰고 여행하는 가난한 여행자 코스프레가 멋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여행스타일이, 결혼 후 많이 바뀐 것을 알아차린 와이프님께서 친구들과의 여행을 허락해주셨....(말문이 막힐 정도로 감정이 벅차오릅니다. 흑흑 ㅠㅠ 와이프님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 )
어쨌든, 세 친구는 공항이 다 달라서 다낭 공항에서 만나기로 하고! 본격적인 다낭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48시간 동안 이곳에서 재밌게 놀아야 한다! ㅋㅋㅋㅋㅋ
아재 남자들 중엔 여행에 있어, 파워 J는 거의 없다. 우리 셋도 계획이 없었다. 서핑이나 하다가 해변에 누워서 쉬다 오지 뭐.. 이런 막연한 계획으로 바다 앞에 숙소를 잡았다. 날씨가 흐리다. 파도가 더럽게 부서진다. 서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계획의 전부가 날아갔다! 어쩌지..?
애초의 다낭의 관광명소는 우리 여행의 리스트에 없었다. 스쿠터를 빌렸다. 발 길 닿는 데로 갔다. 적당히 맛있어 보이는 곳에서 밥 먹고, 커피 한 잔 했다. 스쿠터 타고 막연히 또 돌아다니다가, 기름이 떨어졌다. 애초에 기름이 얼마 없었는데,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돌아다니다가 주유소 찾아서 왔던 길을 한참 돌아왔다. 기름 풀충전하고 또 돌아다닌다. 비가 오는 데 다 맞아가면서 돌아다니다 지쳐서, 또 적당히 깨끗하고 리뷰 좋은 곳에서 마사지를 받았다. 밥값이나 기름값 같은 건, 게임해서 진 사람이 내기로 했다. ㅋㅋㅋ 다낭 여행 중에 돈내기 게임이 제일 재밌었다 ㅋㅋㅋ 사실 그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셋 다 술을 좋아하지도, 잘 마시지도 못해서, 콜라나 주스를 마시면서 48시간 여행을 마무리했다.
여행은 왜 해야 할까? 여행이 경험이 될까? 여행이 인생의 자산이 될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꽤 많은 나라에 배낭여행을 다녔지만, 여행 중에 정말 값진 경험을 한 적이 있냐라고 하면 , 기억나지 않는다. 인생의 자양분 이런 건 여행에서 찾기 힘들었다. 20대, 30대 때는 여행의 작은 경험이 인생의 큰 경험인 양 착각했고, 일종의 과시였고 허세였다. 유학처럼 타지에서 생활하는 게 아니라면, 여행에서 값 진 경험을 한다고 하기엔, 비용과 시간이 너무 과하다. 그 돈과 시간이라면 책을 읽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대화 때문이다.
여행을 간 자리에서만 나눌 수 있는 심도 깊은 대화가 있더라. 이번 여행에서도 해가 뜰 때까지 남자 셋이서 얘기하고, 고민하고, 그러면서 내 친구들과 나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을 더 알게 되었다. 알고 지낸 지 25년이 넘었는데도, 내 친구의 다른 면모를 알 수 있었다. ( 이 놈은 생각보다 더 웃긴 놈이구나라는 것 ㅋㅋㅋ)
여행은 인생에서 분명히 즐거운 콘텐츠이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은 추억이 되고, 단순 추억 쌓기가 여행의 목적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
추억과 대화를 위한 여행이라면, 누구와 함께 가는 것이냐가 중요하다. 혼자 간다면, 나 자신과 대화할 시간이 꼭 필요하다. 혼자 생각 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이라면, 여행지 도착해서 까지 생각 없이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나는 '왜 이 여행을 왔으며, 이 여행 중에 무엇을 정리하고, 무엇을 다짐할 것인가'를 나 자신과 얘기해 보길 권한다.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 주절주절 거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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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 시 그대의 말이 맞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