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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가 문제인가?

나는 불편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by 다문 DaaMoon

공감을 자동으로 하는 체질은 참 민감하다. 나는 예민하게 다른 사람의 감정을 흡수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즉, 무엇이 내 마음을 열고 닫고 하는 조리개인지, 난 항상 열려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닫을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서 제삼자의 입장으로 나를 관찰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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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는 좋고 나쁨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좋은 감정이라고 하는 그런 에너지는 받아도 받아도 상관이 없었다. 문제는 나쁜 감정이었다. 특히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도중 자기 의견과 맞지 않은 말을 내가 했을 때,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발끈하는 감정, 화라고도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문제였다. 나는 그 순간 알아차린다. 아마도 보통은 둔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무엇 때문인지 상대방의 마음이 상해서 나오는 감정. 그것을 느끼기만 하면 나는 바로 다크서클 직행이었다. 그리고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내 속에 들어온 이 에너지의 처리가 힘들어지기 시작하며 나는 상대방의 기분을 풀어줄 생각에 온 에너지를 사용하는 악순환. 상대방은 무언가 가벼워진 느낌으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에너지를 빼앗긴 듯한 기분, 이것이 내가 겪고 있던 피곤함의 실체였다.


'배려!' 딱 떠오르는 단어였다. 배려가 심하다. 내 쓸개를 간을 내어주는 배려라는 태도가 문제였다. 마더 테레사도 아닌데 왜 그렇게 나는 없고 남만 있는 것인가? 내 밥그릇도 못 챙기는 주제에 배려라는 건 사치스러운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배려가 없는 인간관계라는 건 참으로 못난 관계임은 확실했다. 그래서 이 배려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을 평가하는 것은 항상 마음에 걸린다. 내가 그런 위치의 사람인가? 하는 자문이 들어서이다. 그래도 배려를 통해서 내가 더 이상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지는 관계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나는 감히 그리고 과감히 남을 평가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상대방이 내 배려를 받을만한 이인가 아닌가를 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약아짐'의 길 위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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