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your WBTI? EP2.

HER Lab의 세 번째 연구

by HER Lab

지난 EP1에서는 냉정할 정도로 합리성에 근간을 두고 있는 요즘 여성들의 선택 기준 속에서,

은밀하게 자리한 비합리적인 욕망의 갭을 조망해 보았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무대를 직장으로 옮겨본다.

요즘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갖는 마음과 심리에 집중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들여다본다.




TYPE 3. 평생 팀원이고 파! 자발적 만년 대리

“생각해 보면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2030 세대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많지 않죠.
그래서 선택지가 많을수록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사실 선택을 안 하면 책임도 안 져도 되는 거니까.
그래서 리더가 힘들어지고 리더 포비아가 생긴 겁니다. 갈등이 있을 때 팀원인 자신이 직접 해결하기보다 리더가 대신 판단을 내려주길 원합니다."¹
(리더십코칭 전문가)


최근 조직 내 대리·사원급 여성들 사이에서는 승진 제안을 망설이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팀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좋지만, 누군가를 이끌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자리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갈등이 생겼을 때 직접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팀의 성과를 대신 설명해야 하는 자리, 누군가의 평가를 책임져야 하는 역할. 이러한 무게를 감수할 만큼의 보상과 만족이 따르는지, 요즘 여성들은 냉정하게 계산한다. 커리어에 의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에 그랬듯, ‘더 높은 자리’가 곧 ‘더 나은 선택’이라고 자동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뿐이다.


코이카 4.png
코이카 3.png
코이카 2.png
코이카 1.png
코이카의 ‘나답게 Re;SPEC!’ 캠페인


이런 태도는 마케팅 메시지에서도 차용된다. 코이카의 ‘나답게 Re;SPEC!’ 캠페인은 “SPEC의 기준을 바꾸다. 나다운 스펙이 모두의 리스펙이 되도록”이라는 카피를 내세운다. 모두가 정해진 기준을 따라가는 대신, 각자의 선택과 경험을 스펙으로 인정하겠다는 일종의 선언문 같아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더 높은 자리를 향해 올라가라는 메시지보다, ‘나답게 선택해도 괜찮다’는 허용이다. 리더가 되지 않아도, 남들과 같은 경로를 밟지 않아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신호. 조직의 위계보다 개인의 방향성을 강조하는 요즘의 관점을 나타내고 있는 듯도 하다.


즉, 요즘의 NEW WOMAN들에게 커리어는 단순히 위아래의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감당 가능한 책임과 나다운 선택의 문제다. 중요한 건 직함이 아니라, 내게 맞는 선택이라는 것.

책임의 범위를 스스로 조정하려는 태도. 이것이 요즘 자발적 만년 대리들의 새로운 선택 방식이다.




TYPE 4. 일이 곧 나의 정체성, 인정 홀릭 성장캐

“'잘하고 있다’는 건 약간 응원 같지만 ‘잘한다’는 진짜 팩트 같아요. ‘너 진짜 잘한다’ 그게 훨씬 더 칭찬 같아요."² (20대 중반 미혼 프리랜서)

VS

“저도 처음에는 제가 하고 있는 것에서 인정받고 싶고…이런 식으로 계속 저를 다그치면서 10년을 막 달렸는데, 지금은 예전보다는 많이 내려놨어요. 그래서 잘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말을 듣고 싶어요. ‘너한테 맡기면 마음이 놓여, 믿음이 가’ 이런 말이요."³ (30대 후반 미혼 직장인)


한편, 책임은 부담스럽지만 자신의 가치가 흐릿해지는 것은 더 싫은 마음도 존재한다.

20대 후반 프리랜서 이 모양은 “잘하고 있다”는 말보다 “너 진짜 잘한다”는 말을 더 듣고 싶다고 말한다. 과정에 대한 응원보다 결과에 대한 명확한 인정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2030 여성의 다수가 ‘잘하고 있다’보다 ‘잘한다’는 평가를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⁴ 일의 성과가 곧 나의 능력으로 명확히 규정되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반면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되는 30대 중반 이후에는 인정의 결이 조금 달라진다. “너에게 맡기면 마음이 놓인다”는 말처럼, 단순한 칭찬을 넘어 신뢰의 언어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미 기본적인 업무 역량은 증명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위에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의미를 갖는 존재인지 확인받고 싶어 한다.


즉, 요즘의 인정 홀릭 성장캐는 추상적인 칭찬보다는 구체적인 피드백과 명확한 인정을 통해 성장의 감각을 확인하고자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캔바 1.png
삼성생명.png
각각 다른 인정을 말하고 있는, Canva의 <Make Anything Fast> 캠페인과 삼성생명 '나에게 주고 싶었던 휴식'


Canva의 <Make Anything Fast> 캠페인은 빠르게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용자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다. “해도 괜찮아”라는 위로 대신, 이미 해내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방식이다. 요즘, 도전의 단계에 있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막연한 응원이 아닌, 능력을 분명히 짚어주는 인정임을 알고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삼성생명의 ‘나에게 주고 싶었던 휴식’은 다른 언어를 택한다. 더 잘하라고 밀어붙이기보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인정하고 신뢰를 건넨다. 성과의 증명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확인에 가깝다.


두 캠페인은 서로 다른 연령을 겨냥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성장의 단계’에 맞춰 인정의 언어를 달리 설계한다. 도전의 시기에는 능력을 또렷하게 규정해 주는 메시지가, 역할이 확장된 시기에는 신뢰로 존재를 확인해 주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인정 홀릭 성장캐는 특정 나이의 여성이 아니다. 자신의 일 안에서 끊임없이 성장의 감각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다. 추상적인 격려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정확히 짚어주는 말. 책임의 무게는 계산하면서도, 나의 가치는 분명히 남기고 싶은 마음. 그것이 요즘 NEW WOMAN이 일과 자신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책임은 지고 싶지 않지만, 인정은 받고 싶은 마음


요즘 여성의 일에 대한 태도는 단순히 ‘야망이 있다’ 혹은 ‘의욕이 없다’로 이 분할되지 않는다. 조직 안에서의 위치, 책임의 무게, 성장의 속도를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계산한다. 중요한 것은 직함이나 권력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이 나에게 어떤 부담을 남기고 어떤 의미를 증명해 주는 가다.


평생 팀원 자유영혼과 인정 홀릭 성장캐는 서로 다른 모습처럼 보이지만 같은 기준 위에 서 있다. 권력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며, 승진을 망설인다고 해서 인정받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다.


냉정하게 따지되,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받고 싶은 욕망. 이것이 오늘날 NEW WOMAN이 조직 안에서 드러내는 또 하나의 선택 기준이다.



[각주]

1. 김난도 외, 『스물하나, 서른아홉 요즘 여성들이 쓰는 뉴노멀』, 미래의 창, 2023, p.161.

2. 위의 책, p.145.

3. 위의 책, p.146~147.

4. 위의 책, p.145~147.


[참고문헌]

김난도 외, 『스물하나, 서른아홉 요즘 여성들이 쓰는 뉴노멀』, 미래의창, 2023.

※ 본 글은 해당 도서를 바탕으로 HER Lab의 관점에서 재구성·분석한 내용입니다.


작가의 이전글What is your WBTI? E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