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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누구나 정확하기 싫을 때가 있다.

by 다문 DaaMoon

"나는 너 싫어!"라고 말하면 무언가 부끄럽고, 껄끄럽다. 그럴 때에는 네가 싫으니 너를 보지 않도록 노력을 한다. 그래서 그 대신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날은 선약이 있어서 못 가. 나 대신 재밌게 놀아."라고. 내 마음에 정확하기보다는 함께 있는 자리를 피하는 방향으로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속으로는 '은근히 싫은 티를 냈는데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은 내 마음속의 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일본에서 일할 때도 은근히 전달하는 내 기분 같은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간혹 듣는 이야기가 있다.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할지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 명확하지 않은 태도라는 것이 꽤 명확한 태도이다. 즉, '정확하기 싫을 때'이다. 그럼, 싫은 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그 고민의 대답이 '그 말을 하지 않는다'가 되었다. 그래서 일본 사람과 말을 할 때 어떤 식이든지 결정해야 할 때 그 결정에 대한 태도가 불분명할 때는 바로 눈치채야 한다. 상대방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단순히 다른 결정을 하고 싶은 것이면 그나마 낫다. 다른 것을 원하면 아마도 주장을 할 것이다. 그럼 그대로 따르면 된다. 조금 어려운 것은 현 상황에서 아무런 결단을 내릴 수 없는 형편에 있는 경우이다.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야 한다. 예를 들면, 상사의 눈치나, 부서 간의 관계 등을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금방 말하기 어렵다. 그럴 때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할까? 몰아붙이기보다는 일단 상대방이 곤란해지지 않을 만큼의 틈을 주어야 한다. 그런 식의 거리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일본 사람을 대하다 보면 거리감의 단계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만약에 그 거리감을 눈으로 잰 듯이 알 수 있으면 이미 그냥 옆에만 있어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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