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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닿아 Jun 28. 2021

우리는 왜 다정하고자 할까요 ?

답은 딱히 없는 이야기 -1


https://youtu.be/UALPbbCqJZU


많을 다에 정 정 자. 다정하다는 말은 으레 칭찬으로 쓰입니다. 너는 참, 사람이 다정하다. 에이 뭘, 다 오지랖이야. 오지랖이 넓어서 그래. 반면 오지랖이 넓다는 말은 주로 민망함을 감출 때나, 흉을 볼 때 쓰이죠. 오지랖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뜻한다고 합니다. 여러 겹을 겹쳐 입는 옛 의복을 떠올리면 가장 겉에 오는 품이 넓은 옷의 소맷자락, 정도가 되겠죠? 주변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기웃거릴 때 소맷자락이 펄럭거리는 것을 형상화한 말이 오지랖이 넓다, 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오지랖과 다정. 둘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다정과 오지랖. 보기에 따라 시선의 문제일 수도 있을 테고요. 건네기에 따라서 시야의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 요 며칠 다정이라는 말을 가지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주변과 이야기도 꽤 나눴구요.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목소리만으로는 오랜만입니다. 어때찌입니다.


잘 지내고 계셨나요 ? 여름이 부쩍 다가오다 못해 벌써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가 지났습니다. 장마철이 오려는지 슬금슬금 비 오는 횟수도 잦아졌구요. 날씨는 곧잘 마음에 스며서, 습한 날이면 마음까지 꿉꿉하기 쉬운 것 같아요. 더 힘내서 내가 좋아하는 걸 챙겨주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저도 고민하다 수박을 주문했어요. (ㅎ ㅎ) 근황을 조금 나누자면, 드문드문 도지던 피부염이 심해져서, 최근에 대학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어릴 때 앓던 아토피가 도진 것 같다고, 약을 넉넉하게 두 달 치 받아왔어요. 특성상 완치라기보다는, 꾸준히 관리해주어야 하는 종류의 것이라서 앞으로 더 신경 써야 할 것들은 여전히 있지만, 그 대학병원 특유의 안심되는 '별 거 아닙니다' 화법으로 심신의 안정은 잘 챙겨 온 듯합니다. 그동안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았었거든요.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도 할 수 없었어요. 혹시나 싶어 맥주도 멀리하고, 촬영 관련한 것들을 전부 못하게 되니까 마음이 조금 어려웠답니다. 그사람일기도 한 주 휴재를 했었구요. 글을 쓰는 것도 근육이라고, 매주 챙겨 쓰던 글의 템포를 놓치니 더 게을러지고, 손에도 안 잡히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수 없어서, 목소리로 먼저 왔습니다. 잘했지요 ?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ㅎ ㅎ ) 다정에 관해 이야기해봅시다. '다정과 다감은 / 예의 같은 것들은 알다시피 힘이 들어서 / 여기까지만 / 여기까지로 해.'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 중 일부인데요. 힘이 드는 일이죠. 다정. 어려서부터 겪은 다정이 넘치도록 많아서, 그게 자연스러워서, 일찍부터 체화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다정하기 '위해서' 힘을 씁니다. 타고나기를 다정한 사람 역시 커가며 배워야 하는 다정이 있을 텝니다. 스스로에게 말고, 타인에게 요. 스스로에게 다정하는 법은, 글쎄요. 먼저 배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는 늘 우리를 맨 뒤에 세우고는 합니다. 상대가 원하는 모양의 표정과 말을 앞서 고르고, 상황에 맞는 옷을 입고, 다들 좋아할 만한 선물 가게 앞을 서성이지요. 힘이 듭니다. 이게 다정한 걸까, 싶기도 합니다. 매너가 있다는 말과, 센스가 있다는 말과, 다정하다는 말은 정말 같은 선 상에 있는 말인걸까요 ? 우리가 선물을 고르는 이유는, 상대의 기분을 해치려하지 않는 이유는, 다정을 위한 것이 맞을까요 ? 그런 고민들을 요즘 꽤 했습니다.


