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문 DaaMoon Jan 11. 2023

내 앞자리가 그렇게 좋았더냐?

분노의 독백

내 앞자리는 유독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구나. 저 사람 앞자리도 넓어 보이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어서 기럭지가 끝도 없이 길어도 다들 들어올 수 있는데, 어찌 내 앞자리에 다들 그렇게 들어오려는지, 난 사람들의 눈을 끄는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실은 나는 날 좋아하는 사람, 어떻게든 거리를 좁히려는 사람들을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아. 살결이 닿을락 말락 한 그 두근거림, 싫진 않아. 물론 코로나도 독감도 유행하는 지금은 거리 두기는 당연한 것이라 너와 나의 건강을 위해서 내가 좀 거리를 두는 것은 이해해 줬으면 해.


하지만 너무 때에 따라서는 너의 그렇게 살갑게 구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 특히 많은 사람들이 가는 분기점은 네 존재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져. 다들 분기점이 전방 500미터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고 그 길은 인기가 있어서 줄을 서야만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너는 언제나 전방 50미터에서 머리를 다른 사람 머리로 들이밀지. 


우리는 말이야, 이 몸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기에 부딪히면 아프다는 것을 다들 경험으로 알고 있지. 근데 말이지, 너는 모르는 것 같단 말이야. 내가 다시 알려줄게. 머리끼리 부딪히면 안 아픈 사람이 없어.


그렇지만 네가 다른 사람들처럼 줄지어서 기다리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다는 이유나, 참으로 시간낭비여서 나는 분기점 직전에 분기점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명분을 들이민다면, 나는 또다시 크락션이라는 나의 어여쁜  분노를 소환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어.


나는 부디 우리가 머리를 부딪치지 않고 집으로 잘 돌아오길 바랄 뿐이야.

작가의 이전글 난 네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