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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문 DaaMoon Jan 02. 2023

흰 건 식초요, 검은 건 간장이다

酢は白、醤油は黒、でも白にはみりんがあり、黒にはつゆがある

음식을 할 때 맛을 내려면 소금이다. 색깔도 내려면 간장이다.


요리를 할 줄 몰랐던 시절의 나이다.

지금은 거기에 더해서 김혜자 아주머니의 '바로, 이 맛이야'로 맛을 낸다.


요리에 대해서 일자도 모르는 내가 혼자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요리를 해야 했다.


도구도 없고 조미료도 없어서 일단 내 상식에 맞춰 소금과 간장을 사러 갔다.

일본 유학 초기, 일본에서는 어떤 조미료를 쓰는지도 모르고 단어도 모르는 채 일단 슈퍼로 갔다.


조미료 코너로 가니, 다양한 액체들이 즐비하게 줄을 서 있었다.

나는 '역시나 뭐가 뭔지 모르겠다. 색으로 골라야지'라고 생각하면서 간장의 색을 찾아다녔다.

한국 간장을 생각하면서, 비슷하게 생긴 용기에 색도 간장 특유의 검정과 진한 갈색을

띄는 것을 골랐다.


집에 돌아와 간단히 다시 대신 간장으로 우동을 끓여 먹으려 면을 끓는 물에 넣고 이제 간장으로 맛을 낼 차례였다. 간장을 넣고 한 스푼 맛을 봤다. 무언가 내가 생각한 간장 맛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간장을 더 넣어봤다. 역시나 점점 간장맛에서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든 합리적인 의심.


'혹시 내가 산 게 간장이 아닌가?'


그제야 다시 통을 살펴보고는 당시에 쓰던 전자사전을 꺼내 들었다.

통에는 'めんつゆ' 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전자사전도 마찬가지로 쯔유로 검색을 해보니 국물, 다시를 낸 물라는 의미가 있었고, '앗! 간장이 아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불어버린 우동면만 건져 내어 맛을 느낄 새도 없이 후루룩 마셔버리고는 간장이 일본어로 무어라 하는지 뒤늦게 찾아보니 쇼유(しょうゆ)였다. 이렇게 간장이 무언지 배우게 되었다.



왼쪽은 멘쯔유(면용 쯔유), 오른쪽이 쇼유(간장) 사진출처:Kikkoman홈페이지


문제는 나의 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으면 간장, 맑으면 식초]라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나는 식초대신 같은 색깔을 가진 미린을 사서 음식을 다 망쳐버린 일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쓸 줄 모르는 조미료가 집안에 하나 둘 쌓여가기만 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요리의 사시스세소(さしすせそ)라고 해서 아래 사진처럼

설탕(さとう), 소금(しお), 식초(す), 간장(しょうゆ), 미소된장(みそ)을 조미료의 기본으로 한다.


나는 그중에서 소금이랑 간장만 쓰는 음식의 미니멀리스트였던 셈이었다.

さしすせそ 출처:https://kome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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