우리가 선뜻 선물을 건네는 이유는, 선물을 받는 것이 얼마나 기분좋은 지를 알기 때문일겁니다. 보통 선물을 주기보다 받는 경험을 먼저 하게 되잖아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어린이날을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점점 오월이 무서워지는 나이가 되는 거죠. 왜 죄다 오월에 몰려있는지 몰라요. (ㅋ ㅋ ) 흔히 꽃선물이 의미있는 이유는, 그 꽃을 들고 머쓱하게 걸어왔을 그 길이나, 받는 이를 떠올리며 어울리는 빛깔, 향, 꽃말을 하나하나 찾거나 물어가며 고르는 그 시간에 있다고 합니다. 요즘 뒤늦게 챙겨보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 <알쓸신잡>이 있는데요. 소설가 김영하님이 꽃을 참 좋아하시더라구요. 모르는 꽃이나 나무를 만날 때마다 스마트렌즈로 이름을 찾고, 집에서 화단도 가꾸시구요. 그 중 기억에 남았던 말이 있는데, 꽃 피우는 게 생각보다 참 어렵다고, 그 과정이 참 고생스러워서, 고생한 누군가에게 꽃선물을 건네는 것 같다. 라는 말이었어요. 또 그 고생해서 피웠다는 게 예쁘잖아요. 불현듯 품에 안기는 뽀얀 꽃 한송이가 주는 기분을 알고 나면, 무슨 날이 아니더라도 괜히 한 송이 선물해버릇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뭐, 이유가 어찌됐든, 받으면 좋잖아요 꽃. 그 꽃이 돌고 돌아서 뜬금없는 날에 나한테 오기도 하니까요. 그런 여러 기대감이 선물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상대가 좋아할까, 오늘 입고나온 옷과 어울릴까, 나도 이런 마음의 선물을 받게될까, 하는 여러 기대가 자연스레 섞여서 선뜻과 불현듯을 오가는 선물을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생각해보면 다정은, 정이 많다는 거니까, 다정한 사람은 상대에게 건넬 수 있는 여분의 정이 남들보다 더 많거나, 더 많은 부분의 정을 상대를 위해 꺼내는 사람일 거예요. 오지랖은 어떨까요. 친구가 해준 말이 꽤 괜찮은 구분선이 될 것 같아요. 다정은 건넬 수 있지만 건네지 않기도 합니다. 오지랖은 그저 건넵니다. (ㅋ ㅋ) 몸이 먼저 나가는 것이 오지랖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때로는 오지랖이 다정보다 더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다만 상대가 관심을 원치 않을 때, 몰라주었으면 할 때, 그것을 먼저 알아차리고 몇 발자국 뒤에 머물거나, 잠시 뒤돌아있는 것. 일부러 하지 않고, 일부러 건네지 않는 어떤 마음은 다정의 능력이겠지요. 굳이 비교하자면 오지랖은 다정보다는 물음표가 많은 친구라 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둘 다 퍽 사랑스럽다는 점은 닮은 것 같습니다.


이런 얘기들을 며칠 새 나눴어요. 그러면서 들었던 질문과 생각을 두서없이 늘어놓았습니다. 여기에 여러분의 생각이 더해지면 또 재밌는 대화가 늘어나겠지요 ?  자유롭게 건네주셔요. 더 매력적인 대화의 장이 열리면 좋겠습니다. 저는 어딘가 좀더 사려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쯤에, 오지랖을 점차 다정으로 성숙시키는 법을 배우고자 눈을 빛내는 어른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었는데요. 어느 아프리카 부족은 한 사람이 태어나기 전부터 그 사람 고유의 노래를 만들어서, 아기가 뱃속에 있는 기간부터 아이를 밴 엄마를 둘러싸고 틈날 때마다 그 노래를 불러준다고 해요. 그 노래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도, 아이에게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에도, 옳지 못한 행동을 저질렀을 때에도 그 아이를 향해 불려집니다. 축하의 뜻, 교화의 뜻, 응원의 뜻, 사랑의 뜻이 모두 한 노래에 담겨 있어요. 마침내 그 아이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에도, 부족이 모두 모여 아이를 둘러싸고 그 아이의 노래를 불러줍니다. 생에 자신을 위한 하나의 노래가 있다는 건, 남들과 다른 박자와 음감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과도 같을텝니다. 그 다름과 독특한 구석이 내 노래를 더 흥얼거리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박자와 속도로 좋아하는 방향을 찾아갑시다. 그러면 좀 더 원하는 모양새의 어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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