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을 했다

wave to earth - wave

by 김닿아


처음 물 위에 있던 순간을 기억한다. 아마 튜브 위였겠지. 온몸에 힘을 빼는 것이 곧 온몸을 맡기는 일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던 것 같다. 되려 힘을 주면 균형이 깨져버리는. 어릴 적 자주가던 워터파크에는 파도풀과 유수풀이 유명했는데, 파도의 뭉근한 울렁임을 곁에 있는 이들과 동시다발적으로 즐기기에는 내가 참 작고 소중했다. 그때의 머리로는 도통 가늠이 안 가는 규칙의 높낮이에 물 먹는 일을 먼저 배웠다. 그래서 늘 금세 후자로 자리를 잡았다.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좋았기 때문에 상관 없었다. 비슷한 이유로 구명조끼를 입는 일도 좋아했고, 사해 바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힘을 들이지 않아도 이룰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은 어린 나이에도 퍽 매력적이었다. 엉덩이를 튜브 안으로 깊숙이 넣어서 균형을 잡으면, 그 채로 누웠다가 앉았다가 옆을 지나는 튜브에 밀리고 밀어주고 하면서 몇 바퀴를 도는 것이다. 그렇게 한 방향으로 흐르는 풀에서만 몇 시간이고 둥실둥실 놀던 때가 있었다.


온몸이 뻐근한 걸 보면 물놀이를 하고 오긴 했나 보다. 이럴 때 먹는 컵라면이 제일 맛있는 법이지. 물을 올려두고 소파에 가만히 앉아 글을 쓴다. 먼저 라면을 먹자고 조르던 연주는 잠깐 눕는 듯하더니 잠이 들었다. 이걸 깨워야 해, 말아야 해. 어라? 얘 잘 때 쩝쩝거리는구나. 갑자기 서핑을 배우러 가자고 늦은 밤 차를 끌고 나타난 연주를 따라 양양으로 왔다. 면허가 아직 없으니까, 혼자서는 드라이브를 못하니까. 휴무에 맞춰 온 연락이 내심 반가워 따라나섰다. 새벽에 도착해 한숨 먼저 자고, 일찍부터 일어나 서핑장으로 갔다. 쭈뼛쭈뼛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들어가기 전 먼저 모래사장에 보드를 두고 교육을 받았다. 서핑보드에 엎드려 물살을 가를 수 있도록 손으로 노를 젓고, 파도가 오는 타이밍에 맞게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튜브의 한 곳에만 무게가 실리면 금세 뒤집어지는 것처럼, 일어선 자세와 발의 위치에 따라 서핑보드가 가다 말고, 뒤집어지고 하기 때문에 정확한 자세를 익혀야 한다고 했다. 더군다나 서핑보드는 무게가 꽤 되어서, 다칠 수 있으니 무조건 떨어지고 나서 보드 방향을 세로로, 물살이 오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둘 것. 별 관심도 지식도 없던 상태로 연주에게 붙들려 온지라, 깨끗한 머리로 우루루 쏟아지는 지식과 주의사항을 겨우겨우 가늠해가며 물 위에 올랐다. 그렇게 몇 번을 넘어지고, 다시 참방참방 안으로 들어와서 보드 위에 앉아 파도가 오는 모양을 쳐다보고. 몇 번을 그러고나니 세 시간이 훌쩍 흘렀다. 물속의 시간은 아무래도 뭍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 그리고 왠지 모르게 조금 더 평화롭다. 무력함과 평화로움은 사실 같은 외로움에서 출발하는지도 모른다.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파도가 오는 모양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저건 탈 수 있는 파도, 저건 금방 스러질 파도. 어릴 때는 늘 파도에 먹히기만 했는데, 오늘은 파도 위에 머물러 있었다. 뭍에서 보는 파도와 물 한가운데 둥둥 떠서 보는 파도는 꽤나 달랐다. 초원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눈물이 나고야 만다는, 몽골에 다녀온 친구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끝없는 해안선 위에 그저 떠 있다. 보이는 것이 그저 물결뿐이고, 그것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기분이 꼭 그 생각을 나게 했다. 바다의 포말이 모래와 햇볕에 또 한 번 부딪히고 돌아가는 것을 볼뿐이던 이에게 어느 날 물결이 몸속으로 들이닥쳐 포말을 만드는 일. 코끼리를 만지던 장님처럼 얼떨떨해져서는 어라, 비눗방울인가 하게 되는 일. 파도를 읽는 척 보드 위에 앉아있을 때마다 그런 생각들을 했다.



'다이빙 선수들은 모두 입수 즉시 자신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안다. 좋은 퍼포먼스에 대한 확신이 입수하는 순간에 온다. 즉각적으로 얻는 만족감과 성취감이 있다. 입수를 잘하면 관중의 함성이 터져 나오는데, 물속에서 환호를 들을 때 정말 짜릿하다. 잘못 입수하면 물속에서 욕한다. (웃음) 물에다 다 쏟아내며 풀고 나온다.' _우하람, 국가대표 다이빙 선수 | [엘르] 인터뷰 , '올림픽 선수들은 지금 #우하람_다이빙 히어로' , 2020.07.01



https://youtu.be/7mGUjSrwxxA



If we go far away out of this land

우리 이 땅을 떠나 멀리 나가면

I want to spend this all night with you

온 밤을 당신과 쓰고 싶어요

There are waves in your eyes

당신 눈 속 파도로

I’m getting into you

Into you

나는 계속해서 들어가요

When you spoke to me

당신이 입을 열 때면

The words are like a flowing star

말들은 흐르는 별마냥 굴어요

Now I’m next to you

지금 나는 당신 곁이고

The waves will take us far away

파도는 우리를 멀리 데리고 갈거예요

Oh we will wither someday

오 우리는 언젠가 바래겠지요

It has no scent, it has no warmth

향도 따스함도 없을 거예요

Oh we’ll be forgotten someday

오 언젠가 우리는 잊히겠지만

But with that wave, it will be

당신 그 파도와 함께라면

Remembered forever

우리는 영원히 기억될거예요

When you spoke to me

당신이 내게 건네는

The words are like a flowing star

말들은 마치 흐르는 별 같아요

Now I’m next to you

나는 지금 당신 곁이고

The waves will take us far away

파도는 우리를 멀리 데려가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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