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대부분의 페이닥터들은 노사(?) 간의 다 인기쟁이이다. 의사이니까 대표원장님과의 대화가 어색하지 않고, 또 한편으론 고용된 직원이니까, 병원 치위생사 선생님들과 얘기할 때도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린다. 점심시간이 되면, 원장님과 식사를 같이 하거나, 아니면 직원들과 같이 먹는다. 다 같이 점심을 먹는 자리는 거의 없다. 서로가 다 불편해서 그런 거겠거니..
원장님과 식사자리에선 학문적 얘기도, 이 직업에 대한 얘기도, 때론 부동산 같은 투자 얘기 등 밥 먹으면서 다양한 주제가 오간다. 반면에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한다면, 요즘 인기 아이돌이나 유행하는 것들의 대한 얘기 등 대화 주제가 확 바뀐다.(사실 직원들과의 얘기의 절반은 치과와 대표원장님의 험담이었을 거다 ㅋㅋㅋ)
아마도 직원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여성들이고, 대표원장님은 50대 이상 남자라서, 당연히 대화하는 주제가 다르다. 나는 그 사이에 낀 30대 남성이었으니, 여기저기에 다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개원의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직원들 중 사장과 점심 먹는 걸 반가워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개원의가 되었으니, 사장이나 다름없고, 직원들은 나와 밥 먹는 걸 싫어할 거란 것을 페이닥터 시절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자.... 이제부터 은퇴하는 그날까지 나의 점심은 오롯이 혼자 먹어야 한다. 이 외로움을 일상으로 받아들일 준비는 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영 불편하다.
우리 치과는 소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서, 주변에 식당이 몇 군데 없다. 돌아가면서 몇 번 먹으니, 금방 질려버렸다. 더구나, 점심시간에 직원들이 다 나가버리면, 그 시간에 전화응대할 사람도 없고, 시골의 노인분들은 예약 없이 불쑥 찾아오시는데, 점심시간이라고 치과에 아무도 없는 게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 나라도 점심시간엔 접수 데스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점심을 거르거나, 출근 전에 편의점 샌드위치를 사들고 오는 날이 반복되었다.
아내가 이 마음을 알아차렸나 보다.
도시락을 싸주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나보다 훨씬 먼저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준다. 결혼 전엔, 장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 요리를 몇 번 하지도 않았는데, 결혼 후에 남편의 도시락을 싸려니, 시간도 당연히 더 오래 걸린다.
나는 집에서 먹던 밑반찬 몇 개에 즉석밥만 챙겨줘도 감지덕지이지만, 아내는 도시락을 대충 싸주기 싫었나 보다. 매일매일 도시락 메뉴가 바뀐다. 오므라이스, 김치볶음밥, 유부초밥처럼 점심식사로 무겁지 않은 메뉴를 고민해서, 이른 아침부터 만들기 시작한다.
너무나 고마웠지만, 내심 며칠 하고 지치리라 생각했다. 결혼 전 혼자 살 때, 도시락을 몇 번 싸들고 다녀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기에, 며칠 못하고 포기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3년이 지났다. 오늘 아침도 여전히 한쪽 손엔 아내가 쥐어준 도시락 가방이 있다. 어제저녁 식사 후에, 무언가를 손질하더니, 오늘 점심 도시락 인가 보다.
매번 너무 고맙다. 아내의 사랑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지 않게, 오늘도 맛있게 먹고 감사함을 표현해야겠다.
당신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 누가 떠오르나요? 혹시 그 사랑에 무뎌지지는 않았나요? 생각난다면 망설이지 말고 고맙다고 표현해 보세요. 롸잇나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