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편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또 치과에 갔다. 그러고 보면 직장을 떠나 내 존재를 알아주는 건 정기적으로 가야 하는 치과 정도이다. 그래서 연락만 오면 열심히 간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내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이 목적이라는 것을 물론 안다. 하지만 내 몸을 위하는 '척'하는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 주는 '척'하며 나도 '척'하는 사회 속에 들어가 본다.
저번에는 마치 의자(유니트체어)에 앉아 있는 공기가 되었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누군가의 말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일단 옷을 잘 입으면 무시 안 당한다
옷 장에는 많은 옷이 없지만 예전에 깔맞춤으로 산 발목 위 목 밑의 한 세트를 꺼내 본다. 생각 같아선 옷이 아니라 얼굴만 어찌하면 다 해결될 것 같았지만, 내 경제 여건에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양복을 제외하고는 제일 있어 보이는 구성이다. 그렇게 나는 마스크 속으로 내 속 내를 감추고 자신감 있는 눈을 탑재한 뒤 치과로 들어섰다.
내 속은 공기일지언정 내 겉은 이제 '무언가'가 된 것이 분명했다. 맨 처음 맞이하는 접수하시는 분의 음성이 한 톤 높다. 눈도 마주쳤다. 일부러. 제일 중요한 부분은 유니트체어로 안내받고 난 뒤 방치되느냐 마느냐였다. 그런데 확실히 달랐다. 담당의사는 내가 기다릴 틈도 없이 바로 곁에 왔다. 그리고 이제까지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이런저런 질문과 설명을 했다. 나도 남자, 의사 선생님도 남자니 옆에 오래 있는 건, 그리 탐탁지 않은 일은 분명했지만, 누군가가 신경 써주고 있다는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잘 차려입은 사람을 잘 대접하지 않으면 나중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것인가? 치료가 끝나고 불현듯 이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다들 차려입고 다니는 것인가! 백화점에 가면 입고 있는 옷으로 사람을 판단해서 직원의 태도가 바뀐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하는 게 어리석다고 생각해서 그런 태도를 비웃었다. 사기꾼이 잘 차려입는 것은 이런 이유였었나? 그것은 다 이런 인식을 이용했으리라.
겉치장이 말이 필요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된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그렇다고 명품으로 치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